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종교는 사교가 아닙니다.[다블뤼 주교의 『조선 주요 순교자 약전』에서]

2024. 5. 29. 오전 12:39:29

글자

다블뤼 주교의 『조선 주요 순교자 약전』에서(『하느님의 종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123위』(시복 자료집 제1집) 23-25, 31-33면 참조)

천주교 종교는 사교가 아닙니다.

나(윤지충)는 음력 10월 26일(양력 1791년 11월 21일) 저녁에 진산 관아에 도착했고, 저녁을 먹은 후 군수 앞에 소환되었다. 그가 나에게 말했다. “너 그 무슨 지경이냐. 그래 무슨 연유로 그렇게 되었느냐?” 나는 대답했다. “제게 묻는 바를 잘 모르겠습니다.” 군수의 질문과 나의 답변은 계속되었다. “(들리는) 소문이 매우 심각한데, 근거가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네가 사교(邪敎)에 빠져 있다는 게 사실이냐?” “저는 전혀 사교에 빠져있지 않습니다. 다만 제가 천주의 종교를 따르고 있다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것이 사교가 아니냐?” “아닙니다. 그것은 진정한 길입니다.” “만약 그러하다면, 복희(伏羲) 이후 송(宋)조의 성현들에 이르기까지 실천했던 모든 것이 거짓이구나.” “우리 종교에는 계명들 가운데 (남을) 헐뜯지 말라는 계명이 있습니다. 저로서는 단지 천주의 종교를 따를 뿐, 아무도 비판하거나 비교할 마음은 없습니다.” “시랑(豺狼, 승냥이와 이리)이라는 동물도 제 부모를 향해 감사의 표시를 하고, 어떤 새들은 부모를 위해 제물을 바칠 줄 안다. 하물며 인간이야 마땅히 그처럼 처신해야 하지 않겠느냐? 너는 공자(孔子)의 서적도 읽지 않았느냐? 공자가 말씀하시기를, ‘부모가 살아 계신 동안 모든 규정에 따라 그들을 섬기고, 그들이 돌아가신 후에는 모든 규정에 따라 장례를 치를 것이며, 끝으로 관습에 따라 제사를 지내야 비로소 효심이 있다고 말할 수 있느니라.’ 하셨다.” “이 모든 것이 천주교에는 언급되어 있지 않은 것입니다.”

30일 새벽에 우리는 또다시 다른 곳으로 이송되었고, 날이 밝았을 때 우리는 감영으로 인도되었으며, 감사는 오후에 우리를 그 앞에 소환하여 말했다. “윤이라는 자가 누구이며 권은 누구냐?” 우리는 저마다 대답하였다. 감사의 계속되는 질문에 나는 대답하였다. “너희가 일상 하는 일이 무엇이냐?” “어려서는 과거 시험 공부에 전념하였고, 얼마 전부터는 마음과 행실을 다스리는 공부에 열중하고 있습니다.” “경서를 공부하였느냐?” “예. 그것들을 공부했습니다.” “네 마음과 행실을 다스리기 원한다면 우리 경서가 충분하지 않느냐? 왜 사교에 빠져 방황하느냐?” “저는 조금도 사교에 빠진 것이 아닙니다.” “천주의 종교가 사교가 아니더냐?” “하느님은 하늘과 땅, 천사와 사람, 그리고 모든 피조물의 창조자요 위대한 아버지이신데, 그분을 섬기는 것을 사교라 부를 수 있겠습니까?” “이 교리의 간단한 요약을 내게 해 보아라.” “이 곳은 규범을 논하는 장소이지 교리를 설명하기 위한 장소가 아닙니다. 우리가 실천하는 것은 십계명(十誡命)과 칠극(七克)으로 요약됩니다.” “너는 누구에게서 이 책들을 받았느냐?” “그를 지목할 수는 있겠지만, 내게 이 책들을 빌려 준 때는 임금님의 금령이 존재하지 않았고, 그러니 그 사람은 죄가 없었습니다. 엄중한 금령이 있는 오늘에 제가 만약 그 사람을 지목하면, 그 사람은 그 자신의 무고함에도 불구하고 혹독한 형벌에 처해지게 될 것인데, 제가 어떻게 그런 결심을 할 수 있겠습니까? 그것은 ‘이웃을 해치지 말라.’고 하는 계명을 어기는 것이니, 저는 그를 고발할 수가 없습니다.”




댓글 0

첫 댓글을 남겨보세요

오늘의 말씀 묵상

목록 전체보기 →
하느님의 법은 다양합니다[성 대 그레고리오 교황의 ‘욥기 주해’에서]24.05.30조회 282024년5월30일-소바르의 충고[욥기에 의한 독서]24.05.30조회 20천주교 종교는 사교가 아닙니다.[다블뤼 주교의 『조선 주요 순교자 약전』에서]24.05.29조회 222024년5월29일-아무것도 우리를 하느님의 사랑에서 떼어놓을 수 없습니다[사도 바오로가 로마인들에게 보낸 편지에 의한 독서]24.05.29조회 38주여, 나는 있는 그대로 당신 앞에 드러나 있나이다 [성 아우구스티노 주교의 ‘고백록’에서]24.05.28조회 1202024년5월28일- 욥의 탄식 [욥기에 의한 독서]24.05.28조회 7우리가 하느님에게서 좋은 것을 받았는데 나쁜 것이라고 하여 어찌 거절할 수 있단 말입니까[성 대 그레고리오 교황의 ‘욥기 주해’에서]24.05.27조회 102024년5월27일-욥이 부스럼으로 고통을 받고 있을 때 그의 친구들이 찾아왔다[욥기에 의한 독서]24.05.27조회 12삼위일체 안에서 삼위일체로부터 나오는 빛과 광휘와 은총 [성 아타나시오 주교의 편지에서]24.05.26조회 102024년5월26일- 하느님 성의의 큰 신비 [사도 바오로가 고린토인들에게 보낸 첫째 편지에 의한 독서]24.05.26조회 10주님께 가까이 나오면 조명받으리라 [아그리젠토의 성 그레고리오 주교의 ‘전도서 주해’에서]24.05.25조회 122024년5월25일- 노년기에 대한 잠언 [전도서에 의한 독서]24.05.25조회 9내 영혼이 주님 안에서 기뻐 뛰노나이다 [아그리젠토의 성 그레고리오 주교의 ‘전도서 주해’에서]24.05.24조회 92024년5월24일- 지혜로운 사람의 위로 [전도서에 의한 독서]24.05.24조회 9하느님의 무한한 깊이 [성 골룸바노 아빠스의 강론에서]24.05.23조회 82024년5월23일- 필요 이상으로 알려고 하지 말라 [전도서에 의한 독서]24.05.23조회 13천상의 것을 추구하십시오 [성 예로니모 사제의 ‘전도서 주해’에서]24.05.22조회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