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훈 0807디다케주일학교와나

2008. 9. 5. 오전 6:09:02

글자
 
2008년7월
추억이 방울방울
이정훈_대건 안드레아 / 의정부교구 퇴계원 성당 어린이부 주일학교 교사

주일학교 교사로서 5번째, 교감으로서는 3번째 여름 캠프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여름 캠프의 추억’이라는 주제로 글을 쓰려고 하다 보니, 일주일가량 지난 사진첩들을 열어 보며 추억들을 되새김질하게 되네요. 예전 추억들을 더듬으며 혼자서 웃기도 하고 괜스레 눈물이 나기도 했고요. ‘여름 캠프’ 하면 한마디로 ‘고생’이라는 단어가 생각납니다. 아마 몇 개월 전부터 장소 섭외를 위한 수차례의 답사를 비롯해 각종 회의가 이어지고, 막바지 거의 한 달간은 성당에서 숙식을 하며 캠프 준비에 온 정성을 쏟게 되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렇게 매일을 보내다 보면 피곤이 몰려와 정작 중요한 9일 기도를 할 때면 졸음이 쏟아지기 일쑤고요. 하지만 저는 우리 아이들과 함께할 소중한 시간을 생각하며 캠프를 만들어 갑니다. 지난 5년간, 제가 함께한 캠프에는 모두 잊을 수 없는 소중한 추억이 담겨 있습니다.


 1년차  나의 소중한 첫사랑, 2004년 캠프
20살의 신입 교사. 시키면 뭐든지 하는 그야말로 열정 충만한 제 모습이 떠오릅니다. 방학 때 아르바이트도 안 한 탓(?)에 매일 성당에서 살며 캠프 때 쓸 재료를 구하기 위해 동대문과 동네 문방구나 잡화점들을 뱅뱅 돌았던 기억도 납니다. 그렇게 첫 캠프(강원도 평창 생태마을)를 준비했고, 저는 각종 레크리에이션을 담당하게 되었습니다.
당시 모든 프로그램이 순조롭게 진행되었는데, 미니 올림픽을 하면서 문제가 생겼습니다. 햇살이 너무 뜨겁다 못해 따가워서 아이들이 지쳤던 거지요. 그래서 즉석으로 생각해 낸 것이 캠프 주제가를 부르게 하고, 틀리면 호수로 찬물을 맞는 벌칙을 받는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아이들은 더워서 일부러 주제가를 틀리고 물을 맞으며 즐거워했습니다. 또 담력 훈련 때 ‘주님의 기도를 하세요!’라는 미션을 보고 ‘주님 은혜로이 내려주신 이 음식과…….’라며 식사 전 기도를 하던 개구쟁이 아이들이 떠올라 절로 미소가 지어지네요. 사진을 보니 그때 아이들이 모두 중고등학생이 되었습니다. 두근두근했던 첫 캠프였지요. 
 
 2년차  미안하다, 사랑한다! 
제가 2년차가 되던 해에는 본당에서 갑자기 격년으로 캠프와 신앙학교를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젠 좀 뭔가 알듯 싶었는데 신앙학교를 한다니 조금은 섭섭한 마음도 들었지만,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 본당에서 진행할 3일간의 신앙학교를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하필 한창 바쁜 기간인 7월에 15일간 필리핀으로 선교 체험을 갈 기회가 생겼습니다. 이런 때에 내가 빠지면 그 빈자리는 어떻게 해야 하나 많은 걱정을 했는데, 수녀님과 동료 교사들이 흔쾌히 허락해 주어 고마움 반, 미안함 반으로 선교 체험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사실 선교 체험 내내 신앙학교가 마음에 걸려서 매일 신앙학교를 위해 기도했답니다. 아, 그렇게 돌아와 아이들과 신앙학교를 하며 겪은, 우스꽝스러운 추억이 하나 떠오릅니다. 수영장에서 짓궂은 고학년 남자아이들이 제 동기 교사의 수영 팬티를 물속에서 벗겨 버렸거든요. 이렇게 사랑스러운(?) 아이들이 곁에 있어 처음 하는 신앙학교도 무사히 마쳤답니다.

