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병의 근원, 비만 퇴치를 위하여
김 경 수(가톨릭대학교 성모병원 가정의학과장)
산업사회로 접어들면서 생활양식의 변화와 함께 질병의 양상도 크게 변화하였다. 과거의 주요 사망원인이던 급성 감염성 질환은 빠르게 줄어들고 있는 반면, 만성 퇴행성 질환(고혈압, 당뇨, 동맥경화, 만성 간질환, 각종 암 등)과 스트레스 등에 따른 정신적 질환 등이 크게 증가되었다. 특히 비만은 각종 성인병의 주범으로서 단순한 미적인 문제가 아니라 건강을 위협하는 중요한 질환으로 인식되고 있으며, 그 심각도가 증가하고 있다.
건강이란 단지 질병이 없는 상태만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육체적, 정신적, 사회적으로 편안한 상태를 의미하는데, 비만은 건강에 대한 위험과 관련하여 5D 곧 disfigurement(미관상 좋지 않음), discomfort(불편), disability(장애), disease(질병), death(사망)로 표현되기도 한다. 또한 비만 인구가 급속도로 증가하면서 생산성 저하나 불구가 동반되어 삶의 질에도 영향을 미치고, 추산되는 사회경제적 비용도 만만치 않아 사회적인 문제로까지 부각되고 있다.
비만의 정의와 원인
비만증이란 우리 몸에 지방이 과도하게 축적된 상태를 말하며, 체중이 많다고 반드시 비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비만은 보통 두 가지 방법으로 평가하는데, 첫째는 키와 체중을 이용한 지수를 바탕으로 하는 것이고, 둘째는 체지방량을 바탕으로 평가하는 것이다.
키와 체중을 이용하는 방법에서는 흔히 체질량 지수(kg/㎡)를 사용한다. 체질량 지수는 체중(kg)을 키(m)의 제곱으로 나눈 값이며, 23 이상이면 과체중, 25 이상이면 비만, 27 이상이면 1단계 고도 비만, 30 이상이면 2단계 고도 비만으로 분류한다. 체질량 지수는 체지방이 고려되지 않고 단순히 체중만으로 평가하기 때문에 정확하다고 볼 수는 없으나 대규모 자료를 이용할 때 유용하다.
또 다른 방법은 체성분 분석기를 이용하여 체지방률을 측정하는 것이다. 남자는 25% 이상, 여자는 30% 이상일 경우 비만으로 평가한다.
복부비만 평가는 간단히 배꼽 부위 허리둘레로 평가할 수 있는데, 남자의 경우 90cm, 여자의 경우 80cm 이상이면 복부비만으로 본다. 그 밖에 마른 체형일 때에는, 내장지방을 정확하게 측정하는 복부 CT 촬영 방법 등이 사용되고 있다.
비만의 원인은 내분비적 요소, 유전적 요소, 사회환경적 요소, 경제적 요소 등 많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내분비 질환, 유전적 질환 등 2차적 요인에 따른 비만은 전체 비만 가운데 5% 미만이며, 대부분이 특별한 병적 원인 없이 유발되는 단순 비만이다.
단순 비만의 원인으로 제기되는 여러 가지 이론 가운데 제일 중요하게 받아들여지는 것은 개개인의 생활습관, 곧 에너지의 섭취와 소비의 불균형이다. 다시 말하면 열량 섭취가 열량 소모보다 많은 상태가 지속되면 남은 열량이 체지방으로 전환되어 우리 몸의 지방세포에 축적되므로 지방세포가 비대해지는 것이다. 지방 축적으로 지방세포가 무려 20배까지도 비대해질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대부분 비만인의 경우는, 많이 먹거나 신체적인 활동량이 적어서 비만해지고, 비만해지면 거동이 불편하고 쉽게 피곤해지므로 움직이기 싫어한다. 따라서 이 때문에 더욱 비만해지는 악순환의 고리에 갇히게 된다.
음식물을 통해서 섭취한 영양분은 신체 구성 성분으로 사용되며, 신체활동을 할 때 필요한 에너지로 사용된다. 식사량이 많지 않은 사람도 활동량이 매우 적어 열량이 남게 되면 지방으로 전환되어 비만의 요인이 될 수 있다. 일상에서 우리가 사용하는 열량은 생리적 활성에 필요한 기초 대사량과 신체 활동량으로 구성되는데, 전체 열량 소모의 60-75%를 기초 대사율이 차지한다.
