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사무총장 배영호 신부

2007. 7. 28. 오후 12:2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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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사무총장 배영호 신부

“가톨릭은 다만 ‘어제의 가톨릭’과 경쟁하려고 합니다”

 

― 가톨릭 신자가 늘어났다는 정부 통계조사 결과를 보고 어떤 느낌이 들었습니까?

“첫 느낌은 ‘어, 이상하다. 이게 아닌데’라는 것이었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우리 가톨릭은 다른 종교에 비해 조용하고, 외부에서 보면 주눅 든 상태였습니다. 반가움보다 두려웠습니다. 그것이 사실이라도 두렵고 사실이 아니라도 두렵고….”

 

― 왜 두렵습니까?

“사실이라면 가톨릭의 책임이 그만큼 막중하다는 것이고, 사실이 아니라면 뻥튀기로 웃음거리가 될 테니까요. 미처 우리가 어떤 입장을 정리하기도 전에 그 통계 결과를 놓고 언론에서 좋은 이야기들을 앞서나가면서 많이 써줘서 정말 곤혹스럽기도 했습니다.”

 

― 가톨릭 신자가 증가했다는 것은 뜻밖이라고 합니다. ‘뜻밖에 증가했다’는 것은 가톨릭이 그만큼 선교에 열성을 보이지 않았는데도 신자가 늘어났다는 의미일 텐데요. 가톨릭은 선교에 힘쓰지 않는다는 이미지를 갖고 있는 것 같습니다.”

“선교와 복음화가 첫째 사명인데, 그럴 리는 없고요. 다만 그 방식이 개신교 등에 비해 조용한 편이었기 때문에 그런 인식이 있을 것입니다. 가톨릭은 유럽식 선교 방식이어서 개별적·내면적으로 선교해 나갑니다. 반면 개신교의 전도는 처음부터 교육사업·계몽사업·의료사업 등과 맞물리면서 공개적·대중적·적극적으로 이뤄진 측면이 있습니다. 그런 선교 방식에서 이미지상 차이가 생겼으리라고 봅니다.”

 

― 가톨릭이 대중에게 접근하기 위해 교리와 원칙을 넘어 지나치게 관용적인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습니다.

“세상을 복음화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세상에 대해 혹은 타 종교에 대해 관용적 태도를 갖게 된 것은 그렇게 함으로써 선교와 복음화에 도움이 된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바깥’을 인정하고 존중한다고 해서 가톨릭이 곧 세속화하는 것은 전혀 아닙니다. 오히려 모든 이의 문화와 뿌리를 존중하는 것이 참된 종교의 자세이며, 결국 그것을 통해 선교와 복음화가 효율적으로 이뤄지리라는 것이 가톨릭의 시각입니다.”

 

― 가톨릭이 더욱 공격적이고 열정적인 선교활동에 나서면 지금보다 훨씬 효과적인 선교 실적을 올릴 수 있지 않을까요?

“선교전략, 그러니까 기업으로 말하면 더욱 세련된 판매전략, 새로운 브랜드 전략 같은 것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것이 되겠죠. 하지만 종교는 소금입니다. 짠맛을 끝까지 유지하는 것이 본질입니다. 세상이 변할수록 종교는 고유한 자기 정체성, 자기 뿌리를 확고히 해야 한다고 봅니다. 흐름에 휩쓸리지 않고 변하지 않는 것에서 사람들의 영혼은 위안받는다고 믿습니다.”

 

― 가톨릭이 현대사회에서 사람들의 눈길과 마음을 잡아끄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일까요?

“우리 사회의 지난 반세기와 깊은 연관이 있다고 봅니다. 근대화와 발전으로 요약되는 그 시간은 정말 숨가쁘게 뛰어온 나날들입니다. 물질과 돈은 많아졌습니다. 정신이 따라 줘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습니다. 영혼의 고갈, 거기서 모두 영적으로 지친 것 같습니다. 종교 또한 성숙의 길보다 성장의 길을 택해 사람들과 똑같이 사회 흐름에 맞춰 정신없이 뛰었고요. 그나마 가톨릭은 느려서 흐름에 휩쓸리기보다 자기 자리를 크게 벗어나지 않고 정신의 세계에서 원칙을 지켜온 것이 전화위복이 된 것 아닌가 생각합니다.”

 

― 통계조사 결과를 보면 무신앙이라고 응답한 국민이 47%에 이릅니다. 이들을 놓고 종교 간에 어차피 경쟁해야 할 텐데요.

“우리는 신자 수에 크게 의미를 두지 않습니다. 신앙으로 성숙한 신자가 얼마나 많은가 하는 내적 성숙이 우리의 주요한 관심사입니다. 무신앙자들에 대한 선교 때문에 개신교나 다른 종교와 경쟁해야 한다는 관념은 사실 가톨릭에는 없습니다. 우리를 반성하고 나아가야 한다, 가톨릭의 경쟁 대상은 바로 ‘어제의 가톨릭’뿐이라는 입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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