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ⅵ] 수 난
29. 십자가에 못 박음
채찍질하던 사람들과 같은 부류의 튼튼한 남자 넷이 한 오솔길에서 형장으로 뛰어 내린다. 외양으로 보아 유다인들 같고, 사형수들보다도 더 십자가형을 받아 마땅하게 생겼다. 그들은 짧고 소매 없는 속옷을 입고 손에는 못들과 망치와 밧줄을 들고 있는데, 그것을 사형수들에게 보이며 조롱한다. 군중은 잔인한 열망으로 웅성거린다.
백부장은 몰약의 향내가 나는 포도주의 마취시키는 약물을 드시라고 단지를 예수께 드린다. 그러나 예수께서는 그것을 거절하신다. 반대로 두 도둑은 그것을 많이 마신다. 아가리가 넓은 그 단지는 거의 산꼭대기 위쪽에 있는 큰 돌 옆에 놓인다.
사형수들에게 옷을 벗으라는 명령이 내린다. 두 도둑은 아무 수치심 없이 옷을 벗는다. 그들은 군중을 향하여, 특히 아마로 지은 하얀 옷을 입은 사제들의 집단을 향하여 외설한 행위를 하며 재미있어하기까지 한다. 그 사제의 집단은 살그머니 더 낮은 작은 광장에 돌아왔는데, 그들의 자격을 이용하여 그곳까지 비집고 들어온 것이다. 두세 명의 바리사이파 사람과 다른 몇몇 권력자들이 사제들과 합류하였는데, 그들은 증오로 인하여 한마음이 된 것이다. 바리사이파 사람 죠까나와 이스마엘, 율법학자 사독, 가파르나움의 엘리 ‥‥같은 알려진 인물들이 보인다.
사형집행인들은 허리 아래에 매라고 넝마 조각 셋을 사형수들에게 주었는데, 도둑들은 가장 소름끼치는 모독의 말을 하면서 그것을 받는다. 상처로 인한 고통 때문에 천천히 옷을 벗으시는 예수께서는 그것을 받지 않으신다. 예수께서는 아마 채찍질을 당하실 때에도 입고 계셨던 짧은 바지는 그대로 입고 계실 것으로 생각하신 것 같다. 그러나 그것마저 벗으라고 하자 손을 내밀어 당신의 나체를 가리기 위한 넝마 조각을 사형 집행인들에게 구걸하신다. 살인자들에게 넝마 조각을 구걸해야 되기까지 정말 더없이 당신을 낮추신 분이시다.
마리아가 보시고 짙은 색 겉옷 속에서 머리를 싸맨 길고 고운 흰 베일을, 벌써 거기에 많은 눈물을 흘리신 그 베일을 벗으신다. 마리아는 겉옷을 흘러내리지 않게 하시고 베일을 벗어서 당신 아들을 위하여 론지노에게 가져가라고 요한에게 주신다. 백부장은 베일을 순순히 받는다. 예수께서 군중 쪽으로가 아니라 아무도 없는 쪽으로 돌아서시어 멍과 터진 상처로 피를 흘리는 물집이나 거무스름한 딱지로 온통 뒤덮인 등을 보이시며 옷을 완전히 벗으려 하실 때에 론지노가 어머니의 베일을 예수께 내민다. 예수께서는 그것을 알아보시고, 그것으로 골반을 여러 번 둘러서 몸을 가리시고 떨어지지 않도록 단단히 고정시키신다. 그 때까지는 눈물에만 젖었던 아마포 위에 핏방울들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수많은 상처에 겨우 피가 엉겨 있다가 예수께서 샌들을 벗고 옷을 내려놓으시려고 몸을 숙이시자 다시 피가 터져서 흐르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이제는 예수께서 군중을 향하여 돌아서시니, 사람들은 가슴과 팔다리도 온통 채찍질을 당하셨다는 것을 보게 된다. 간이 있는 위치에 엄청나게 큰 멍이 하나 있고 갈비뼈 왼쪽 아래에는 보라빛 도는 원 안에 있는 피 흐르는 작은 찢어진 상처 일곱 개가 끝에 달린 두드러진 일곱 개의 자국이 있다‥‥횡격막의 그렇게도 민감한 그 부위에 맞은 무자비한 채찍질의 흔적이다. 붙잡히신 직후부터 시작하여 골고타까지 되풀이된 넘어지심으로 타박상을 입은 무릎들은 혈종(血腫)으로 검게 되었고, 종지 뼈 위가 넓게 찢어져 피가 흐르고 있는데. 특히 오른쪽 무릎이 그렇다.