기초 대사율이란 아무런 활동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소비되는 열량으로, 신체 기능과 체내 항상성을 유지하는 데 필요로 하는 최소한의 에너지량을 말한다. 성별, 연령, 영양 상태, 호르몬 균형 상태, 자율 신경계의 활동 등에 영향을 받으며, 개인적으로는 약 30%의 변이를 가져올 수 있다.
합병증
비만의 정도나 체지방의 양이 같다고 하더라도 축적된 지방의 분포에 따라 건강에 대한 위험도가 다른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곧 복부형 또는 상체형, 남성형 비만은 복부나 허리에 지방이 축적된 형태이고, 둔부형 또는 하체형, 여성형 비만은 둔부나 하지에 지방이 축적된 형태인데, 복부형 비만이 둔부형 비만보다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인슐린 저항성 등의 심혈관계 질환과 더욱 관련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복부형 비만의 경우, 복부 지방세포의 지단백 분해 효소의 활성도가 높기 때문에 체내에 지방이 쉽게 축적되고 따라서 심혈관계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 사람들의 체형은 미국 등 구미에 비하여 비만 정도가 심하지 않은데도 당뇨, 심혈관 합병증 등은 비만도에 비하여 매우 높다고 할 수 있다. 그 원인을 복부비만으로 설명하는 것이다. 중년 남성들을 살펴보면 운동 부족, 스트레스 등으로 배는 튀어나오고 대퇴부 등 하체는 가늘어져 있는 특징이 발견된다. 머지않아 한국에 당뇨 대란이 올 수 있을 것으로 보는 것은 이러한 복부비만 환자가 자꾸만 늘어나기 때문이다.
비만과 관련된 질환은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동맥경화증, 지방간, 담석증, 골관절염, 통풍, 폐 기능 장애, 내분비 장애, 암 질환, 심리적 질환, 산과적 또는 외과적 합병증 등 거의 모든 성인병이다. 고인슐린혈증과 관련되어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이 복합적으로 있는 경우를 X증후군이라고 한다.
특히 비만증인 경우 정상인에 비해 당뇨병의 발생 위험률이 3.7배, 특히 복부비만의 경우에는 10.3배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동맥경화증은 협심증, 심근경색증, 뇌졸중의 직접적인 원인이며 역시 비만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폐 기능 장애로는 폐활량 감소, 저산소증, 수면 무호흡 등이 발생할 수 있다. 내분비 장애로는 월경 불순, 기능성 자궁 출혈, 무배란, 다모증, 불임증의 위험이 높아지며, 남성의 경우 비만이 심하면 테스토스테론 감소와 에스트로겐 증가로 정자 감소증이 나타날 수 있다.
그뿐 아니라 비만한 여성에게서 자궁암, 난소암, 유방암, 담낭암에 따른 사망률이 높고, 남성에게서는 전립선암, 대장암, 직장암, 췌장암에 따른 사망률이 높은 것으로 보고되었다. 비만한 사람은 임신 중에 합병증이 잘 생기고, 수술을 하고 나서도 회복이 느리다. 심리적으로도 자신감의 결여, 적응 장애, 우울증, 열등감 등이 문제가 될 수 있고, 자기관리 능력의 결함으로 보아 사회생활에 문제가 될 수도 있다.
예방과 치료
어떤 질환 때문에 2차적으로 비만이 생긴 경우라면 그 원인을 치료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런데 이러한 2차적 비만은 많지 않고 대부분은 단순 비만이다.
비만 치료의 목적은 첫째, 건강을 의학적으로나 심리적으로 증진시키고, 둘째, 양호한 건강 상태를 지속하며, 셋째, 감소된 체중을 유지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영양학적으로 균형된 열량 제한 식이를 하고, 규칙적으로 운동하며, 행동 수정을 통해서 일주일에 0.5-1kg 정도로 감소시키고 감소된 체중을 유지하도록 한다. 한 달에 6kg 이상의 급속한 체중 감소는 생리적으로 무리를 줄 수 있으므로 바람직하지 않다. 비만해지는 것은 잘못된 생활습관에서 비롯되는 것이 대부분이므로, 일상의 습관 또는 행동을 변화시킴으로써 예방이나 치료를 하는 것이다.
