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성탄 대축일 교구장 메시지

2010. 12. 22. 오후 1:26:27

글자
정의가, 큰 평화가 꽃피게 하소서(시편 72,7)

 

친애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예수님의 성탄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예수 성탄의 기쁨이 온 세상에 가득하기를 바라며, 우리 모두 성탄의 기쁨을 함께 나누도록 합시다.

대림절을 지내며 성탄을 준비하며 기다리던 우리는 그 옛날 메시아를 고대하던 이스라엘 백성의 마음을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이스라엘 백성은 오랜 기간 메시아를 기다리면서, 그분이 오시면 어두움과 불의가 가시고, 빛과 즐거움이 넘치고 정의와 평화가 가득찬 세상이 될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정의가, 큰 평화가 꽃피게 하소서”(시편 72,7) 라고 탄원하였으며 “어둠 속을 걷던 백성이 큰 빛을 본다”(이사 9,1)는 예언자의 말을 믿었습니다.
금년도 성탄절을 기다리는 우리의 마음 또한 그들과 같습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가 그 어느 때보다도 정의와 평화가 요청되는 시기이기에 그렇습니다. 하느님의 모상으로 창조된 사람은 모두가 그 품위 때문에 존중받고, 평등하게 대우받아야 합니다. 권력과 재물, 학벌과 사회적 지위로 평가하고 또 차별하는 세상에는 하느님의 정의가 자리할 수 없습니다.

지난 11월 23일 북한은 우리 서해 연평도를 향해 포탄을 퍼부었습니다. 우리 군도 이에 대응해 포탄을 북한의 해안포 진지를 향해 쏘았습니다. 가히 전쟁이라 할 수 있는, 결단코 일어나서는 안 될 사태가 벌어진 것입니다. 남북 간에 전면전이 벌어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불안이 한반도를 휘감고 있습니다.
백주에 버젓이 포탄을 퍼부어 인명을 살상하고 전쟁의 위협을 가한 북한 정권은 비난받아 마땅합니다. 우리 민족의 미래에 암운을 드리운 파렴치한 행위이고, 그 어떤 이유로도 합리화 될 수 없는 범죄행위이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사태가 이렇게 된 데는 현 정부의 대북정책도 탓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평화를 지향하는 대북정책이 실행되도록 우리 모두가 노력해야 하겠습니다.

세계의 이목이 한반도로 향하고 있는 이 시기에 우리는 평화의 주인이신 하느님 아버지께 우리나라를 맡기며 그분의 뜻이 한반도 안에서 펼쳐질 수 있도록 기도드려야 하겠습니다.
전쟁의 위협이 고조되던 시기에 발현하신 성모님께서 목동들에게 하신 말씀은 ‘러시아의 회개를 위해 기도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우리에게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평화를 위해 바치는 기도입니다. 북한의 회개와 우리 모두의 회개를 위해 기도드리는 일은 ‘지금 여기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쉬우면서도 소중한 일입니다.
파티마에서 성모님의 발현을 본 사람도, 성탄 밤에 예수님의 탄생소식을 처음 접한 사람도 모두 양을 치는 목동들이었습니다. 목동들이 하늘로부터 들은 것은 “지극히 높은 곳에서는 하느님께 영광, 땅에서는 그분 마음에 드는 사람들에게 평화!”(루카 2,14)라는 말씀이었습니다.
목동들은 자신이 맡은 일을 묵묵히 성실하게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이었으며, 하느님께 영광을 돌리고 하느님의 마음에 드는 삶을 산 사람들이었습니다. 오늘날 우리가 안고 있는 불안이 사라지도록 참 평화를 구하면서, 목동들의 묵묵하고 성실한 삶을 묵상하면서, 과연 우리가 하느님께 영광을 돌리며 하느님 마음에 드는 삶을 살고 있는가를 반성해야 하겠습니다.

사랑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그분 마음에 드는 사람”이 되기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먼저 정의를 실현하는 일입니다. 정의의 실현은 무엇보다 생명과 사랑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이루어져야 합니다. 우리사회에 넘쳐흐르는 반생명적인 문화인 죽음의 문화를 퇴치하고 생명의 문화를 건설하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한 정의의 실현일 것입니다.
생명의 문화를 건설하는 데는 진보와 보수의 구별이 없고, 여야의 구별이 없으며, 기득권을 위한 싸움이 있을 수 없습니다. 정부의 모든 정책이 생명을 보호하고 존중하는 마음이 바탕이 되도록 우리 모두 애를 써야 할 것입니다.

북한과 인접하고 있는 우리 의정부 교구의 지리적 특성상, 평화에 대한 갈망이 더욱 큽니다. 하느님의 자녀들은 사람이 사람을 해쳐야 생존하는 인간성 상실의 극한인 전쟁을 결단코 반대하고, 평화를 선택해야 합니다. “늑대가 새끼 양과 함께 살고, 표범이 새끼 염소와 함께 지내며, 송아지가 새끼 사자와 더불어 살쪄 가고, 어린 아이가 그들을 몰고 다니는”(이사 11,6) 그런 세상을 소망하며 기도해야 합니다.
우리 의정부 교구는 타 교구에 비해 우리나라의 평화와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해 기도해야 할 의무가 더 크다고 생각합니다. 한반도에서 전쟁은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됩니다. 더욱 열심히 평화를 위해 기도해야 하겠습니다. 기도하는 일이야 말로 “그분 마음에 드는 사람”이 되는 시작이며 전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울러 주님 성탄의 기쁨을 주변의 어려운 사람들과 함께 나누기를 청합니다. 가난한 사람, 외국인 노동자, 독거노인, 소년소녀 가장과 요양원이나 여러 시설에서 외롭게 지내는 많은 사람들과 더불어 함께 성탄의 기쁨을 나누어 주시기 바랍니다.

하느님의 마음에 드는 사람들로 이 땅이 채워질 때 하느님의 평화 또한 온 세상에 넘쳐흐르게 될 것입니다. 성탄의 거룩함과 기쁨이 형제 자매 여러분과 여러분의 가정에 가득하고 한반도 곳곳에 충만하길 기원합니다.

2010년 예수성탄 대축일에
의정부교구장 이기헌 베드로 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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