군중은 예수를 업신여기며 입을 모은다. “오! 아름다워라! 사람의 아들들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자! 예루살렘의 딸들이 너를 몹시 좋아한다‥.”
또 시편의 음조로 시처럼 읊기 시작한다. “내 사랑하는 이는 순진하고 얼굴이 새 빨갛고 천명 만 명 중에서 뛰어나네. 그의 머리는 순금이고 그의 머리털은 까마귀 깃처럼 부드러운 종려나무 다발일세. 그의 눈은 물이 흐르지 않고 우유가 흐르는 개울에서 목욕하는, 그의 눈구멍의 우유 속에서 목욕하는 두 마리 비둘기 같네. 그의 뺨은 향료 화단이고, 그의 붉은 입술은 귀중한 몰약이 흘러나오는 백합일세. 그의 손은 금은세공사의 작품 같고 끝에는 분홍빛 풍신자석(風信子石)이 달렸네. 그의 몸통은 청옥 무늬가 있는 상아이고, 그의 다리는 황금 기초 위에 횐 대리석으로 된 완전한 기둥일세. 그의 위엄은 레바논의 위엄 같고, 높은 소나무보다 더 위엄이 있네. 그의 혀에 단 맛이 배어 있고, 그는 오직 환희를 주는 사람뿐일세.” 그러면서 웃고 또 이렇게 외친다.
“문둥아! 문둥아! 하느님께서 그렇게 치신 것을 보면 너는 우상과 간음을 했느냐? 네가 그렇게 벌 받은 것을 보니 네가 모세의 마리아처럼 이스라엘의 성인들에게 불평을 했느냐? 오! 오! 완전한 자! 네가 하느님의 아들이냐? 천만에! 너는 사탄의 팔삭동이다! 맘몬인 그는 적어도 능력이 있고 힘이 있다. 그런데 너는‥‥ 힘없고 혐오감을 주는 넝마조각이다.”
도둑들은 십자가에 비끄러매어져서 예수께 쓰이기로 된 십자가에 대해 하나는 오른쪽에 하나는 왼쪽에, 이렇게 제 자리로 들려온다. 그들은 고함을 지르고 저주와 악담을 퍼붓고, 특히 십자가들이 구멍 곁으로 옮겨지면서 그들의 몸을 흔들어 그들의 손목이 밧줄에 쓸리자 하느님과 율법과 로마인들과 유다인들에 대한 그들의 모욕적인 말은 끔찍하다.
예수의 차례가 되었다. 예수께서는 온순하게 십자가에 누우신다. 두 도둑은 어떻게나 다루기가 어려웠던 지 사형집행인 네 사람이 할 수가 없어서, 도둑들이 손목을 비끄러매는 간수들을 발길질로 밀어젖히지 못하게 하려고 병사들에게 부를 수밖에 없을 정도였다. 그러나 예수의 경우에는 도움이 필요 없다. 예수께서는 누우셔서 머리를 놓으라고 하는 자리에 놓으신다. 예수께서는 베일을 바로잡는 데에만 전념하신다.
이제는 그분의 날씬하고 희고 긴 육체가 우중충한 나무와 누르스름한 땅바닥 위에 부각된다. 두 사형 집행인이 가슴을 움직이지 못하게 하느라고 몸 위에 타고 앉는다. 나는 예수께서 그 무게 밑에서 느끼셨을 압박감과 고통을 생각한다. 셋째 사형집행인이 예수의 오른팔을 붙잡는데, 한손으로는 팔꿈치 부분을, 또 한손으로는 손가락 끝을 잡는다. 넷째 사형집행인은 벌써 네모난 대가 한 끝은 뾰족하게 되어 있고 한끝은 동전만큼 넓고 판판하고 둥근 판때기로 되어 있는 긴 못을 들고 있는데, 이미 나무에 뚫어놓은 구멍이 손목의 척골(자뼈)관절과 맞는지 살펴본다. 잘 맞는다. 사형집행인은 못 끝을 손목에 갖다 대고 망치를 들어 첫 번째 타격을 가한다.
눈을 감고 계시던 예수께서 비명을 지르시고 고통에 따른 수축을 일으키시며 눈을 뜨시는데 눈물이 흥건한 눈을 뜨신다. 무서운 고통을 느끼실 것이 틀림없다‥‥ 못은 근육과 핏줄과 신경을 끊고 뼈를 부수면서 뚫고 들어간다.