행동 수정은 먹게 되는 동기, 태도, 행위, 영양, 운동, 사회적 환경 등 관련된 모든 것을 평가하고 분석하여 교정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텔레비전을 보면서 스낵을 먹는 습관이 있는 경우, 텔레비전을 볼 때는 그 행위만 하도록 함으로써 무의식적으로 먹는 행위를 고치는 것이다. 정해진 시간과 장소에서만 음식을 먹을 것, 천천히 식사할 것, 야식은 절대 금할 것 등의 수칙을 정하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행동 수정은 주변 사람들의 도움이 있으면 좀 더 쉬워지므로 협조를 요청하는 것이 좋다.
식사요법의 원칙은, 본인의 열량 요구량보다 적게 섭취하고, 둘째, 영양 결핍에 빠지지 않도록 필요한 모든 영양소를 충족시키며, 셋째, 장기간 실천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하루에 필요한 총열량의 계산은 육체적 활동이 거의 없는 사람은 적정 체중 kg당 25-30kcal, 보통의 활동을 하는 경우는 30-35kcal, 심한 육체적 활동을 하는 경우는 35-40kcal이다. 저열량 식사요법은 실제 섭취량에서 250-1000kcal를 감량하는 방법인데 평상시보다 1000kcal 이상을 감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며, 하루 총 섭취량을 800kcal 이하로 섭취하는 초저열량 식사요법은 의사의 지도를 받으면서 시행해야만 한다. 또한 당질, 양질의 고단백, 필수 지방산을 포함한 지방, 권장량에 합당한 비타민과 무기질을 함유한 음식을 공급해야 한다.
초저열량 식사의 장점은, 급격한 체중 감소로 환자의 심리적 만족이 크고, 체중 감량에 대한 자신감이 생겨 체중 조절을 계속할 수 있는 자극을 주는 것이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시도하는 무리한 다이어트는 건강을 해치고 심각한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삼가야 한다.
열량 섭취 제한에 따른 체중 감소는 근육 단백질의 분해로 일어난다. 그런데 근육의 글리코겐이나 단백질은 지방 조직에 비해 많은 수분을 함유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체내 수분의 소실로 초기에는 체중이 급격하게 감소한다. 이후 열량 제한을 계속하게 되면 지방 조직의 중성 지방이 분해되어 체지방이 감소하게 되나, 지방 조직은 수분 함유량이 적고 단위 무게당 고에너지를 포함하므로 체중 감소의 속도는 둔화한다. 또한 초기에 손실된 체내 수분이 다시 보충되면 실제 체지방이 많이 감소하였다고 해도 체중을 측정했을 때 변화가 없을 수도 있다. 하루 섭취 열량이 같다면 1일 2식보다는 3식, 곧 한꺼번에 폭식을 하는 형태보다는 자주 조금씩 분배하여 섭취하는 것이 대사적으로 유리하다.
대부분의 경우 주식보다는 외식, 간식에 따른 열량 섭취가 많기 때문에 이것을 줄여주는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무조건 먹지 않게 하기보다는 대체할 수 있는 음식을 찾아보도록 한다. 특히 초저열량 식사요법의 경우 기초 대사율의 감소 현상이 식이요법을 마치고도 3개월까지 지속되기 때문에, 이 시기에 식사 섭취를 갑자기 늘리면 요요현상이 나타나게 된다.
음식 종류를 선택할 때에는 당 지수(glycemic index)의 개념을 고려하는 것이 좋겠다. 예를 들면 흰 쌀밥보다는 현미밥이나 잡곡밥이 당 지수가 적고 미네랄과 비타민 등 영양소도 풍부하다.
당 지수란 흰 빵 50g을 섭취했을 때 혈당 흡수 정도를 100으로 하여 상대적인 혈당 흡수 정도를 나타내는 지수로서, 이보다 높은 것은 혈당 흡수가 빠르고 많이 흡수된다고 생각하면 되겠다. 당 지수가 높은 음식을 섭취하면 혈당이 급속히 상승하므로 우리 몸에서 곧바로 인슐린이 분비된다. 그리고 인슐린이 분비되면 혈당이 급속히 떨어지고 반대 작용을 하는 호르몬이 나와 다시 혈당이 상승하며 따라서 혈당 불안정 현상이 나타난다. 결과적으로 혈당이 떨어지면 상대적인 저혈당 증상 곧 공복감, 허기감 등을 느끼게 되어 탄수화물 종류를 자꾸 섭취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방 섭취보다는 당 지수가 높은 탄수화물 섭취가 비만의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비만 클리닉에 찾아오는 환자들에게 물어보면 공복감, 허전한 느낌이 반복되어 자꾸 먹게 된다고 하는 경우가 실제로 많다.
