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교성인들의 마음이 제 마음에

2009. 9. 22. 오후 8:15:37

글자
순교성인들의 마음이 제 마음에
 
 김보습 바오로


 

9월 한국 순교자 성월을 맞이하여 목동성당 청년들은 1박2일 일정으로 목동에서 출발하여 잠수교, 새남터, 절두산, 최종목적지 난지도 캠핑장에 이르는 자전거 성지순례를 다녀왔습니다. 각 단체에서 많은 분들이 관심을 보여주시고 예비자분들, 타 본당분들까지 참가신청을 해 주셨습니다. 금요일이 되니 저녁부터 떨어지기 시작한 비는 그칠 기미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토요일 아침이 되어도 비는 그치지 않았기 때문에 이 행사를 오랫동안 준비한 각 단체장들의 얼굴은 어두웠습니다. 
미카엘비오 신부님께서 부탁하신 프로젝터와 DVD를 설치하고 최양업 신부님의 영상을 보고 있는데 미카엘비오 신부님께서 환한 얼굴로 "비 그쳤다! 빨리 가자" 라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자전거를 빌리러 이동하는 중에 날씨는 계속 어두웠으나 저편에서 보이는 햇살이 마음을 놓이게 했습니다. 
모든 조가 집합을 하고 제가 속한 마지막 6조까지 출발함으로써 자전거 성지순례가 시작 되었습니다.  덥지도, 춥지도 않은 날씨가 자전거를 타기에 안성맞춤이었습니다. 
당산철교와 잠수교에서 잠깐의 휴식을 한 우리는 첫 번째 목적지인 새남터에 도착하였습니다. 새남터본당 관계자분께서 새남터와 절두산이 강가에 위치한 이유를 말씀해 주셨는데, 그 이유는 사형을 집행하고 유해를 빨리 처리하기 위함이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분명 몇 백 년 전에는 바로 이 자리에서 유혈이 낭자하고 기도와 성가소리 또 비명소리가 섞인 날이 있었을 것이라 생각을 하니 등골이 오싹해지며 우리 신앙선조들의 위대함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내가 옛날과 같은 상황이 되어도 주님에 대한 사랑과 믿음을 당당하게 표현할 수 있을지라는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점심을 먹고 절두산으로 이동했습니다. 많이 지칠 것이라는 생각과는 달리 자매님들도 잘 달려 주었습니다. 
두 번째 목적지인 절두산에 도착하여 수녀님의 인도로 순교자들을 위한 십자가의 길 14처를 하였습니다. 십자가의 길을 하는 동안 순교성인들께서는 홀로 외롭게 순교하신 것이 아니라고 생각을 하였습니다. 예수님께서도 순교성인들이 순교를 하실 때마다 그곳에 계시어 매번 2000년 전에 그랬던 것처럼 십자가의 길을 다시 걸으신 것이라 생각하니 마음 한 구석이 아렸습니다. 순교성인들도 그것을 아셨으니 기쁜 마음으로 주님의 품에 안기실수 있었을 것입니다. 
절두산에서의 프로그램을 마치고 우리의 최종 목적지인 난지캠핑장으로 이동하였습니다. 간단한 샤워 후 옷을 갈아입고 미사 준비를 했습니다. 한강변에 간이 제대와 목동성당 청년들, 그리고 예비자분들과 타 본당 청년들까지…. 바람이 많이 불어서 초도 켤 수 없는 환경이었지만 미카엘비오 신부님의 말씀대로 우리는 교회였습니다. 예수님께서 당신의 이름으로 2명만 모여도 같이 있겠다고 하신 말씀을 기억하며 부족하고 나약한 우리 안에 예수님을 모셨습니다. 붉은 노을이 지는 것을 바라보며 드리는 미사는 죽을 때까지 잊을 수 없을 장관이었습니다. 
미사가 끝나고 미리 준비해 놓은 숯불도구를 이용하여 고기를 구워 먹었습니다. 본당 총 회장님까지 오셔서 자리를 빛내 주셨습니다. 
식사 후 기도를 하며 순교성인들을 다시 한번 제 마음에 담았습니다. 성인들의 고난을 절대로 잊지 않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솔직히 순교하신 분들의 고난을 보는 저의 입장은 결코 편하지 않았습니다. 머리로는 저 분들의 피와 땀과 눈물로 이 땅의 교회가 설 수 있었다는 것을 이해 못하지 않았지만 마음속으로는 불편하고 꺼림직 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성지순례로 순교성인들의 마음이 제 마음에 들어왔습니다. 앞으로 저에게 어떤 고난과 역경이 다가올지 모르겠지만 그 분들께서 그러하신 것처럼 그 때마다 주님을 생각하기로 하였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저에게 이런 마음의 은총을 갖게 해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사랑과 찬미를 드립니다. 또한 이 행사로 많은 회의와 준비, 고생을 하신 미카엘비오 신부님, 각 단체장들께도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좋은 기도로 이끌어 주신 마리아꼴베 수녀님께도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댓글 0

첫 댓글을 남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