마리아는 큰 고통을 당하는 아들의 비명 소리에 목을 따는 어린 양의 하소연과 같은 신음소리로 응답하신다. 그리고 몸이 부서진 것처럼 머리를 양손에 파묻고 몸을 구부리신다. 예수께서는 어머니께 고통을 드리지 않기 위하여 다시는 비명을 지르지 않으신다. 그러나 쇠와 쇠가 맞부딪히는 조직적이고 거칠은 타격 소리가 나면서‥‥ 그 밑에는 그 타격을 받는 살아있는 육체가 있다는 것을 생각하게 된다.
오른손은 못 박혔다. 이제는 왼손 차례다. 구멍이 손목 관절과 맞지 않는다. 그러자 그들은 밧줄을 갖다가 왼쪽손목을 묶어 잡아당겨 관절을 빠지게 하고 힘줄과 근육을 뽑아내면서, 잡히실 때부터 결박된 밧줄로 쓸린 피부를 찢어놓는다. 그 여파로 오른손이 당겨지고 못 둘레로 구멍이 넓어지기 때문에 오른손도 고통을 당할 것이 틀림없다. 이제야 겨우 손목 근처 손바닥뼈들이 시작되는 곳에 이르게 되었다. 그들은 단념하고 못을 박을 수 있는 곳에, 즉 엄지손가락과 다른 손가락들 사이, 정확히 말해서 손바닥뼈 한가운데에 못을 박는다. 거기는 못이 더 쉽게 들어간다. 그러나 더 큰 고통을 수반한다. 왜냐하면 중요한 신경을 끊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른손의 손가락들은 수축을 하고 떨어 생명력이 있음을 보이는데, 왼손 손가락은 움직이지 않는다. 그러나 예수께서 이제는 비명을 지르지 않으시고 다만 굳게 다문 입술 뒤로 목쉰 신음소리만을 내시며, 고통의 눈물이 나무에 떨어졌다가 땅으로 떨어진다.
이제는 발 차례이다. 십자가 끝에서 2미터 남짓 되는 곳에 작은 받침 토막이 하나 있는데, 겨우 발 하나 올려놓는 데나 넉넉할까말까 하다. 치수가 제대로 되었는지 보려고 발들을 거기에 갖다대본다. 그런데 받침 토막이 조금 아래쪽에 있어서 발이 거기까지 오기가 어려우므로, 가엾은 박해받는 이의 발목을 잡아당겨 늘인다. 그렇게 하니까 십자가의 까칠까칠한 나무가 상처를 비비고, 가시관이 움직이면서 머리카락을 또 뽑고 떨어지려고 한다. 사형집행인 하나가 손으로 쳐서 가시관을 제자리에 돌려보낸다…….
이제는 예수의 가슴 위에 앉았던 자들이 무릎을 타고 앉으려고 일어난다. 길이와 너비가 손에 쓴 못들의 곱절이나 되는 대단한 못이 햇빛에 번쩍이는 것을 보시고 예수께서 다리를 오그리려는 본의 아닌 움직임을 하시기 때문이다. 그들은 벗겨진 무릎 위에 체중을 싣고 타박상 투성이인 가엾은 다리를 누른다. 그동안 다른 두 사람은 일을 마저 하는데, 발목뼈들의 두 관절을 함께 맞추느라고 애쓰며 한발을 다른 발 위에 못 박기 때문에 훨씬 더 어려운 일이다.
비록 그들이 발목과 발가락을 붙잡고 발들을 받침 토막에 움직이지 않게 대고 있는데 골몰하지만 밑에 있는 발은 못의 진통 때문에 움직인다. 그래서 그들은 못을 거의 뽑아야 한다. 왜냐하면 오른발을 뚫고 지나왔기 때문에 벌써 끝이 무디어진 못이 물렁물렁한 부분에 들어갔던 것을 좀 더 중앙 쪽으로 가져가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는 내리치고, 치고, 또 친다‥‥. 온 골고타에는 모든 움직임과 소리가 멈추고 그것을 즐기기 위하여 부릅뜬 눈과 기울인 귀만 있는 듯이, 오직 못대가리를 내리치는 망치의 무서운 소리밖에는 들리지 않는다‥‥.
거친 쇠소리 너머로 은은한 비둘기의 신음소리가 들려온다. 치는 소리가 들릴 때마다 망치가 박해당하는 어머니에게 상처를 입히는 듯이 점점 더 몸을 구부리는 마리아의 목 쉰 탄식 소리이다. 그리고 사람들은 이 지극한 고통으로 마리아가 거의 부수어지게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십자가에 못 박음은 몹시 무섭고 채찍질과 같은 고통을 주고, 생살 속으로 못이 사라지는 것을 보기 때문에 더 끔찍하다. 그 대신 시간은 더 짧아진다. 그러나 채찍질은 오래 계속되기 때문에 지치게 한다.
