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김진태 신부님의 강연을 들을 기회가 있었습니다.
강연중 김신부께서 잠시 시간을 할애하여 소개한 책이 두권 있었는데 이 책이 그중 하나입니다.
소개의 핵심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주님의 사람들, 그들은 ‘주님과 함께 살기를 원하는 사람들’입니다.
예수님과 함께 있었을 때(가시적) 그들은 기쁨에 넘쳐 있었고 예수께서 죽자(비가시적) 그들은 아주
큰 슬픔에 잠겼습니다. 예수께서 부활하시자(가시적) 그들은 다시 기쁨에 넘쳤습니다.
그런 그들이 예수께서 떠나가신 후(비가시적) 이전(예수님의 죽음)과 달리 기쁨에 넘쳐 예루살렘으로
돌아갔다고 합니다(루가 24,52) 예수께서 떠나, 보이지 않게 되었음에도 여전히 기쁨에 넘쳤다는
것은 그들에게 무언가 변화가 일어났다는 것을 말합니다.
“주님의 얼굴이 그들의 시야, 그들의 감각에서 멀어져 갔고, 직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아버지의
영광된 은총의 빛도 동시에 같이 사라져 버렸습니다. 새롭고 놀라운 것은 기쁨이 그런데도 전혀
사라지지 않았다는 것, 영의 원천이 메말라 버리지 않았다는 것, 그들을 한 차원 높은 생명의 공동체
안에 한데 묶어 주었던 살아 있는 끈이 풀려 버리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도리어 정반대의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바로 주님의 떠나가심을 통해서 그들의 기쁨이 본래대로의 크기를 가지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기쁨은 이제 완성과 성숙의 상태, 명쾌함의 상태에 다다랐고, 이 상태가 곧바로 마지막
순간에 이르기까지 그대로 남아 있어야 했습니다. 그들은 이렇게 기쁨에 넘쳐 떠나갔던 것입니다.
하느님 영광의 공공연한 가시성이 사라짐과 동시에 그 가시성이 지닌 궁극적인 현세적 제약과
편파성도 함께 사라져 버렸다는 사실을 그들은 분명히 깨달은 것입니다.“(34쪽)
예수께서 떠나가셨음에도 주님의 사람들이 느꼈던 기쁨은 이전, 예수님의 함께 계셨을 때 느꼈던
그 기쁨과는 내용이 다른 것입니다. 그 기쁨은 희망에 의해 뒷받침된 그런 종류의 기쁨이었을 것입니다.
이제 주님은 그들과 함께 계시지만 이전과 달리 존재방식이 가시적이 아닌, 비가시적인 형태로 계시게
됩니다. 이렇게 비가시적으로 계셔야 하는 이유는 이러한 존재형태가 어디서나 그 분이 계실 수 있는
형태이기 때문입니다. 곧, 예수께서 사라지심이 우리와 함께 계시고자 하는 바의 완성인 것입니다.
주님의 사람들은 자신들에게 약속하신(요한 16,7) 그 영을 체험하고 알게 되었고 보이지 않는 세계,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감각이 생기고 성숙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주님의 사람들은 이 기쁨의 영으로 “세상과 동떨어진 사람이 되었다거나 현실의 지반을 넘어 우왕좌왕
허우적거리는 열광에 빠진 사람들이“(37쪽) 된 것이 아니라 보다 적극적으로 현실에 투신해 나갑니다.
“그들은 예루살렘으로 갔고, 마티아를 선출했으며, 오순절에 설교를 했고, 그들의 동족과 논쟁을
벌이는 험난한 체험을 했으며, 이제 막 자라나기 시작한 공동체 안에 내부적으로 있던 갈등들을 몸으로
느꼈습니다.“(38쪽)
주님께서는 주님의 사람들, 당신과 함께 살기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외적으로 함께 계시겠다고
약속하신 것이 아닙니다. 그분은 내적인 삶을, 협조자를, 당신 영의 불을 약속하셨습니다.
저자인 벨테 신부는 이 책에서 주님께서 나누어 주신 영을 하나 하나 구분지어 살펴보고 있습니다.
이 점은 참으로 중요합니다. 그리스도교 안에 살고 계신 영을 믿음의 영, 진리의 영, 인내의 영,
사랑의 영, 자유의 영, 교회적인 영 등 여러 영으로 구분하는데 이렇게 구분해서 알 때 비로소
하나가 보이고, 하나를 염두에 둘 때에야 비로소 제대로 구분이 이루어진다는 사실입니다.
(152쪽 참조)
벨테 신부는 주님의 선물인 이 영에 대해 우리가 수동적으로 있어서는 안되며 아래의 몇가지를
행할 것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먼저 영을 믿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영은 아주 깊숙이 감추어져 있지만 우리에게 수락되어
있고 부여되어 있다는 점을 믿어야 합니다.
다음으로는 ‘영’이라는 은사를 그 은폐성으로부터 깨워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예수님을 바로보고
그분께 귀기울일 것이며 이를 위해 복음의 증언에 자신을 열어 놓으라는 것입니다. 성서를 많이
읽으라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이 ‘영’과 관련하여 우리가 해야 할 일이란 “우리 안에 감춰진 채 살고 계시면서 대낮의
밝은 빛에 모습을 드러내려 하시는 저 은총의 선물께 우리 자신을 맡겨 드리고, 그분과 함께
숨쉬며 함께 살아가는 일“(20쪽)이라고 벨테 신부는 말하고 있습니다.
묵상집에 관해 쓰려 할 때 느끼는 대표적 곤혹스러움은 요약이 힘들다는 것입니다.
모든 내용이 ‘깊은 묵상의 산물’이며, ‘신앙고백’이며, 무엇보다 ‘성서를 원천’으로 삼고 있기
때문입니다.
벨테 신부님의 이 책도 처음부터 끝까지 어느 구절 하나 버릴 것이 없을 만큼 좋은 내용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저로서는 ‘믿음의 영’과 ‘인내의 영'을 주의깊게 읽었으면 하고 추천하고 싶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인내의 영’을 읽으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마르타의 어두운 부엌’
(루가 10,38-42)이 머릿속을 맴돌았고 마더 데레사의 기도에 관한 에피소드([카톨릭 신자는 무엇을
믿는가2], 357-358쪽 참조)도 떠올랐습니다.
날이 무척 덥습니다. 살기가 만만치 않습니다.
제 2차 세계대전이라는 큰 전쟁을 겪고 난 후 유럽사람들이 여러 가지로 힘들어 하던 때 출간되었다는
이 책이 지금의 우리에게 다소의 위안을 주지 않을까 생각하며 다음과 같은 뵐테 신부의 격려의
말씀을 전합니다.
“저 영은 어느 곳에서나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정신차려라, 그리고 깨어 사는 법을 배워라!
어떤 명확한 사실이 숨겨져 있어 네가 그것을 알아채지 못하지만 실은 그것이 너와 함께 네 인생길을
같이 걸어가고 있으니 이를 깨달아라! 고요하게 있는 친구를, 눈으로는 볼 수 없는 천사를, 감춰져 있는
별을 건성으로 보아 넘기지 말아라! 그것이 네가 가고 있는 길을 떠나지 않고 동행하고 있다. 길고
혼란스러운 네 인생길을 걸어가면서 그것을 알아차리는 법을 배워라! 그것을 알아 차리고, 조용히
신뢰하며, 그것을 따르는 법을 배워라!“
<소개하는 책의 이력서>
도서명 : 그리스도교 안에 살고 계신 영
지은이 : 베른하르트 벨테
옮긴이 : 김진태
출판사 및 출판연도 : 카톨릭대학교 출판부, 199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