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승과 이승 사이의 중간 단계에 대한 사고는 초기 기독교 시대 이전부터 동서양에 걸쳐 광범위하게 나타난다. 고대 인도의 베다 시대 말기에는 이승에서의 공덕에 따라 망자들에게 주어지는 3가지 길에 관한 믿음이 있었다. 이중에서 중간 길은 심판이 없고 윤회가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연옥과 차이를 보이나 어둠과 빛 사이에 있는 연기로 싸인 공간이라 점에서는 유사점이 있다. 유대교의 스올(Sheol) 역시 지옥과 낙원 사이에 있는 공간으로 고통 받는 장소는 아니지만 망자들이 대기하는 어두운 공간이라는 점에서 연옥과 유사하다.
12세기 유럽에서는 연옥을 뜻하는 라틴어 단어 ‘푸르가토리움(purgatorium)’이 등장하고 그 논리가 구체화되었다. 가톨릭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13세기에 적극적으로 퍼져나간 연옥 사상은 공의회와 종교 심문에서 이단들을 탄압하는 수단으로 사용되었다. 14세기 작성된 단테의 《신곡》, 르네상스 시대의 성화, 조각 등에서도 연옥에 관한 수많은 이미지들이 등장한다. 이처럼 중세부터 오늘날까지 연옥은 서양의 예술, 문학, 종교, 학문 등 다양한 분야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연옥에 대한 상반된 입장
기독교 교리에서 저승은 천국과 지옥으로 나뉜다. 그러나 천국도 지옥도 아닌 제3의 세계인 연옥을 받아들이는 문제는 종파마다 차이를 보이는데, 가톨릭과 개신교의 차가 가장 크다. 연옥은 가톨릭의 필수 교리 중 하나이다. 이는 신교와 구교의 갈등이 심했던 16세기에 열린 트리엔트 공의회(Council of Trient)의 ‘연옥에 관한 교령’을 통해 분명하게 공표되었다. 즉 연옥은 가톨릭이 종교 개혁이라는 위기의 돌파구를 모색하던 시기에 신교와는 다른 구교의 정체성을 확보하고 내부체제와 교리를 정비하기 위해 사용한 주요 신앙 개념이었다.
이에 반해 개신교는 저승이 천국과 지옥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기독교의 이원론적 사고를 고수하며 중간적 공간인 연옥을 거부한다. 이는 연옥 사상이 ‘개인의 공덕이 아닌 신앙을 통해 구원을 받는다’는 신앙의인, ‘교권이나 전통이 아닌 성서만이 근본’이라는 성서원리, ‘믿는 자 각각이 신 앞에 직접 선다’는 만인사제주의와 같은 개신교의 핵심적인 가르침에 부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연옥이 성경에 근거를 두고 있는가란 문제에서 가톨릭과 개신교의 입장은 크게 다르다. 개신교에서는 성서에 연옥이 명확하게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을 부각시키는 반면 가톨릭에서는 구약성서 《마카베오 하권(12:41~45)》의 ‘죽은 자들의 구원을 위한 기도’와 신약성서의 《루가복음(16:19~26)》, 《고린도전서(3:10~15)》, 《마태오복음(12:31~32)》 등에 담긴 ‘죄의 용서 받음’, ‘망자의 대기’, ‘불의 정화’의 비유적 해석을 근거로 이에 맞서고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 연옥 [purgatory, 煉獄] (두산백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