내게는 게쎄마니 동산의 고뇌와 채찍질과 십자가에 못 박음이 가장 무서운 순간이다. 그것들은 내게 그리스도의 고통 전부를 보여 주는 것이다. 죽음은 오히려 나를 편하게 해 준다. “이제 끝났다”고 내가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것들은 끝이 아니고 새로운 고통들을 위한 시작이다.
이제는 십자가가 구덩이 근처로 끌려가는데, 십자가가 고르지 못한 땅 위를 지나며 튀어 올라 십자가에 못 박히신 가엾은 분을 흔든다. 십자가를 세우는데 두 번이나 사람들의 손에서 빠져 나와 한번은 갑자기 떨어지고, 또 한 번은 십자가의 오른팔 쪽으로 떨어져 예수께 무서운 고통을 준다. 흔들리는 바람에 상처를 입은 지체들이 움직이기 때문이다. 십자가를 구멍에 떨어뜨리자 돌과 흙으로 움직이지 않게 하기 전에는 사방으로 흔들거리면서 세 개의 못에 매달려 있는 가엾은 육체를 끊임없이 움직이게 하니, 고통이 혹독할 것이 틀림없다.
몸의 무게 전부가 앞으로, 그리고 아래쪽으로 움직이면서 구멍들이 넓어지는데, 특히 왼손의 구멍이 넓어지며, 발의 구멍도 넓어지면서 피가 더 세차게 흘러내린다. 발의 피는 발가락으로 해서 땅과 십자가 나무에 떨어진다. 그러나 손의 피는 팔의 위치상으로 손목 쪽이 겨드랑이 쪽보다 높기 때문에 아래팔을 따라 흘러내리고, 또 겨드랑이에서 허리 쪽으로 양 옆구리를 따라서도 흘러내린다. 가시관은 십자가가 고정되기 전에 흔들릴 때에 머리가 뒤로 젖혀지기 때문에 움직이면서 찌르는 큰 가시 매듭을 목덜미에 박는다. 그리고는 다시 이마로 돌아와서 자리를 잡으며 할퀴고, 사정없이 또 할퀸다.
마침내 십자가가 제자리에 잘 세워졌고, 이제는 매달려 있는 고통이다. 도둑들을 일으켜 세우는데, 그들은 수직으로 세워지자마자 손목을 쓸고 손을 시꺼멓게 하고 밧줄에서 오는 고통 때문에 핏줄이 밧줄 모양으로 굵게 되어 산채로 가죽을 벗기는 것처럼 비명을 지른다. 예수께서는 말씀이 없다. 반대로 군중은 이제는 입을 다물지 않고 요란스러운 야단법석을 다시 시작한다.
이제는 골고타 야산 꼭대기에 전리품과 파수병이 있다. 가장 높은 경계에 예수의 십자가가 서 있고, 그 양옆에 다른 두 개의 십자가가 서 있는 것이다. 100인대의 반수가 꼭대기를 빙 둘러싸고 무기를 발 앞에 내려놓고 있고, 그 안쪽에는 이제는 말에서 내려 사형수들의 옷을 놓고 주사위를 던져 노름을 하는 기병 열 사람이 있다. 예수의 십자가와 오른쪽 십자가 사이에 서 있는 사람은 론지노이다. 그는 박해받는 왕의 친위대처럼 보인다. 100인대의 나머지 반은 왼쪽에 있는 오솔길과 아래쪽에 있는 광장에서 쉬며 론지노의 부관의 명령을 기다리고 있다. 병사들 편에는 거의 전적인 무관심이 있을 뿐이다. 한 사람 정도만이 어쩌다가 얼굴을 십자가에 달린 사람들 쪽으로 든다.
이와는 반대로 론지노는 모든 것을 호기심과 관심을 가지고 관찰하고 마음속으로 대조하고 판단한다. 그는 십자가에 달린 사람들을 대조하고, 특히 그리스도를 구경꾼들과 대조한다. 그의 날카로운 눈은 세밀한 점 하나도 놓치지 않으며, 더 잘 보려고 손으로 눈을 보호하는 것을 보면 햇빛이 방해가 되는 모양이다.
