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 노동자>
마태오복음에서는 사람들이 예수님을 '목수의 아들'(마태 13,55)이라고 하는데, 마르코복음에서는 그냥 '목수'(마르 6,3) 라고 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예수님께서 요셉 성인의 일을 물려받아서 목수 일을 하셨음을 나타냅니다.
요한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아버지 하느님을 '농부' 라고 하십니다.
"나는 참포도나무요 나의 아버지는 농부이시다(요한 15,1)."
그래서 그리스도교 신자들에게는 농부와 목수가 그만큼 특별한 직업이 됩니다.
당시 사회에서 농민과 노동자를 천대했더라도 적어도 성경에서는 농민과 노동자를 천대하기는커녕 아주 귀한 직업으로, 즉 하느님과 예수님의 직업으로 표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요셉 성인에 대한 강론들을 보면, 요셉은 당시에 천대받던 목수였으면서도 묵묵히 하느님과 성가정을 위해서 헌신하고 희생했다고 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말한 다음에 이 땅의 노동자들도 그런 존재라고 칭찬하는 말을 한다면, 그건 다시 생각해 볼 문제입니다.
그런 말은 노동자란 원래 천대받는 직업이지만 묵묵히 남을 위해 희생해야 한다는 강론자 자신의 잠재의식을 드러내는 말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서 노동자가 천대받는 것은 어쩔 수 없다는(또는 당연하다는) 잠재의식을 드러내는 말일 수 있다는 것이고, 노동자들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말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사회 현실이 그렇다고 하더라도, 교회는 그것을 바라보기만 할 것이 아니라 개선하기 위해서 앞장서야 합니다.
천대받아도 되는 직업이란 없습니다.
또 어떤 특정 직업의 사람들의 희생을 당연한 것으로 생각해도 안 됩니다.
발은 몸을 위해서 더러운 곳도 밟고 다녀야 합니다.
손은 더러워진 발을 씻어줍니다.
누가 더 귀하고, 누가 더 천하지 않습니다.
각자 맡은 일이 다를 수는 있어도 모두가 한 몸입니다.
누가 누구를 위해서 희생하지 않습니다.
서로가 서로를 섬길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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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 문제를 대하는 교회의 모습에 '불편한 진실'이 숨어 있음을 봅니다.
교회 밖의 노동자들과 교회 안의 노동자들을 대하는 태도가 이중적일 때가 많다는 것입니다.
교회 밖의 노동자들의 인권 향상을 위해서는 노력하면서도 교회 안의 노동자들에게는 희생과 봉사를 요구(강요)하는 모습을 보일 때, 우리는 그것을 위선이라고 부를 수밖에 없습니다.
교회 밖의 노조 활동은 적극적으로 도우면서도 교회 안에서는 노조 설립 자체를 막으려고 하는 모습을 본 적이 많습니다.
한 가지 더, 교회 밖의 세속에서 힘없고 약하고 억눌리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교회 안에서 어떤 대우를 받고 있는지도 반성해야 합니다.
언젠가 어떤 공단 근처에 있는 성당에 가서 강론을 할 기회가 있었는데, 미사 후에 대화를 나누다가 우연히 그 성당의 사목회 조직표가 눈에 뜨여서 살펴보니 공단에 있는 대기업의 직원들과 임원들로만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그 성당 신자 가운데 절반 이상은 그 지역에서 농사를 짓는 원주민들이었는데도 사목회의 모든 직책은 그 대기업에 다니는 사람들이 차지하고 있었고, 직책을 맡고 있는 농민들은 없었습니다.
사목회 직책이 무슨 대단한 감투는 아니지만, 그래도 그건 뭔가 농민들이 차별을 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회사 안에서의 서열이 그대로 사목회의 서열이 되어 있었습니다.
그런 일도 영 마음에 걸리는 일입니다.
속세의 힘에 교회 공동체가 눌리는 것 같은 모습이기 때문에.
(언젠가 어떤 군부대 안에 있는 성당에 가서 강론을 할 기회가 있었을 때 보았던 사목회 조직은 군부대 조직을 그대로 옮긴 것 같은 모습이었습니다. 연대장은 사목회장, 대대장은 전례부장, 중대장은 전례부 차장... 식으로.)
세속에서 높은 자리에 있고 힘이 있다고 해도 교회 안에서는 한 명의 신앙인일 뿐이고, 똑같은 형제, 자매일 뿐입니다.
대통령이 미사 참례를 한다고 해도 따로 특별석을 만들어주지 않는 것이 교회의 법입니다.
사회에서 천대받고 힘없고 약하고 억눌리는 사람이라고 해도 교회 안에서는 역시 한 명의 신앙인이고, 똑같은 형제, 자매로 존중 받아야 합니다.
열두 사도와 다른 제자들을 보면 율법학자 출신도 있고, 상류층 출신도 있었지만, 예수님은 어부 출신 베드로를 수제자로 삼으셨습니다.
우리는 하느님은 농부이시고, 예수님은 목수였음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송영진 모세 신부님 (1205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