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로 가는 나그네 /장석홍라우렌시오
살비듬 풍성한 암소가 딱 한 마리,
님 곁이라면 길쌈 베 버리겠노라
언약한 지 이미 오래,
남정네야 아낙네야, 그네는 견우 직녀.
남사스런 놀음은 해 본 적도 없는
그네는 하느님의 크신 은혜,
뜨거운 죄,
금실 좋아 허락받은 벌로
칠월 칠석 겹 칠 안식
석양빛에 흐르는 나그네 되었네.
삼강오륜을 금석같이 믿고 따랐으나
이몽룡이 두렷이 들어 올린
마패를 우상처럼 치부했기에,
해와 같이 아름답고
달과 같이 빛나는
저 여인을 섬기는 그네는
소낙비 맞아 가는 정처 없는 나그네.
강 너머
진달래 꽃울음 토해내는
새남터의 북 울림에 발길이 끌려,
청산 건너
거친 밭의 양떼 돌보는 환희,
가슴에 부여안은 죄 너무 막중해
휘감긴 채찍에 보랏빛이 튀어 올라
고난도 은총임을 깨달은 당신은
아픔도 고와라
선홍빛으로 고와라
하늘로 가는 나그네.
나라 법 어겨가며 낯 붉은 애정 행각
춘향이는
나랏님이 아름답다 높이 추었는데,
사랑이 사랑이라 수줍어 들킬세라
몰래한 나그네의 순백 사랑,
하느님이 보시기에 가여워 좋았건만
춘향이 쓴 칼보다 더 큰 칼로 내리쳤네.
등장(等狀)가세 등장가세 하느님 전 등장가세
이골저골 다 살펴도 이승만 한 곳 없다고
삼 천 갑자 동방삭은 개똥밭에 굴렀는데,
미련 없다 달뜬 세상 등져버리고
쪽배 하나에 흰 물결만 저어가네, 허위허위
하늘로 가는 나그네.
죽음보다 짙은 나그네의 삶
자줏빛으로 피어나
하늘로 가는 나그네는 영광의 신비로,
거친 땅에는 아직도
진보랏빛 상장(喪章)으로 아롱지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