사실 그것은 불이 난 것과 같은 붉은 빛이 도는 노란색의 이상한 태양이다. 그러다가 유다의 산맥 뒤에서 갑자기 솟아서 하늘을 빨리 건너질러 다른 산들 뒤로 사라지는 새까만 구름 때문에 별안간 불이 꺼지는 것 같다. 그리고 해가 다시 나타나면 그 빛이 너무 강렬해서 눈이 그것을 견디어내기가 몹시 어려울 지경이다.
론지노는 둘러보다가 비탈 바로 밑에서 고민하는 얼굴로 아들을 올려다보고 있는 마리아를 본다. 그는 주사위놀이를 하는 병사 한 사람을 불러서 말한다. “어머니가 같이 모시고 있는 아들과 같이 올라오고 싶으면 오라고 해라. 그들을 데려오고 도와주어라.”
그래서 마리아는 그분의 “아들”로 생각하는 요한과 같이, 아마 백토(白土)를 파서 만든 것 같은 작은 층계를 통해서 올라와, 군대의 경계선을 넘어서 십자가 아래에 가신다. 그러나 당신의 예수님에게 보이게 하고 예수를 잘 보기도 하려고 조금 떨어져 계시다. 군중은 즉시 어머니를 그분의 아들에게 하는 모독적인 말과 겹쳐서 가장 무례한 욕설을 퍼붓는다. 그러나 어머니는 하얗게 된 떨리는 입술로 가슴이 찢어지는 듯 한 미소를 지으시며 아들의 기운을 돋구어 주려고만 애쓰시는데, 의지의 힘으로는 억제하지 못하는 눈물이 그 미소 위에 떨어진다.
사제들과 율법학자, 바리사이파 사람들과 사두가이파 사람들, 헤로데 당원들 및 같은 부류의 사람들을 위시한 사람들은 깎아지른 길로 해서 올라와 마지막 언덕을 끼고 돌아 다른 길로 해서 내려가던가 그 반대로 하여 일종의 회전목마놀이를 하는 것으로 기분전환을 얻는다. 그리고 꼭대기 아래 둘째 작은 광장에서는 죽어가는 이에게 경의를 표하느라고 그들의 모독적인 말을 바치는 것을 잊지 않는다. 인간이 혀를 가지고 할 수 있는 모든 음담패설, 잔인함, 모든 증오와 미친 짓이 그 악마 같은 입에서 쏟아져 나온다. 가장 악착스러운 자들은 성전의 사제들과 그들을 돕는 바리사이파 사람들이다.
“그래? 인류의 구세주인 네가 왜 너 자신은 구하지 못하느냐? 네 왕 베엘제불이 너를 버렸느냐? 너를 모른다고 했느냐?” 하고 세 사제가 외친다.
또 유다인의 한 떼는 이렇게 말한다. “닷새 전만 해도 마귀의 도움을 받아 아버지에게 너를 영광스럽게 하겠다고 말하게 하던 네가‥‥ 하! 하! 하! 어떻게 아버지에게 약속을 지키라고 일깨우지 못하느냐?”
또 바리사이파 사람 셋은 이렇게 말한다. “하느님을 모독하는 자! 저자는 하느님의 도우 심으로 다른 사람들을 구원했다고 말했지! 그런데 저 자신은 구원하게 되지 못한단 말이야! 우리가 너를 믿었으면 좋겠지? 그럼 기적을 행해라. 할 수 없다구, 응? 지금은 손이 못 박히고 벌거숭이가 돼서?”
그리고 사두가이파 사람들과 헤로데 당원들은 병사들에게 말한다. “그자의 옷을 가진 자네들 저주를 조심하라구! 저자는 그 안에 지옥의 표를 가지고 있단 말이야!”
한 떼가 목소리를 맞추어 말한다. “십자가에서 내려오너라. 그러면 너를 믿겠다. 네가 성전을 허문 다지‥‥ 미치광이!‥‥ 저기 저 영광스럽고 거룩한 이스라엘의 성전을 봐라. 성전은 건드릴 수 없다. 하느님을 모독하는 자야! 그런데 너는 죽어간다.”
다른 사제들은 “하느님을 모독하는 자야! 네가 하느님의 아들이라구? 그럼 거기서 내려와봐라. 네가 하느님이면 우리를 벼락으로 쳐라. 우리는 너를 무서워하지 않고, 너한테 침을 뱉는다.” 하고 말한다.
지나가는 다른 사람들은 머리를 설레설레 저으면서 말한다. “저자는 울줄밖에 몰라. 네가 선택된 자라는 것이 사실이면, 너 스스로를 구해라!”
