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조선 김대중 고문의 ‘시민권력 광고탄압론’

2008. 6. 23. 오전 11:29:08

글자
조선 김대중 고문의 ‘시민권력 광고탄압론’
입력: 2008년 06월 13일 16:35:49
 
'골프클럽 창립 기념 대잔치 50구좌 선착순 모집' '성공투자를 확신합니다! 명품 전원주택지 2차분양' '미래가치 1순위 황금의 땅 관리지역 분양' 다들 부동산 투기(?)나 투자를 부추기는 광고 문구들이다. 이들 기획 부동산 관련 광고는 종종 과장되거나 심지어 허위 내용들이 포함되는 경우도 있어 일반인들의 신뢰도가 높지 않다. 그렇다면 이런 광고를 실은 매체는 어떤 것들일까. 부동산 광고 전단지나 정체불명의 인쇄물에 새겨진 광고일까? 천만의 말씀이다.

놀랍게도 앞서 밝힌 문구들은 지난 12일자 조선·중앙·동아일보 1면 하단에 일제히 실린 광고에 나온 것들이다. 통상적으로 이런류의 광고는 단가가 싸서 남는 면이나 안쪽지면을 할당받는다. 설사 많은 광고료를 지불한다고 해도 메이저 신문에서 1면을 차지하기는 어렵다. 대개 광고료가 가장 비싼 1면 광고는 대기업들의 품격 있는 이미지 광고나 정부의 공적광고가 들어가기 때문이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콧대 높던 조중동의 1면 광고가 이렇게 싸구려 광고로, 그것도 동시에 채우진 배경은 무엇일까.

바로 촛불 시위에서 확인된 네티즌의 힘이었다. 인터넷 공간에서 네티즌들이 또 다른 네티즌들에게 매일 매일 내준 숙제와 복습의 결과 조중동 3개 신문의 1면에서 대기업 광고가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실로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같은 현상은 1면만이 아니다. 신문을 아무리 넘겨봐도 대기업 광고는 물론이고 눈에 익은 광고주를 찾아보기도 쉽지 않을 정도다.

시종일관 쇠고기 협상에 대해 왜곡보도를 일삼던 조중동에 대해 네티즌들은 '오늘의 숙제'라는 '조중동 광고끊기 운동'을 통해 조중동을 우회적으로 압박하는 방법을 택했다. 당일 신문에 실린 기업을 대상으로 광고게재를 항의하는 것을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오늘의 숙제'라 표현하고, 전날에 실린 기업 대상을 복습이라 칭하며 실행에 옮겨 나갔다. 해당기업의 소비자인 네티즌들의 이같은 '조중동 광고끊기 운동'에 결국 기업들은 사과문을 게재하고 조중동에 광고를 싣지 않겠다고 선언을 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인터넷을 매개로 네트워크화된 네티즌들의 위력이 증명된 셈이다.


조중동 모두 이달말까지 1면에 예약된 대기업의 광고는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루 평균 7억원을 상회하던 한 메이저사의 광고수주액은 현재 3억원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심지어 지면에 실을 광고가 부족해 지금까지 고수하던 광고단가마저 포기한 상태라는 얘기도 들린다. 조중동의 광고국이 그야말로 패닉상태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닌 것 같다. 조선일보를 포함해 우리나라 신문사들의 광고에 대한 수입 의존도가 80%가 넘는다는 현실에 비춰볼 때 심각한 경영위기가 아닐 수 없다.

'조중동 광고끊기 운동'과 쇠고기 재협상을 요구하는 '촛불집회'는 소비자 주권운동이라는 점에서 일맥상통한다. 신문은 독자가 있어야 존재할 수 있다. 그러나 조중동은 독자들의 목소리와 진실을 외면한 채 '괴담이 돌아 시민을 선동하고 있다' '배후가 있다' '폭도로 변해가고 있다'는 등의 왜곡만을 일삼은 결과 소비자인 독자가 조중동을 외면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네티즌들의 '조중동 광고끊기 운동'도 쇠고기 재협상 요구 촛불집회와 마찬가지로 주권을 찾기 위한 소비자들의 자발적인 운동이라는 것에 맥을 같이 하고 있다.

이러한 사태는 조중동 자신들 스스로가 자초한 일이라는 것도 알아야 한다. 그러나 아직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조선일보 김대중 고문은 지난 8일 조선닷컴에 올린 '촛불시위 vs 1인시위'라는 특별기고문을 통해 "과거 독재시절 정치권력은 광고주에게 광고를 주지 말도록 협박해서 동아일보를 죽이려 했었다"면서 "그런 현상이 30여년이 지난 언필칭 민주화된 나라에서 국가권력이 아닌 언필칭 '시민권력'에 의해 또다시 복기되고 있으니 이것이야말로 슬프고 놀라운 시대착오의 표본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김대중 고문은 반성하기는커녕 왜곡으로부터 주권을 찾기 위한 독자들의 소비자운동을 '시민권력에 의한 언론탄압'으로 규정하며 비난했다.

조중동이 조선일보 김대중 고문과 같은 생각을 여전히 가지고 있는 한 네티즌들의 '광고끊기 운동'은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다. 양방향 소통을 기반으로 하는 인터넷으로 무장한 네티즌들은 조중동이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취사선택한 정보를 더 이상 무조건적으로 신뢰하며 수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엄호동 | 경향신문 미디어전략연구소 연구위원 rsplan@kyunghyang.com>

댓글 0

첫 댓글을 남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