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많이 드세요
시간은 형용사
밤 열 두 시 전이지만 글을 쓰다 보면 넘을 것이다
조금 있으면 오늘 하루의 봉쇄선을 지난다
마음을 봉하는 것이 아니고 봉해둔 마음의 절제됨이 나약하기에
세상은 모두 마음의 봉쇄선 밖에서, 한낱, 틔우지 않은 씨앗이다
봉쇄선을 두고 주고 받는 시선은 애틋하더이다
신부의 어미는, 넘어야 하는 선종을 편안히 기원하며 인생의 마무리를 말씀하셨고
신부와 제자수녀가 만나는 잔잔한 시선을 봉쇄하지 못하듯이
서로 바라보지 못하고 겨끔내기하는 시선의 떨림 또한 애틋해서 인생은 봉쇄할 수 없더이다
낮고 조용하게 울리는 성가를 통해 들을 수 있는 마음을, 수녀님들과 성가로 주고 받다가 생각난 것은
하느님이 태초에 말씀이 아닌, 노래를 하신 것은 아닐까? 하는 마음의 성찰
태초에 말씀이 있고, 서로 갈라진 말 때문에 인류의 싸움과 다툼이 시작되었지만
태초에 노래가 있었으면 우리는 모두 지금까지 평화롭게 살지 않았을까?
예수님의 말씀은 랩처럼 중독성이 있었다
성가는 랩에 기반을 둔다. 화답송이 랩의 기본이다
시중의 랩은 속사포 같은 욕설이거나 불만이거나 사람을 감춘 고백이기도 하다
수줍기에 속사포같이 던져두고 떠나야 하는 사랑의 랩(rap) 한 소절 이 시중과 성가가 동일하게 하고자 하는 것이다
오늘 그 시선을 엿보았다
신부님이 말씀하시며 오버한 말씀
밥 많이 드세요
밥은 사랑보다 배짱 있는 단어이다
그래서 예수님은 하늘의 모든 것을 양식으로 통일하여 말씀하신 거다
밥이 사랑보다 으뜸이고 모든 것에 앞선다
그 사랑을 밥 많이 드세요 라고 말하는 남자라니
표현이 난간이며 적확하다
또한 사랑의 또 다른 표현이 밥이라니
오늘, 가느다란 우리 성가대의 소리로 그 사랑의 들러리를 서주었다
어떤 전쟁도 이길 수 있는 사랑의 들러리
그것이 이 세상을 위한 목숨 들러리였다
성가가 미사의 들러리라고 생각한다면, 당신은 모든 삶의 들러리가 될 것이다
성가 없는 미사나 예배
그 밋밋함을 생각해 보라
성가대 여러분 밥 많이 드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