병사들은 이렇게 말한다. “너 자신을 구하란 말이다! 그래서 이 빈민굴, 이 같은 빈민굴을 잿더미로 만들어라! 그렇다! 제국의 빈민굴이다. 천민인 유다인들, 너희가 바로 그런 자들이다. 그렇게 해! 그러면 로마가 너를 쥬피터의 신전에 모시고 신처럼 경배할 것이다!”
사제들은 그들의 한패거리들과 같이 “십자가의 팔보다 여자들의 팔이 더 부드러웠지? 자 보라구, 그 팔들이 네... (그들은 상스러운 말을 한다)를 받으려고 벌써 채비를 하고 있다. 예루살렘 전체가 네 신랑 신부 들러리 노릇을 할 것이다.” 하고 말하며 마차꾼들처럼 휘파람을 분다.
다른 사람들은 돌을 던지며 말한다. “너는 빵을 많아지게 하니 이 돌들을 빵으로 변하게 해라.”
다른 사람들은 성지주일의 호산나를 흉내 내서 나뭇가지들을 던지면서 외친다. “마귀의 이름으로 오는 자, 저주받으라! 그의 나라가 저주받으라! 저 자를 산 사람들과 떼어놓는 시온에게 영광 있으라!”
바리사이파 사람 하나는 십자가 앞에 서서 주먹을 내밀고 집게손가락과 가운데 손가락으로 뿔모양을 해 보이면서 말한다. “너는 ‘시온의 하느님께 너를 맡긴다’고 말했지? 이제는 시온의 하느님이 너를 영원한 뿔에 넣을 준비를 하신다. 왜 요나를 불러서 도와달라고 하지 않느냐?”
또 한 사람은 이렇게 말한다. “머리로 받아서 십자가를 망그러뜨리지 말아라. 그 십자가는 네 신자들에게 쓰여야 한다. 많은 무리가 네 십자가 위에서 죽을 것이다. 나는 야훼를 걸고 맹세한다. 그리고 우선 라자로부터 여기에 못 박겠다. 이제 네가 그를 죽음에서 구해내는지 우리가 지켜보겠다.”
“그래! 그래! 라자로의 집으로 가자! 그자는 십자가 뒤쪽에 못 박자.”
그러면서 예수의 느린 말씀을 앵무새처럼 흉내 내며 말한다. “내 친구 라자로야, 밖으로 나오너라! 라자로를 풀어서 가게 내버려두시오.”
“아니야! 저 자는 제 정부들인 마르타와 마리아에게 ‘나는 부활이요, 생명이다’ 하고 말했어. 아! 아! 아! 부활이 죽음을 물리치지를 못하고 생명이 죽는단 말이야!”
“저기 마리아와 마르타가 있다. 저들에게 라자로가 어디 있는지 물어서 찾아 가자.” 그러면서 그들은 여자들 쪽으로 가서 거만하게 묻는다. “라자로는 어디 있어? 궁궐에?”
그러자 다른 여자들은 무서워서 벌벌 떨며 목동들 뒤로 피해 가는데, 마리아 막달레나는 앞으로 나아오며 고통 가운데에서 옛날 죄의 생활을 할 때의 대담성을 되찾아 말한다. “가라. 너희는 벌써 궁귈에서 로마의 병사들과 내 소유지의 무장한 500명을 만날 것이다. 그들이 너희를, 맷돌질하는 노예들에게 먹일 늙은 염소 모양으로 거세할 것이다.”
“뻔뻔스러운 년! 네가 사제들에게 그렇게 말하느냐?”
“신성 모독자들! 파렴치한들! 저주받은 자들! 돌아서라! 너희들 뒤에는 지옥의 불꽃 혀들이 있는 것이 내게 보인다!”
비겁자들은 정말 공포에 질려 돌아선다. 그만큼 마리아의 단언은 자신만만하다. 그러나 그들 뒤에 불꽃은 없다 하여도 그들의 허리에는 끝이 날카로운 로마 군인들의 창이 있다. 과연 론지노가 명령을 내리니 휴식을 취하고 있던 100인대의 반이 보초를 서며 제일 먼저 만나는 자들의 엉덩이를 찌른다. 유다인들은 비명을 지르며 도망치고 100인대 반수는 두 길에 들어오는 것을 막고 작은 광장을 차단하기 위하여 남아 있다. 유다인들은 저주를 퍼붓는다. 그러나 로마가 더 강하다.
막달레나는 베일을 다시 쓰고 - 그에게 욕하는 자들에게 말하려고 베일을 젖혔었다 - 제 자리로 돌아간다. 다른 여자들도 마리아와 합류한다.
