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月 17일 / 연중 제 2주일
[ 오늘의 강론 ]
그런데 포도주가 떨어지자
예수님의 어머니가 예수님께
"포도주가 없구나." 하였다
예수님께서 어머니에게 말씀하셨다.
"여인이시여, 저에게 무엇을 바라십니까?
아직 저의 때가 오지 않았습니다."
그분의 어머니는 일꾼들에게
"무엇이든지 그가 시키는 대로 하여라."
하고 말하였다.
< 요한 2장 1절 - 11절 >
인간의 곤경을 외면하지 않으시는 주님
★ 묵상 길잡이 :
예수님은 제자들과 함께 혼인잔치에 가셨고,
식사초대에도 잘 응하셨다.
그래서 '먹보'라는 비난도 받으셨다.
예수님은 고행주의자나 엄격주의자는 아니셨다.
술이 떨어진 잔치집의 곤경을 외면치 않으시고
마리아의 간청을 받아들여 첫 기적을 행하셨다.
1. 예수는 고행주의자나 엄격주의자가 아니셨다
사순절에 단식재(斷食齋)와 금육재(禁肉齋)를 지키고,
사제들과 수도자들이 독신생활을 하는 것을 보고는
교회는 단식과 고행을 권장하고, 부자들을 무조건 배척하며,
성(性)을 죄악시하고, 세상을 등지고 사는 것을
최선의 덕으로 삼는 양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그러나 우리는 오늘 복음에서 혼인 잔치 집에 제자들과 함께
하객으로 참석하시고, 술이 떨어지자 당신의 첫 번 기적을
행하심으로 혼인을 축복하신 예수님을 눈여겨보아야 한다.
예수님은 돈 많은 세관장 자캐오의 집에 식사초대를
자원하셨고(루가12,2-10), 당시의 유력자 아리마태아 사람
요셉과도 친분을 가지셨다.(요한19.38)
물론 예수님은 독신으로 오로지 하느님 나라를 위해
헌신하며 사셨고, '머리 둘 곳조차 없는'(루가9,58)
가난 한 자로 사셨고, 광야에 가서 40일 동안이나
단식을 하시기도 하셨다.
그러나 예수님은 결혼을 하는 것이나, 잔치에 가거나
먹고 마시는 일을 죄악시하고 매도하는 엄격주의자(嚴格主義者)나
고행주의자가 아니셨음을 분명히 알아야 하겠다.
2. 하느님은 자동판매기인가?
입시준비를 하던 한 학생이 너무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는지
갑자기 말이 없어지고, 때로는 신경질을 부리며 그릇이나
유리창을 깨는 바람에 온 집안이 갑자기 초상집처럼 되었다.
이곳 저곳 정신병원을 다녔으나 별 효과가 없었다.
그런데 그 어머니가 "신부님, 제가 이번 대림절 동안
우리 집 아픈 아이를 위해 1주일에 세 번씩 단식하며
밤샘기도를 하고 희생을 바쳤더니, 드디어 어제 저녁에
성모님께서 우리 아이를 치유해 주셨습니다."
하며 말하는 것이었다.
나는 참으로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조금은
이해할 수 없는 심정이었다.
어쨌든 멀쩡하게 나았다니 얼마나 다행인가?
그런데 며칠 있다 들어보니 그 어머니도 정신이 좀
이상해졌다는 것이었다.
우리는 가끔 내가 이런 저런 기도를 하며 희생을 바치고
공로를 세워 그것이 어느 정도 쌓이게 되면, 하느님은
반드시 은총과 축복을 내려주시고, 반대로 나의 죄나
잘못이 쌓여 어느 한계에 이르면 반드시 큰 재앙이나
벌(罰)을 내리는 분이라고 생각한다.
말하자면 우리는 하느님을 어떤 「기계적인 원리」나
「법칙」인양 생각하는 것이다.
마치 동전을 집어넣으면 기계적인 원리에 의해 캔 커피나
넥타가 똑 떨어지는 자동판매기인양 말이다.
그러나 예수님이 계시해주신 하느님은 절대로 어떤 기계적인
원리나 에너지가 아니라, 눈물을 흘리시고, 진노하시고,
그러시다가도 마음을 돌리시는 인격적인 하느님이시다.
잔치 집에 술이 떨어진 이 곤경을 마리아는 누구보다 잘 알고 계셨다.
그리고 마리아는 예수께 "술이 떨어졌다"고 알린다.
아마도 성모님께서는 아들 예수님이 특별한 능력을 갖고
계심을 이미 알고 있었음이 분명하다.
그러나 예수님은 당신이 기적을 행하며 사람들 앞에
드러날 때가 아니라고 판단하여 "아직 저의 때가
오지 않았습니다."(요한2,4) 하며 마리아의 청을 거절하신다.
그러나 마리아는 막무가내로
"무엇이든지 그가 시키는 대로하여라." 하시며 간청하신다.
아들 예수님은 마리아의 간절한 청원을
외면하지 않으시고 첫 기적을 베푸신다.
이 첫 번째 기적으로 예수님은 당신의 권능을
드러내시며 당신이 누구신자를 밝히 보여주신다.
하느님은 이렇게 자유로운 인격적인 결단을 하시는
분이심을 알아야 한다.
하느님은 우리들의 죄로 진노하시다가도 우리의 회개를
보시고는 마음을 돌리시는 분이시다.
"아들의 죽음을 슬퍼하는 과부의 눈물을 보시고
측은한 마음을 가지시는 분"(루가7.13)이시다.
3. 마리아는 우리의 전구자(轉求者) 이시다.
우리 시대에는 특별히 성모님의 활동이 눈에 띄게 많은 때이다.
세계 도처에서 성모님의 발현이 있었고 그때마다 회개와
보속(補贖)을 명하는 메시지가 주어졌다.
그런데 우리 주변엔, 소위 신학을 공부한 사람들은 마치
성모님 공경은 배운 사람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신심인양
생각하는 사람도 없지 않다.
그런가 하면 반대로 미사 중에도 묵주기도를 하고 있다든지,
미사 참례는 하지 않으면서도 레지오는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삐뚤어진 성모신심에 빠진 사람도 있다.
양 극단은 모두 잘못이라고 생각한다.
오늘 복음은 성모님이 아들 예수께 얼마나 영향력이 있는 분인지,
성모님과 예수님이 어떤 관계인지를 너무나 잘 보여준다.
마리아는 하느님의 은총을 우리에게 나누어주는
가장 유력한 전구자 이시다.
천주의 성모 마리아님, 이제와 저희 죽을 때
저희 죄인을 위하여 빌어주소서. 아멘.
ㅡ 마산교구 유영봉몬시뇰 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