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월의 마지막밤…지금 당신도 별을 헤나요?

2008. 11. 1. 오전 8:3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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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월의 마지막밤…지금 당신도 별을 헤나요?

2008년 10월 31일(금) 2:39 [한국일보]

시월이다. 마지막 밤이다. 계절이 가고 새 계절이 오지만 희망보다 낙망이 앞선다. 등을 어루만지던 햇볕은 온기를 잃고, 뺨을 치는 바람은 힘을 더한다. 떠난 사람이 사무치고, 곁에 있는 사람이 그립다. 사랑과 추억과 이별과 낭만이 모자이크를 이룬 시월의 마지막 밤, 이 밤의 끝을 잡고 싶은 그대, 당신은 어디서 무엇을 했으며 무엇을 할 것인가.

■ 시월의 마지막 밤은… 사랑이다.4년차 주부 김선아(34)씨는 5년 전 시월의 마지막 밤을 잊지 못한다. 지금은 남편이 된, 당시 남자 친구와 교제를 시작한 지 3개월째. 가을의 마지막을 무심히 보낼 수 없어 약속을 잡았고 저녁을 함께 했다. 생맥주 한 잔 걸치고 덕수궁 돌담길을 걷던 두 사람은 무심코 가벼운 첫 포옹과 첫 키스를 나눴다.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두 사람의 사랑은 급물살을 탔다. 양가 부모님의 극심한 반대를 넘어 두 사람이 결혼식장에 들어설 수 있었던 것은 시월의 마지막 밤이 던져준 강렬한 사랑의 인장 때문이었다.

이후 10월 31일은 결혼 기념일과 생일 다음으로 두 사람들이 챙겨야 할 주요 기념일이 되었다. "늦가을의 차가운 밤 공기 때문이었을까요. 팔짱을 끼고, 포옹을 하고, 입맞춤을 하며 서로의 체온을 나눠야 한다는 생각이 까닭 없이 들더군요.

매년 그랬듯 올해도 애는 친정에 맡기더라도 남편과 호젓하게 저녁을 함께 할 겁니다. 그래야 우리 부부의 사랑이 아직도 진행형임을 피부로 느낄 수 있을 테니까요."■ 시월의 마지막 밤은… 추억이다.대학원생 홍미경(33)씨는 15세이던 중학교 시절 '잊혀진 계절'이라는 노래를 처음 알게 됐다. 연합고사를 앞두고 야간 자율학습을 하던 그 해 10월 31일, 사대를 졸업하고 갓 부임한 스물 다섯의 국어 선생님은 입시에 시달리는 가여운 여학생들을 위해 자진해서 이 노래를 불렀다.

늦가을 밤, 예쁜 여선생님이 청아한 목소리로 부르던 아름답고 슬픈 선율은 그렇게 사춘기 여학생들의 심장에 유리 파편처럼 박혔다. 그가 노래에 곁들여 들려준 대학 시절의 추억과 함께.

홍씨는 "그날 이후 대학에 진학하면 나도 그날은 특별히 보내야지 하는 생각을 했다"며 "매년 10월 31일만 되면 이젠 40대가 된 선생님께 메일이나 문자 메시지를 보내고, 친구들과 함께 술을 마시곤 했다"고 말했다.

"시월의 마지막 날은 노래 가사 하나에도 감성을 자극받던 순수하고 꿈 많은 중학생 시절의 나를 기억하게 해요. 달리 모일 핑계거리가 없던 가을날, 대학 친구들과 함께 보낸 시간과 추억도 되돌아 보게 만들고요."■ 시월의 마지막 밤은… 이별이다.회사원 김동호(32)씨는 매년 10월 31일이면 그녀의 집 앞을 떠올린다. 오해와 고통으로 얼룩졌던 춥고 시린 시월의 마지막 밤. 몇 해 전이었다.

애인으로부터 동물원의 노래 '우리 이렇게 헤어지기로 해'의 가사 한 토막을 문자 메시지로 받고, 김씨는 득달같이 그녀의 집 앞으로 달려갔다. 센티멘탈해진 그녀가 무심코 보낸 노래 가사를 이별의 메시지로 오해한 것.

하지만 그녀는 김씨가 집 앞을 서성이며 밤을 새도록 고집스럽게 나오지 않았다. 김씨는 오해인 줄 몰랐고, 그녀는 오해를 풀어줄 생각이 없었던 것. 그렇게 그녀와는 엇갈리고 말았다.

"10월 31일이면 그날의 춥고 외로웠던 기억이 납니다. 얼어죽을 만큼 추웠죠. 그날이 시월의 마지막 밤이 아니었다면 그런 오해는 결코 일어나지 않았을 거예요. 그녀도 나의 오해쯤은 가볍게 풀어줬을 거예요. 하지만 10월 31일이라는 시간의 자장에 들어서는 순간 둘 다 지독히도 멜랑콜리해졌죠."술을 마시지 않는 김씨는 매년 시월의 마지막 밤이면 혼자서 가만히 그날의 이별을 다시 겪는다.

■ 시월의 마지막 밤은… 낭만이다.광주 서구청의 박승현 문화체육계 계장은 매년 10월 31일이 조심스럽고 긴장되고 은근히 기대가 된다. 자신이 총괄하고 있는 '10월의 마지막 밤 행복 콘서트'를 통해 구민들에게 낭만의 시간을 만들어줘야 하기 때문이다.

1년 중 11번 열리는 구청 주최의 '행복 콘서트' 중 10월 31일의 콘서트는 특별하고도 특별하다. 한해의 콘서트를 결산하는 하이라이트이면서도 주민들이 거는 기대가 남다른 무대다. 이날 콘서트는 규모부터 다르다. 공원 등의 간이무대에 올랐던 앞선 10번의 콘서트와 달리 정식 공연장에서 펼쳐진다.

"주민들이 이날은 특히 의미를 두고 공연장을 찾아요. 보통 때 콘서트는 많아야 200명이 관람하는데 지난해 10월 31일엔 460석의 객석이 꽉 찼습니다. 가족과 부부와 친구들이 공통의 추억을 만들 수 있다는 낭만이 충만한 날이라 그런 듯해요. 그러니 저희도 여러모로 신경을 쓰고 준비할 수 밖에 없죠. 올해는 800석 규모의 서구문화센터 대공연장을 잡아 놓고 주민들을 기다리고 있습니다."라제기기자 wenders@hk.co.kr박선영기자 aurevoir@hk.co.kr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인터넷한국일보(www.hankooki.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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