그러나 왼쪽의 도둑은 그의 십자가 위에서 욕설을 계속한다. 그는 남의 모독적인 말을 모두모아 가지기를 원한 것 같아서 그것들을 모두 내놓으면서 마지막에는 이렇게 말한다. “사람들이 너를 믿기를 원하면 너 자신을 구하고 우리도 구해라. 네가 그리스도라구? 넌 미치광이다! 세상은 교활한 자들의 것이고 하느님은 없다. 나는 있지. 이건 참말이다. 난 뭣이든지 할 수 있다. 하느님? 웃기지 말라! 우리들더러 가만히 있으라고 하는 소리야. 우리의 자아 만세! 나만이 왕이고 하느님이다!”
다른 도둑, 오른편에 있는 도둑은 거의 발아래 마리아가 있어 그리스도를 쳐다보는 것보다는 거의 마리아를 더 많이 내려다본다. 얼마 전부터 그는 “어머니”하고 중얼거리며 울고 있다. 그는 말한다. “입 닥쳐, 너는 이 벌을 받는 지금도 하느님을 무서워하지 않냐? 왜 착한 양반에게 욕을 해? 그리고 그분의 형벌은 우리 형벌보다 훨씬 더 크다. 그런데 저 양반 나쁜 짓은 아무것도 안하셨단 말이다.”
그러나 다른 도둑은 그의 저주를 계속한다.
예수께서는 말씀이 없다. 그분의 자세가 그분에게 강요하는 노력 때문에, 그다지도 난폭한 형태로 당하신 채찍질과 피땀을 흘리시게 하였던 심각한 번민의 결과인 열과 심장과 호흡의 상태 때문에 숨을 헐떡이시며, 발을 짓누르는 무게를 덜고 팔 힘으로 손에 매달림으로써 고통의 정도를 줄이시려고 애쓰신다. 어쩌면 벌써 발을 괴롭히고 근육의 떨림으로 나타나는 경련을 좀 이기시려고 그렇게 하시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 자세로 인하여 노력이 강요되는 팔의 섬유도 마찬가지로 떨린다. 팔의 끝부분은 높이 위치하였고 피가 손목까지는 이르기가 어렵고 게다가 못구멍으로 흘러서 손가락에는 통하지 않기 때문에 싸늘하게 식어 있을 것이 틀림없다. 특히 왼손 손가락들은 벌써 송장같이 움직이지 않고 손바닥 쪽으로 구부러져 있다. 발가락까지도 고통을 나타낸다. 특히 엄지발가락들이 그렇다. 아마 그 신경이 덜 상했기 때문에 일어서고 내려지고 벌어지고 하는가보다.
그리고 몸체는... 빠르지만 깊이는 없고 그분의 고통은 덜지 못하면서 피로하게 하는 움직임으로 그 모든 고통을 나타낸다. 매우 넓은 갈비뼈, 이 육체의 구조는 완전하기 때문에 저절로 올라간 갈비뼈들이 이제는 육체가 취한 자세와 틀림없이 안에 생겼을 폐수종으로 인하여 필요 이상으로 팽창해 있다. 그런데도 갈비뼈들이 호흡하는 노력을 가볍게 하는 데 도움이 되지 못한다. 배 전체가 그 움직임으로 점점 더 마비되어 가는 횡격막을 돕고 있기 때문에 더 그러하다. 충혈과 질식이 시시각각으로 더해가는 것은 열로 인하여 불타는 듯 한 분홍색을 띤 입술을 두드러지게 하는 청색과 목의 정맥을 따라 자주 빛을 띤 붉은 빛깔이 늘어나서 귀와 관자놀이를 향하여 뺨에까지 퍼지는 것이 보여 주는 것과 같다. 코는 날이 서고 핏기가 없으며, 눈은 원을 이루며 쑥 들어갔는데, 그 원은 가시관으로 인하여 피가 흘러나간 곳에는 납빛깔이다.
갈비뼈가 궁형을 이룬 부위의 왼쪽 아래에는 심장 끝에서부터 시작하여 불규칙적이지만 맹렬하게 퍼져 나가는 맥박을 볼 수 있고, 또 가끔 안에서 일어나는 경련의 결과로 횡격막이 심하게 떨리는데, 이것은 상처입고 죽어가는 저 가엾은 육체 위에 퍼질 수 있는 한도 내에서 피부의 전적인 이완으로 나타난다.
얼굴은 코가 비뚤어지고 한편이 부어오른 모습을 띠고 있는데, 그 쪽에 있는 부기 때문에 오른쪽 눈을 거의 감고 계시다. 반대로 입은 벌어져 있고, 윗입술에는 상처가 있는데 지금은 딱지가 앉았다.
