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자들 음주실태와 바람직한 음주문화

2011. 12. 22. 오전 11:5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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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자들 음주실태와 바람직한 음주문화

 

적당히 마시면 ''약'' 지나치면 ''독''

 

 
▲ "술은 알맞게 마시면 사람들에게 생기를 준다"(집회 31,27).
적당히 마시면 술만큼 좋은 게 없지만 지나치면 술만큼 나쁜 게 없다.
 
 
 수많은 송년모임과 술자리가 기다리고 있는 연말이다. 송년모임은 보통 술자리로 이어지고 과음을 하는 일도 다반사다. 본당 단체모임도 예외가 아니다. 구역 모임, 형제회를 비롯한 각종 본당 모임에서도 술이 빠지는 경우가 드물다.

 다른 종교 신자들보다 천주교 신자들이 술에 관대하고, 술을 많이 마신다는 이야기는 더 이상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다. 3년 전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천주교 신자들이 종교인들 가운데 술을 가장 많이 마신다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술자리가 잦아지는 연말을 맞아 신자들의 음주실태를 진단하고 바람직한 음주문화를 모색해봤다.

 
#성당에서 술을 마시지 마세요
 수원교구 A본당 신자들은 지난해 여름부터 성당에서 술을 마셔본 일이 없다. 주임신부가 '절제하는 삶'을 강조하며 성당 내 음주를 자제해달라고 당부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본당 행사나 잔치, 야유회가 있어도 A본당에서는 술을 구경할 수 없다. 굳이 술을 한 잔 하고 싶은 신자들은 성당 밖으로 나가서 마셔야 한다. 얼마 전에는 성당에서 불우 이웃을 돕기 위한 바자를 열었는데 역시 술은 팔지 않았다.

 '성당 내 음주금지' 조치에 대해 신자들 반응은 제각각이다. 대부분 남성 신자들은 썩 내켜하지 않는 반면 여성 신자들은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음주금지' 덕분에 남편이 술 마시는 횟수가 줄었기 때문이다. 서울대교구 B본당도 A본당과 비슷한 이유로 지난 여름부터 성당 내 음주를 금지시켰다.

 A본당 신자 박 아무개(남)씨는 "본당 행사 때 술이 빠지니까 허전한 기분이 드는 게 사실"이라며 "아쉽긴 하지만 신부님께서 좋은 취지로 정하신 규율이기 때문에 신자들이 큰 불만을 갖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처럼 본당에서 신자들에게 음주 자제를 당부하는 이유는 그만큼 신자들이 술을 많이 마시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실제로 본당 행사나 각 단체 친목회를 할 때 술이 빠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단체 회합을 마치고 '2차 주(酒)회합'이라는 이름으로 거의 매주 술자리를 갖는 남성 단체도 적지 않다.
 
 #본당 행사, 단체 모임 후 술자리는 필수?
 이따금씩 술자리를 가지며 친목을 다지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다만 단체 회합 후 술자리가 관행처럼 굳어졌다거나 과음을 할 때 문제가 생긴다. 회합보다 술자리가 더 길어지거나 술로 인해 눈살이 찌푸려지는 일이 발생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박 요한씨는 몇 해 전 있었던 본당 윷놀이대회 이야기가 나오면 부끄러움에 고개를 들지 못한다. 교중미사 후 열린 윷놀이대회에서 신자들과 낮술을 마시다가 오후 2시도 안 돼 이른바 '필름'이 끊겨버린 것이다.

 평소 얌전한 성격이었던 박씨는 술에 취해 정신이 없는 상태에서 성전 안에서 담배를 피우고 침까지 뱉는 '몹쓸 행동'을 했다.

 물론 박씨는 아무 것도 기억하지 못한다. 다행히 박씨를 일찍 발견한 친한 성당 선배가 담배를 뺏고 밖으로 끌고 나와 다른 사람들은 모른다. 박씨는 나중에 그 이야기를 듣고 아찔한 기분이 들었다.

 그날 낮술을 과하게 먹고 취해서 성전을 활보한 사람은 박씨뿐이 아니었다. 박씨는 "그 일이 있은 뒤로 성당에서는 가급적 술을 마시지 않는다"면서도 "성당 사람들과 만날 때 술자리가 없으면 왠지 허전한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중장년 신자들만 술자리를 자주 갖는 게 아니다. 청년 신자들도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다. 서울대교구 C본당 청년회 각 단체는 청년 미사를 마치고 거의 매 주일 술자리를 갖는다. 이는 다른 본당 청년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 고등학교 졸업 후 성당에서 술을 처음 배우는 청년도 무척 많다.