체중을 줄이는 방법 가운데 식사요법만을 시행하면, 기초 대사율, 근육량, 체수분이 감소하므로 건강 증진의 관점에서 보면 비효율적이며, 운동요법을 병행하는 것이 이상적이다. 운동을 하게 되면 기초 대사율이 증가되며 식욕 억제작용과 식사 후에 열 발생을 증가시켜, 열량의 균형을 가져다주기 때문이다.
식사요법을 하지 않고 운동만 했을 때에는 체지방이 감소되면서 근육의 양은 증가되기 때문에 처음 6-8주 동안은 체중 변동이 없을 수 있다. 몸 전체를 리드미컬하게 움직이는 유산소 운동(등산, 테니스, 에어로빅 체조, 조깅, 수영 등)은 체지방 감소뿐만 아니라 심폐 기능 강화와 스트레스 해소에도 도움이 된다.
운동 횟수는 1주에 3-5회가 적당하며, 운동 강도는 주관적으로 ‘약간 힘들다’ 또는 ‘힘들다’고 느낄 정도가 가장 효율적이다. 왜냐하면 이렇게 느낄 때 몸속에 저장되어 있던 체지방이 에너지로 바뀌기 때문이다. 너무 과도하게 운동을 하면 체지방보다는 포도당(글리코겐)을 에너지로 사용하게 되고, 유해산소(oxygen radical)가 발생하여 건강에 해롭다는 연구가 많다. 운동을 시작한 지 최소 20-30분이 지나서야 무산소 대사에서 본격적인 유산소 대사로 전환되기 때문에 최소 20-30분 이상 운동을 하는 것이 좋으며, 개인의 체력상태에 따라 시간의 조절이 필요하다.
또한 적절한 근력운동을 병행하여 근육세포 크기를 증가시키면 기초 대사율이 증가하고 인슐린 저항성을 줄여줄 수 있는데, 이것이 체중 감소 자체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여러 가지 합병증을 예방하는 데는 좋다. 그리고 운동 전후에 5-10분간의 준비운동과 정리운동을 하는 것이 몸에 무리를 주지 않으며 운동 후에도 회복을 빠르게 할 수 있어 좋다.
약물요법으로는 식이지방 흡수 억제제, 식욕 억제제, 열 생산 촉진제 등 여러 가지 약제가 나와있고 임상에서 사용되고 있다. 여러 가지 노력을 했는데도 실패한 경우라면 약물요법이 도움이 된다. 그러나 이것 역시 보조적인 방법이며 결국은 생활습관을 개선하지 못하면 성공하기 어렵다.
위에서 말한 모든 방법에서 실패했거나 중증 비만이라면 수술요법을 시도해 볼 수 있다. 미용 목적의 국소 지방 흡입술은 1-2kg의 체중 감량이 있지만 이 경우도 식이, 운동, 약물요법을 병행하지 않으면 뚜렷한 체중 감소를 이루기는 어렵다. 최근에는 복강경을 이용한 수술방법도 도입되어, 고도 비만환자의 치료에 이용되고 있다.
맺음말
비만은 장기적인 치료와 관찰을 요구하는 만성질환이며, 그 원인이 다양한 만큼 치료 또한 여러 가지 방법으로 접근해야 한다. 미국의 의학자 브레슬로와 벨록이 캘리포니아에 살고 있는 45세 남자 6,928명을 대상으로 생활습관과 수명의 관계에 대해 연구한 결과를 보면, 바람직한 생활습관을 통해서만 비만을 예방하고 건강을 증진할 수 있다.
이들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하루에 7-8시간 자고, 매일 아침식사를 거르지 않고, 간식을 되도록 먹지 않고, 정상 체중을 유지하고, 규칙적인 운동을 하며, 술을 마시지 않거나 약간만 마시며, 담배를 피우지 않는 사람은 이러한 7가지 생활양식 중 3가지 이하로 지키는 사람보다 무려 11년을 더 오래 살 수 있으며, 5가지를 지키는 사람보다는 5년간 더 살 수 있다고 발표하여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다.
눈부신 20세기 의학기술의 발전이 인간의 수명을 겨우 4-5년 정도 연장시킨 것으로 평가되는 것과 비교하면 놀랄 만한 일이다. 여러 가지 비만에 대한 과대광고에 현혹되는 것보다는 바람직한 생활습관을 갖는 것이야말로 비만의 예방과 치료에 도움이 된다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