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 속에 숨다

2004. 7. 15. 오후 11:44:10

글자

안개 속에 숨다

 

나무 뒤에 숨는 것과 안개 속에 숨는 것은 다르다

나무 뒤에선

인기척과 함께 곧 들키고 말지만

안개 속에서는

가까이 있으나 그 가까움은 안개에 가려지고

멀리  있어도 그 거리는 안개에 채워진다

산다는 것은 그러한 것

때로 우리는 서로 가까이 있음을 견디지 못하고

때로는 멀어져감을 두려워한다

안개 속에 숨는 것은 다르다

나무 뒤에선 누구나 고독하고, 그 고독을 들킬까 굳이 염려하지만

안개 속에서는

삶에서 혼자인 것도 여럿인 것도 없다

그러나 안개는 언제까지나 우리 곁에 머무를 수 없는 것

시간이 가면

안개는 걷히고 우리는 나무들처럼

적당한 간격으로 서서

서로를 바라본다

산다는 것은 결국 그러한 것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게

시작도 끝도 알지 못하면서

안개 뒤에 나타났다가 다시 안개 속에 숨는 것

나무 뒤에 숨는 것과 안개 속에 숨는 것은 다르다

 

                                           - 류시화-

 

한때 '류시하' 시인에게 빠졌든적이 있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그의 시 입니다.

낯익음 속에   감춰져 있는 낯설움의 세계를 발견케  해주죠.  

소리내어 읽으면 더욱더 온몸으로 스민답니다.

 하지만 지금은 -현양회합창단-에 푹~ 빠져있답니다.ㅎㅅㅎㅅㅎ

            

댓글 1

  • 2004년 7월 16일 오전 9:13

    그대가 있어도 그대가 그립다는 詩를 한동안 좋아했었죠... 좋은 글 방가방가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