#성경말씀에서 찾아본 '술'
 C본당 청년성가대 단장 박 베드로씨는 "술을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금세 친해진다"면서 "주일뿐 아니라 평일에도 성당 선후배들과 만나 술을 마시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박씨는 "주일에 술을 너무 많이 마셔 다음날 생활에 지장을 받은 적도 종종 있다"고 말했다.

 몇 년 전 지구 청년모임에서 간부로 활동했던 박 미카엘씨는 그 때를 '살아오면서 술을 가장 많이 마셨던 시절'로 기억하고 있다. 박씨는 "보통 회의를 1~2시간 한 후 술을 5~6시간씩 마셨다"면서 "이튿날 회사에 출근해 전날 먹은 술을 게워낸 적도 있었다"고 기억했다.

 개신교회는 술과 담배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지만 천주교는 술에 대해 무척 관대한 편이다. 장재봉(부산가톨릭대) 신부는 저서 「소곤소곤 이게 정말 궁금했어요」에서 "성경은 인간의 먹거리를 간섭하지 않으며 오히려 '먹거나 마시는 일'로 아무도 심판하지 말 것을 당부하고 있다(콜로 2,16)"면서 "하느님은 인간이 감사하게 먹는 행위라면 술과 담배를 따지지 않으신다"고 설명했다.

 "술은 취하도록 마시지 말고, 취한 채 너의 길을 걷는 일이 없도록 하여라"(토빗 4,15), "술을 마시면 법을 잊어버리고 고통 받는 모든 이의 권리를 해치게 된다"(잠언 31,5), "술을 지나치게 마신 자는 기분이 상하고 흥분하여 남들과 싸우게 된다"(집회 31,29).

 교회는 술을 마시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지 않지만 성경에서 지나친 음주를 경고하는 구절은 수없이 나온다. 즉 술을 마시더라도 과하지 않게, 적당히 마시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마시더라도 적당히
 술자리 대신 문화활동으로 신자들 간 친교를 다지는 본당도 있다. 서울대교구 역촌동본당(주임 김민수 신부) 몇몇 구역은 구역모임이 끝난 후 술을 마시던 관례에서 벗어나 연극을 관람하고 차를 마시며 구역모임을 실시해 신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얼마 전에는 김민수 주임신부의 권유로 '술 없는 본당 야유회'를 열어 호응을 얻기도 했다.

 본당 4구역 총무와 청년분과장을 맡고 있는 김대수(니콜라오)씨는 "본당 단체는 봉사활동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좋은 마음으로 활동을 마치고 술을 마시는 모습이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며 "술자리로만 친목을 다지면 술을 잘 마시지 못하는 신자나 새로운 신자가 기존 단체에 들어가 적응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김씨는 "술자리를 아예 금지하자는 말은 아니다"면서 "가끔 맥주 한 잔 정도 하며 술자리를 갖는 것은 나쁘지 않지만 모임이나 활동을 마친 후 으레 술자리를 갖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수원교구 D본당에서 성인 복사단장과 쁘레시디움 단장을 맡고 있는 최인걸(아우구스티노)씨는 모임을 마친 후 회식을 할 때면 마실 술의 양을 미리 정해 놓는다. 보통 복사단(8명) 회식 때는 소주 2병, 쁘레시디움 회식 때는 생맥주 500cc 한 잔씩이 '정량'이다.

 아무리 회식 분위기가 좋아도 절대 술을 더 주문하는 법이 없다. 최씨는 술을 더 먹자는 단원이 있으면 "취하도록 마시고 싶으면 집에 가서 혼자 먹으라"고 단호하게 말한다. 신자들 모임에서는 절대 술이 중심이 되면 안 된다는 게 최씨 지론이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는 사자성어와 가장 어울리는 게 바로 술이다. "마셔야 할 때에 적절하게 마시면 술은 마음의 즐거움이요 영혼의 기쁨이다"(집회 31,28)는 성경 말씀처럼 술은 적당히 마시면 즐거움을 주고 인간관계에 윤활유 역할을 할 수 있지만 지나치면 독이 된다. 연말에 본당 단체 송년모임을 계획하고 있는 신자들은 '과유불급'을 꼭 기억하자.
임영선 기자 hellomrlim@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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