피를 흘린 것과 열과 햇볕으로 인한 목마름은 심한 모양이어서 예수께서는 기계적인 움직임으로 땀방울과 눈물과 이마에서 콧수염까지 내려오는 핏방울도 마시고 그것으로 혀를 축이실 정도이다‥‥ 가시관 때문에 몸체를 십자가에 붙여 팔의 매달림을 돕고 발의 부담을 덜으실 수가 없게 된다. 허리와 척추 전체는 그분의 육체와 같이 매달린 육체를 앞으로 기울게 하는 관성의 힘 때문에 골반에서 시작하여 위쪽으로 십자가의 줄기에서 떨어져 있어서 바깥쪽으로 구부러진다.
작은 광장 저쪽으로 밀려난 유다인들은 욕설을 멈추지 않고 회개하지 않는 도둑은 그들과 호응한다. 지금은 어머니를 점점 더 커지는 동정으로 바라보며 울고 있는 다른 도둑은 욕설에 어머니까지 포함된다는 것을 알아차리고는 회개하지 않는 도둑에게 호되게 대꾸한다.
“입 닥쳐라. 너도 한 여인에게서 났다는 걸 기억해라. 그리고 우리 어머니들도 아들들 때문에 울었고, 우리는 죄인들이기 때문에‥‥ 그것은 부끄러움의 눈물이었다는 걸 생각해라. 우리 어머니들은 세상을 떠났다.. 나는 어머니에게 용서를 청하고 싶다‥‥ 그러나 그렇게 할 수가 있을까? 어머니는 성녀 같은 분이었다‥‥ 나는 어머니에게 준 고통으로 어머니를 죽인 거다. 나는 죄인이다‥‥ 누가 나를 용서할까? 어머니, 돌아가시는 당신 아들의 이름으로 나를 위해 빌어 주세요..”
어머니는 잠시 괴로워하는 당신 얼굴을 쳐들어, 자기 어머니에 대한 추억과 어머니를 보는 것을 통하여 뉘우침으로 향해 가는 그 불행한 사람을 쳐다보시며, 비둘기 같은 당신 눈으로 그를 어루만지시는 것 같다.
디스마는 더 크게 운다. 이것이 군중과 그의 동료의 조롱을 한층 더 폭발시킨다. 군중은 소리친다. “잘됐다. 저 여자를 네 어미로 삼아라. 그러면 죄인 아들 둘을 두게 된다!” 또 다른 도둑은 한술 더 뜬다. “저 여자는 네가 그의 제일 사랑하는 아들의 작은 판박이기 때문에 사랑한다.”
예수께서 처음으로 말씀하신다. “아버지, 저 사람들을 용서하여 주십시오! 그들은 자기가 하는 일을 모르고 있습니다!”
이 기도로 디스마에게서 일체의 두려움이 없어졌다. 그는 감히 그리스도를 쳐다보며 말한다. “주님, 당신 나라에 들어가시거든 저를 기억해 주십시오. 저는 여기서 고통을 당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그렇지만 저 세상에서는 제게 자비와 평화를 주십시오. 저도 한번 주님이 말씀하시는 것을 들었습니다. 그러나 어리석은 생각으로 주님의 말씀을 물리쳤습니다. 이제는 뉘우칩니다. 지극히 높으신 분의 아들이신 주님 앞에서 제 죄를 뉘우칩니다. 저는 주님이 하느님에게서 오신 것을 믿습니다. 저는 주님의 권능을 믿습니다. 주님의 자비를 믿습니다. 그리스도여, 당신 어머니와 지극히 거룩하신 당신 아버지의 이름으로 저를 용서해 주십시오.”
예수께서는 그에게로 얼굴을 돌리시고 깊은 연민으로 바라보시며 고통을 당한 가엾은 입에 아직도 매우 아름다운 미소를 지으신다. 그리고 말씀하신다. “오늘 네가 정녕 나와 함께 낙원에 들어가게 될 것이다.”
뉘우치는 도둑은 침착해진다. 그리고 어릴 때 배운 기도문을 잊어버렸기 때문에 화살기도를 하듯이 이렇게 되풀이한다. “유다인들의 왕이신 나자렛의 예수님, 저를 불쌍히 여기십시오. 유다인들의 왕이신 나자렛의 예수님, 예수님께 바랍니다. 유다인들의 왕이신 나자렛의 예수님, 예수님이 하느님으로부터 오신 것을 믿습니다.”
다른 도둑은 계속 하느님을 모독하는 말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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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29. 십자가에 못박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