 3년차  하느님의 손길을 느끼다!
교감이 되었습니다. 자질이 있어서가 아니고, 선배 교사들이 모두 그만두어 제가 최고참이 됐기 때문입니다. 아무것도 모를 신입 교사들을 이끌려니 막막한 마음에 교감 연수를 가서 엄청 울었던 기억이 나요. 그래도 하느님 은총인지 당시 신입 교사들이 정말 참신한 아이디어를 많이 내 주어 재미있게 캠프를 준비하고 답사도 다녀왔는데, 이게 웬일! 갑자기 본당에서 가족 캠프를 준비하라는 거예요. 다행히 장소는 그대로 하고 프로그램만 다시 짜기로 했습니다. 근데, 제가 바로 제 축일인 7월 5일에 교통사고가 나 입원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더 이상 캠프 준비를 못했냐고요? 아뇨, 매일 환자복을 입은 채 도망쳐 나와 성당에서 계속 캠프 준비를 했답니다.
그해에는 경상남도 울진으로 캠프를 떠났습니다. 아이들이 5시간이 넘게 차를 타고 가다 보니 단체로 멀미를 하기도 했고, 3박 4일간의 긴 캠프라 교사들도 아이들도 많이 지쳤던 게 기억에 남습니다. 하지만 감사하게도 자모회, 대건회를 비롯한 본당 어른들이 든든히 버티고 계셔서 모든 문제를 일사천리로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가족 캠프 마지막 날 캠프파이어를 하기 전 해변가에서 전 신자가 공동체 미사를 드렸는데, 정말 감동적이었어요.   

 4년차  캠프를 위해 충성!
4년차가 되던 해는 경기도 청평의 한 펜션으로 장소를 잡고 캠프를 준비했습니다. 3년차 캠프를 마치자마자 바로 공익근무요원으로 복무하게 되어 어떻게 보면 시간적인 여유가 많았지만, 신분이 구속되어 있는지라 동료, 후배 교사들에게 부탁할 일이 많아졌습니다. 게다가 그해 들어서면서 다시 대부분의 교사 구성원이 바뀌게 된 바람에 저는 군대를 가야 하는 교사 두 명을 붙잡고 조금만 입대를 늦춰 달라고 사정을 해야 했습니다. 결국 그 교사 두 명은 캠프가 끝나고 10일 후에 입대하게 되었습니다.
두 교사에게 너무 고맙고 미안해서 수녀님과 본당 교사들과 함께 캠프 중에 깜짝 송별식을 준비했어요. 그런데 그 전에 이 두 교사가 캠프 첫째 날과 겹친 제 생일을 위해 깜짝 파티를 준비했더군요. 입대를 앞두고 바빴을 텐데 그 마음 씀이 어찌나 고맙던지. 캠프 둘째 날 공동체 미사 중간에 송별식을 해 주었을 때, 주일학교에서의 추억을 담은 동영상과 영상 편지를 보고 눈물을 흘리던 듬직한 두 사내 녀석이 눈앞에 아른거립니다.

 5년차  함께여서 행복한
저는 지금 이 순간에도 분주히 캠프를 준비하고 있을 겁니다. 올해는 가평의 코스모피아 천문대로 캠프를 떠나요. 그런데 제가 이번엔 WYD(World Youth Day, 세계 청년 대회)를 가게 되었습니다. 2년차 때와 같은 미안한 일이 생긴 거예요. 사실 올해 교사를 그만둘 줄 알고 신청한 거였는데, 결국 미안하게 되어 버렸습니다. 허락해 준 교사들에게 정말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어요(최대한 많이 준비해 놓고 갈게. 정말 미안해). 지금 우리 교사들과 함께할 수 있음이 무엇보다 행복하다는 것, 기억해 주길 바랍니다.        
교사들에게는 바쁘고 힘든 시기입니다. 그래도 무엇보다 이 노력이 우리 아이들에게 주님의 사랑을 알려 줄 좋은 기회로 쓰인다는 것을 기억하며 열정을 잃지 않는다면, 꼭 웃으며 오늘을 추억할 날이 있을 거라 확신합니다. 함께해 주는 우리 동료 교사들과 힘을 주시는 신부님, 수녀님 그리고 사랑으로 맞이해 주는 우리 아이들. 마지막으로 곳곳에서 저와 같은 일을 하고 있을 모든 교리교사들을 생각하며 파이팅을 외쳐 봅니다. 파이팅! 우리 퇴계원 어린이부 교사들도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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