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사] 천주가사: 사향가 - 하

2001. 7. 1. 오전 11:52:08

글자

 

[천주가사, 신앙선조의 숨결을 찾아 5] '사향가 - 하'

 

 

      (중략)

      생각하고 생각하라 무슨능이 네있느냐

      나고싶어 네났느냐 죽고싶어 네죽느냐

      살펴보고 살펴보라 먹고입고 쓰는것이

      네능으로 만든게냐 네공으로 지은게냐

      생각하고 생각하라 없는대로 너를내고

      오곡백과 화성하야 네일신을 안양할제

      관계한대 없다하며 밧은직분 없을쏘냐

      받은직분 있을진대 귀정한대 없을쏘냐

      하물며 만유우희 신인만물 내신대주

      무소부재 무소부지 지공지의 하셨으니

      모를것이 있단말가 엄한책벌 없다하랴

      너희어림 심하도다 시비곡직 아니하며

      세상풍속 따랐다고 그만하면 예라하네

      너희마음 돌아보라 무엇으로 효양하뇨

      정성으로 효양하며 의식으로 효양하나

      견마들에 이르러도 기를줄을 다알거든

      겉모습만 다만알고 효경지도 아니하면

      짐승에서 다른것이 무슨일이 특별하뇨

      생시효도 아니하고 죽은후에 제만하면

      그만하면 효라하며 그만하면 예라하랴

      (중략)

      네육신은 그러하나 네영혼은 어떠할고

      평생섬긴 마귀들이 너를어찌 대접하뇨

      슬피울어 하는말이 애닯도다 내일이여

      저세상에 있을적에 무얼위해 살았던고

      원수로다 육신이여 미운것이 마귀로다

      나의마음 미혹하니 나의뜻을 유인하여

      이런곳의 빠지옴이 모두마귀 흉계로다

      애닯도다 내일이여 다시세상 환생하면

      온갖사망 다버리고 온갖규계 다직히여

      천당위의 올나가서 영광진복 누릴것을

      한하여도 할일없고 뉘우쳐도 헛것이라

      (중략)

      이리이리 명증하고 저리저리 개유하니

      이궁하고 어굴하야 다시훼방 안이하나

      어찌보면 지리한듯 어찌보니 번민한듯

      아모말도 아니하고 먼하늘만 보는구나

      어화 벗님네야 세속사람 가련할사

      우리만일 불행하야 참도리를 몰랐다면

      취생몽사 지내다가 영겁해에 빠지거늘

      천만이외 문교하고 제성특은 많이입어

      세속허탄 깨쳐알고 신덕뿌리 심은후에

      허다사망 모두끊고 천주교에 나아가서

      혼미한일 많이알고 기묘사정 드러보니

      예수성우 그아니며 성모은보 이아닌가

      종신토록 감사한들 만분이나 갑흘소냐

      어화 벗님네야 우리고향 가사이다

      세속훼방 탄치말고 세속체면 보지말고

      세속명리 취치말고 세속일락 탐치말고

      삼구를 힘써치고 칠도를 굳게막아

      천당길을 바로찾아 대부모를 보사이다

      <현대어역=김영수 호남교회사연구소 연구위원>

 

<해설>

 

'사향가'는 인생을 나그네로서 하늘 본향을 찾아가는 데 비유한다. '사향가'는 따라서 천당을 직관토록 해주는 경세가(警世歌)의 하나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사향가'의 위대성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가톨릭이 보편 지향의 신앙이라면, 이 같은 가톨릭이 한국적 토양에서 육화됐다는 것은 '사향가'가 단순한 종교문학에서 민족문학으로 확대될 가능성을 시사하기 때문이다. 그 가능성은 '사향가'의 내용이나 가사 형식뿐 아니라 그 내재적 기법에서 찾을 수 있다. 특히 단조로운 교리 해설이나 진술을 극복하고 이를 입체적으로 제시함으로써 가사문학의 내재적 기법상 한단계 발전한 양상을 보여준다. 노래 자체를 하나의 극(劇)으로 꾸밀 수 있을 만큼 내용 전개의 다양성을 확인할 수 있다는 의미다.

 

결론적으로 '사향가'는 천주교 노래이면서 동시에 민족의 문화유산이다. 천주교 도입 초기를 지나 우리 생활문화와 가톨릭교리가 융합돼 우리의 체질로 소화해냈기 때문이다. '사향가'는 이 점에서 서구 일변도인 오늘날 신앙적 정체성의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케 한다.

 

■ 천주가사를 부를 줄 아시는 분을 찾습니다

평화방송, 평화신문은 가톨릭대 출판부와 함께 잊혀져가는 천주가사를 찾습니다. 현재 교회 일각에서 전승되는 천주가사를 직접 부를 줄 아시는 분은 연락을 주시기 바랍니다.

연락처: 가톨릭대 출판부(02-740-9718)

 

<평화신문, 631호(2001년 6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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