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 숙제

2012. 1. 6. 오후 4:01:56

글자

지난 해 8월..
새 신부님들 첫미사 후 뒷풀이 때
기대 반, 의구심 반으로 신부님께 건의드렸었었습니다.

"성가대 자리를 중앙 뒷편 유아실 자리로 옮겨 주시면 해가 가기전에 발표회 하겠습니다."

2년 전 제가 성가정성가대 지휘자로 소명을 받던 날부터
성당 구석에 쑥 들어가 박혀있던 성가대 자리가 늘 마음에 걸렸었습니다.

예상 밖으로 신부님께선 흔쾌히 답을 주셨고
그 때부터 저는 발표회 준비를 서둘렀습니다.
선곡을 하고, 악보를 만들고, 곡 해석을 하고, 악보를 외우고..

아마 단원 여러분들도 어쩌면
난생 처음 호된 어려움을 겪으며 이 발표회를 향해 노력하고
많은 것들을 희생하셨으리라 생각합니다. 

발표회가 생각처럼 잘되었는지 그렇지 못한지 차치하고
우리 모두는 가슴 한쪽에 뭔가 뜨거운 것 한가지씩은 체험하고
또 소중히 간직하고 계시리라 믿습니다.

모두들 고생하셨고, 애쓰셨습니다.
별난 지휘자탓에 더 쉽게 갈 수 있는 길을 어렵게 갔는지도 모릅니다.

저는 지휘를 하면서
제 아집 탓인지 (좋게 얘기해서 소명이라 생각하려고 합니다만)
편한 노래, 편한 발성으로, 편하게 노래하기 보다는
하느님께 또는 전례에 합당한 노래, 합당한 발성, 합당한 영성으로 노래를 만드는 쪽을 늘 택합니다.
그로 인해 단원 여러분들께 본의 아닌 어려움을 드리게 되구요.
그점 매우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발표회를 마치고 
저도 많은 시간 하느님앞에서 묵상하였습니다.
묵상 내내 머릿속에서 맴도는 성서말씀이 있었습니다.

<너희도 분부대로 다 하고나서 "저희는 쓸모없는 종입니다. 해야 할 일을 하였을 뿐입니다."하고 말하여라.>


여러분들도 기도 중에
하느님께서 여러분 각자에게 주시는 메세지가 무엇인지 알아들을 수 있는 시간이 있으시길 기원합니다
.
발표회 영상을 몇번이고 보면서 볼수록 아쉬움이 남는 것이
시간이 지날수록 소리에 힘이 현저하게 떨어진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가지고 있는 소리에 비해 인원이 부족하다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물론 발표회 임박해서 한명이 빠진 것이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커다란 영향을 주었겠지만
아뭏든 안스러울 정도로 아쉬움이 느껴졌습니다.
 
유례없는 긴 방학을 만끽하시면서 방학숙제 한가지를 드리려고 합니다.
지금 이 시점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이자, 제가 성체앞에서 느낀 메세지입니다.

개학하는 날..
여러분 각자가 한명씩의 새 단원을 모시고 오는 것입니다.
그것이 지금 우리 성가대에 가장 필요한 선물이고 에너지가 될 것입니다.
한 걸음 더 나아가기 위한 필수요소입니다.

힘드실 것입니다.
당장 눈에 드러나는 사람도 없는 것처럼 여겨지구요.
하느님 앞에서 많이 기도하시면서 그분의 힘을 청해 보십시오.
6개월전만해도 어디 우리가 감히 발표회를 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습니까?
하느님이 하시고자만 하시면 이런 기적과 같은 일도 일어나니까요.
여러분들의 분발을 기대합니다.
그래서 개학하는 날
지금의 두배가 되는 단원으로 노래하게 되기를 소망합니다.






 

댓글 2

  • 2012년 1월 9일 오전 12:43

    라우렌시오는 벌써 건장한 젊은 청년을 성가대 단원으로 섭외했던데 부럽당~ 난 누굴 데려오나 ^^ 성체앞에 깊이 묵상해봐야 겠네요..고 난이도의 방학숙제^^*

  • 2012년 1월 10일 오후 11:26

    다음주에 성가대석에 앉아 미사보는 양반들 모다 입회원서 받아야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