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려한 장례식♧

2008. 11. 18. 오전 8:41:48

글자
화려한 장례식
 
며칠전, 엘리사벳 자매가 늘 애쓰시는
돈암동 빈첸시오회에 초상이 났습니다.
고인을 안암동 고대병원 장례식장에 모셨습니다.
영정사진 앞에 낯익은 얼굴들이 여럿 모여있습니다.
그들은 하나같이 상복을 갖춰입고 문상객을 맞고 있었습니다.
상주라면 친형제 자매일 터인데 그들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피하나 섞이지 않은 성당 교우들입니다.
그들이 상주로 문상객을 맞고 있습니다.
저쪽에서는 40넘은 노총각 안드레아가 음식 쟁반을 들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돌아가신 분은 돈암동에 사시던
이 세상에 피붙이 한점없는 할머니인데
연세가 88세라고했습니다.
돈암동성당 빈첸시오회원들이 8년전부터 자주 찾아뵙고
목욕이며 먹거리며 챙겨드렸습니다.
형제 자매의 정성이 닿았을까요.
할머니 연세 82세 때 영세를 받으셨습니다.
몇년을 그렇게 잘 사셨는데 병이 깊어지시고
치매까지 겹쳐서 대소변을 가리지 못하는 지경에까지 이르자
할수없이 시설로 모시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시설에서 기별이 왔습니다.
할머니가 돌아 가셨다구요.
돈암동 신자들은 논의 끝에 할머니를 모셔 오기로 했습니다.
오랫동안 곁에서 함께했던 할머니를
그렇게 보내서는 안된다는 게 사람들의 생각이었습니다.
할머니와 함께했던 기억들이
그들의 마음을 흔들고 지나갔습니다.
할머니의 인자한 미소가 아직 가슴에 있는데
짐짓 모른체하기엔 정이 깊었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장례식이었습니다.
자매들은 낮을,형제들은 밤을 지켰습니다.
성당에 이런 사실이 퍼지자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었습니다.
연령회에서, 레지오에서도 함께 자리를 해주었습니다.
이 세상을 떠날 때 필요한 비용이라고 생각하셨을까요.
할머니는 이백만원을 남겨 놓으셨습니다.
써야할 돈은 오백이 훨씬 넘어갔지만
여럿이 함께하는 일에 그런 건 별 문제가 되질 않았습니다.
올 땐 준비없이 온 이들도 나갈 때는
얼마간의 돈을 넣은 봉투를 슬며시 놓고갔습니다.
연도가 끊이지 않고 이어졌습니다.
서로서로 고생한다, 애쓴다는 말이 오가고
손을 잡고 서로의 인생을 위로했습니다.
그들 마음에 오가는 따뜻함은 슬픔보다 깊었기에
미소지을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삼일장을 치른후
성당에서 장례미사를 올렸습니다.
말을 전해들은 신부님의 배려가 있었습니다.
수많은 신자들이 손을 잡고 기도했습니다.
일렁이는 감동이 사람들을 울게 했습니다.
한줄기 강물이 마음에서 마음으로 흘렀습니다.
뜨거운 눈물이었습니다.
그렇게 할머니를 배웅했습니다.
누구라도 언젠가는 이 세상과
마지막 작별 인사를 나누어야겠지마는
이 세상 뜰 때 누군들
미련 한점없이 훌훌 털고 일어설 수 있을까를 생각합니다.
그러나 장례에 함께했던 이들은 압니다.
할머니가 웃으며 하느님의 길로 훌훌 떠났음을
누가 말해주지않아도 압니다.
댁에 갈 때마다 무엇이라도 내오며 반겨주시고
인사할때면 손을 꼭 잡으시며
고마워 고마워라고 거듭 말씀하시던 할머니.
사람들은 벅찬 마음으로 할머니를 보내드렸습니다.
화려한 장례식입니다.
2008/11/13 이영형 다미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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