포기하는 마음
제가 있는 춘천교구 포천성당 근처에는 호스피스 센터가 한 곳 있습니다. 자주 그곳에서 자신에게 다가온 죽음을 대하는 환자들의 모습을 보게 됩니다.
환자들도 그렇지만 그 곁에 가족들에게도, 호스피스 센터에 머무는 시간은 결국 죽음을 받아들이는 시간이 됩니다. 처음에는 받아들이지 못하여 분노나 원망, 미음이 마음속을 차지합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그것들이 힘을 잃어가고 조금씩 죽음을, 자기 자신을 받아들이게 되지요. 마음속에 가득했던 좋지 않은 감정들이 힘을 잃어가는 것은 ‘포기’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이루어집니다. 포기를 택하는 용기를 통해 비로서 마음이 자유로워지는 것입니다.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용서의 은총은,‘포기’를 통해 마음을 비워내어야만 비로소 빛을 내게 됩니다. 분노도, 미음도, 원망도, 상처도, 잘잘못을 따지려는 감정도 모두 비워내고 털어내야 하지요. 그래야만 비로소 제대로 보이고, 제대로 느끼며, 제대로 생각하고, 제대로 용서하게 됩니다. 이처럼 신앙은 때때로 우리 삶 안에서 ‘포기’를 요청합니다. 하나 더 가지려는 것을, 하나 더 올라서려는 것을, 하나 더 미워하려는 것을 포기하게 하지요. 모은 것을 다해 하느님을 사랑하라는 것과 다른 이를 자신처럼 사랑하라는 두 가지 계명은 한평생 완성할 수 없는 계명이긴 하지만 그래서 한평생 피땀 흘리며 지켜가야 할 계명이기도 합니다. 참 생명을 주는 말씀을 받아들이는 넓고 여유로운 마음, 믿음과 대비되는 세상의 가치를 포기하는 마음, 가장 귀한 것을 얻기 위해 다른 것에틈을 주지않는 마음이 없다면 우리는 예수님께서 먼저 가신 십자가의 길을 따라갈 수 없습니다.
빛두레에서 조영수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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