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 성요한의 영의 이해

2005. 10. 29. 오후 2:35:41

글자
 

2) 영의 세계


십자가 성 요한에게 있어 영1)은 “하느님과 통교를 맺고 있는 영혼의 상위 부분”2)으로 영혼의 보통 개념을 수용하고 있다. 즉 영혼은 자신이 경험한 것에 대해 지각하고 사랑하는 작용들을 수행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이를 십자가 성 요한은 지각 작용에 해당하는 두 가지 능력으로서 지성과 기억을, 이미 지각된 사물들을 사랑하는 작용의 능력으로서 의지를 설명한다.3)

또한 지성은 추상능력을 가질 수 있는 능력이고 기억은 추상된 관념을 보존할 수 있는 능력이며 의지는 지성에 의해 파악된 좋은 것을 원할 수 있는 능력이다.


① 지성


지성은 구체적인 성질들을 지각하는 능력과는 달리 추상적인 성질들 즉 사물 자체의 개념을 인식할 수 있는 영혼의 능력이다. 지성의 추상적인 개념을 통해서 판단이 나오고 판단은 발전하여 어떤 추론을 만들어 낸다.4)

지성은 인간이 인식하는 능력으로 십자가 성 요한은 지성을 관념과 지식을 얻는 방법으로 다음과 같이 분류하고 있다.5)

가. 자연적인 지각 방법6)

  ㄱ. 감각

     ㄱ) 외적감각 : 인간의 오감(시각․청각․후각․미각․촉각)

     ㄴ) 내적감각 : 상상과 창조적 기억(心象)

  ㄴ. 지성 자체에서 알 수 있는 일체

나. 초자연적인 지각 방법

  ㄱ. 육체의 지각

    ㄱ) 육체의 외관(外官)7) : 감각적 시현이나 감각적 정감(느낌)

    ㄴ) 육체의 내관(內官) : 초자연적인 상상의 시현

  ㄴ. 영적 지각

    ㄱ) 분명하고 개별적인 것

       ㉠ 시현(示現)8) : 형상적인 것, 비형상적인 것9)

       ㉡ 계시(啓示)10) : 실상의 지견(知見), 하느님의 신비와 현의의 표명11)

       ㉢ 영의 말(靈言)12) : 계속적 언어, 형상적 언어, 실제적 언어

       ㉣ 영의 느낌(靈的 感動)13) : 믿음 안에 주어지는 관상

위와 같이 인간의 지성은 자연적인 지각과 초자연적인 지각으로 관념과 지식을 얻는다. 자연적인 방법이란 지성의 능력으로 알 수 있는 모든 것으로서, 그것은 육체적인 감각이나 지성 자체에 기인한다. 따라서 자연적으로 얻을 수 있는 지각은 주로 외․내적 감각을 통해서 이다.

초자연적인 방법이란 자연적 지성의 능력을 훨씬 넘어서 지각되는 모든 것이다. 초자연적인 지각 중에 어떤 것은 육체적이고 또 어떤 것은 영적이다. 육체적인 초자연적 지각은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육체의 외관을 통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육체의 내관을 통한 것으로 상상력이 파악하고 형성하고 조작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포함한다.

영적인 지각 역시 두 가지로 나누는데, 하나는 분명하고 개별적인 것이나 다른 하나는 불분명하고 어둡고 일반적인 것이다 분명하고 개별적인 지각 중에는 어떠한 육체감각을 통하지 않는 특수한 지각의 네 가지가 있다. 시현(示現), 계시(啓示)와 영의 말(英彦)과 영의 느낌(靈的 感動)이다. 어둡고 일반적인 지각은 다만 한 가지 뿐으로 믿음 안에 주어지는 관상인데, 이 관상 안에 우리 영혼을 두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육체적이고 영적인 온갖 자각을 벗어 던지고 오직 관상에로 가야만 한다.14)

그러므로 인간의 지성으로 하느님을 이해한다는 것은 하느님을 잘못 파악할 위험성을 안고 있다. 따라서 이상에서 제시한 지성에 의해 파악되는 모든 지각과 지식은 지성 안에서 비소유적이 되어야 한다.


② 기억15)


기억은 지성이 어떤 관념들을 가지게 될 때, 거기에 되돌아갈 수 있고 또 지니게 된 관념들을 보존하는 능력이다. 십자가 성 요한은 기억을 자신의 영성적 체험을 바탕으로 하여 지성과는 구분되는 영혼의 능력 중의 하나로 파악하고 특히 강렬한 영성적 노력의 대상으로서 이 기억에 대해 길고 명백하게 설명한다. 이에 대해서 십자가 성 요한은 성 아우구스틴의 전통을 따르고 있으나, 그 작용에 관해서는 십자가 성 요한의 체험을 바탕으로 독특하게 표현되고 있다.

첫째, 기억은 과거를 회상하고 이미 배웠고 체험된 것들을 상기시키는 능력이다. 그러므로 요한은 이 능력을 통해서 기억될 수 있고, 잊을 수 있고, 숙고할 수 있으며, 그러한 유사한 대상들로부터 간직되고, 상기시킬 수 있다.16)

두 번째, 십자가 성 요한은 기억을 회상하는 능력으로써 사용한다. 감각들에 의해서 기억되는 것이 부분적으로 인식되고 서술된다. 이러한 관계에서 지성과 기억사이에 구별은 어렵지만, 기억이 “형, 상, 인식”의 말로서 표현된다. 또한 기억 역시 영적 능력이기에 하느님과 영혼이 합일하는데 직접적으로 관여한다.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기억도 정화되어야 한다.17) 그러므로 지성에서 마찬가지로 기억도 하느님이 아닌 모든 형태들을 비워야 한다.


③ 의지


의지는 지성에 의해 인식된 ‘좋은 것’을 사랑하는 능력이다. 이것에 대해 많은 의견이 있으나, 십자가 성 요한은 성 토마스 아퀴나스의 학설을 따른다. 즉 의지는 지적 능력으로부터 알게 된 대상에 도달하려는 경향을 가진 능력이다.18) 따라서 의지는 지성과 기억과 달리 중요한 특성을 지닌다. 첫째로 의지는 앞서 본 육체의 욕과 마찬가지로 좋은 것으로 인식된 것에 대한 강렬한 이끌림과 경향성을 갖는다. 그래서 좋다고 인식되는 대상과 일치하려는 강렬하고 필연적인 경향을 갖는다.19) 의지의 또 다른 근본적인 특성은 자유이다. 인간의 지성이 자유롭게 의견을 가질 수 있듯이 인간의 의지도 자유롭게 작용할 수 있다. 이러한 이유에서 인간은 ‘자유의지’를 갖는다.20) 그리고 자유 의지의 특성은 ‘선택’에 있다. 선택은 어떤 것이 더 좋은지 조사하고 판단하는 인식과 좋다고 판단된 것을 받아들여 유익한 어떤 것에로 기우는 욕구로부터 결과된다. 그러므로 인간은 자유의지로 선택한 것에 대해서 ‘책임’이 있다. 그가 어떤 대상을 사랑한다는 것은 그가 자유 의지로 그 대상을 선택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의지적 행위의 이면에는 그 대상에 대한 사랑이 내포되어 있는 것이며, 또한 의지적 행위를 동시에 사랑의 행위라고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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