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의 성요한 영성과 영성의 토착화 1

2005. 10. 29. 오후 2:32:15

글자

 영성의 토착화라는 제목으로 논문을 작성했던 졸저를 올립니다.

 

Ⅰ. 서론


   1. 문제제기


우리는 새로운 천년의 문이 열림과 동시에 교회에서는 대희년을 맞이하는 경이로운 시기를 맞이하였다. 그러나 우리는 희년의 기쁨과 함께 우리에게 맡겨진 과제들이 있다는 것을 함께 인식해야 할 것이다. 그것은 진정한 인간성 회복과 더불어 그리스도교인들에게는 ‘새 복음화’에 대한 도전이다. 이러한 제반 문제들의 기저에는 내적 성숙과 영성의 심화라는 과제가 함께 흐르고 있으며, 더 나아가서는 기본 바탕을 이루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리스도교 영성은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전에는 교회의 특정한 이들의 점유물처럼 여겼지만, 공의회 이후 수덕과 신비의 단계를 포함하고 있는 그리스도인의 영성은 수도자와 같은 특정 신분에 속한 사람들뿐 아니고, 삼위일체적 친교 안에서 사는 각 그리스도인의 모든 삶을 포함하며 성령의 은총 안에서 성자 예수 그리스도와 일치하고 성부께 나아가는 그리스도인의 삶을 말하고 있다.1)

그러므로 이 일치는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서 완전하신 것같이 너희도 완전한 사람이 되어라”(마태5,48)라는 하느님과의 하나됨을 말한다. 따라서 결혼생활을 하거나 독신생활로 사회생활을 하면서 무슨 일을 하든 누구나 다 하느님 아버지와 같이 완전해지도록 부르심을 받았으며, 복음을 통해서 예수님이 가르치시듯 우리 모두는 성덕을 추구할 의무를 지닌 것이다. “그러므로 ‘하느님의 뜻은 여러분이 거룩하게 되는 것이다.(데살1 4,3)’하신 바울로 사도의 말씀대로 교회 안에서 성직계에 속하는 사람이나 수도자, 평신도들이나 모두 다 성화의 보편적 성소를 받은 것이다.2)

공의회 이후 이러한 보편적인 영성 생활에도 불구하고 현대 세계는 영성의 위기를 겪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급속도로 발전해 가는 전자산업 사회 속에서 우리의 모든 생활 영역이 - 종교를 포함하여 - 세속화3)의 길로 치닫고 있는 것을 간과할 수 없다. 이러한 물질의 팽배와 세속화는 영성이 사라지고, 세속화에 밀려 저 멀리 떨어져 나간 것처럼 느끼게 해준다. 이러한 풍조는 서구사회 뿐 아니라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에서도 흔히 접하는 현실이다.

현금에 나타난 한국사회의 경제적 현실은 근본적으로 경제적 비리에 연유한다기보다는 우리 사회의 경제, 사회, 문화 등의 총체적인 문제와 결부되어 있을 뿐 아니라, 가장 큰 이유로 정신적 공항과 이상 상태로부터 연유한다고 할 수 있다. 이와 결부되어 한국교회는 그리스도교 영성의 빈곤 내지 진정성 결여가 가장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4)

이 땅에 그리스도교가 들어온 지 200년을 지나고 있지만, 우리 영성은 절음 발이 영성 - 삶과 신앙의 불일치 영성 - 이라는 지목을 피할 수 없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가톨릭 교회는 2000을 대희년으로 선포하였고, 새로운 삼천년기를 맞을 준비를 해왔다. 이에 맞추어 한국 가톨릭 교회도 2000년 대희년을 기념하며 새로운 자세를 가다듬기 위해서 교회가 추구되는 새 목표를 세웠다. 즉, 권위주의적 전체주의적 생활 양식과 방종한 개인주의적인 생활양식과도 대조되는 ‘나눔과 섬김의 삶을 사는 형제 자매적 공동체 건설’이다. 이러한 형제 자매적 공동체를 가꾸는 것이 2000년대의 역사적 상황 속에서 주어진 대안적인 삶의 형태이다. 이러한 공동체가 실현되기 위해서 교회의 모든 지체들은 내적 성숙과 더불어 영성의 심화라는 과제를 안고 있다.5)

그러나, 현재 희년을 맞는 우리의 현실은 어떠한가? 자신의 영성이 자신과 구체적인 삶 속에 깊이 뿌리를 내리고 있는가? 이에 대한 해답은 교회를 비롯한 사회 현실이 대신 답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불균형을 이루고 있는 우리의 영성을 질서 잡기 위해서 한국교회가 무엇보다 중시하고 실현하고자 노력해야 할 점이 바로 영성의 동공상태를 초래한 자신의 내적 미성숙의 극복과 아울러 영성의 심화이다.

이러한 과제들을 해결하고자 본 논문은 400년 전에 스페인에서 개혁된 가르멜 수도회6) 영성 - 예수의 데레사와  십자가 성 요한-에 중심 축을 이루고 있는 십자가 성 요한7)의 영성을 통해 한국교회 영성 안에서 가르멜 영성의 뿌리내림(토착화)과, 그리스도교 영성의 목적인 하느님과의 합일의 여정을 자신의 현실적인 삶 안에서 체험적이면서 이론적으로 분명하고 명확하게 밝히고 있는 성인의 영성을 통해서 우리 영성의 올바른 방향을 모색하고자 한다.


   2. 연구 과정 및 한계성


현대에 이르러 십자가의 성 요한 영성이 다양하게 연구되고 있고, 새롭게 해석되어가고 있는 과정에 있으므로 이러한 연구 과정 속에서 본 논문은 십자가의 성 요한 영성의 다양한 면들을 구체적으로 살피기보다는 그리스도교인들이 인간의 나약성과 한계 그리고 자연적인 조건들 속에서 하느님과의 일치 나아가는 방법과 과정서술하고 있는 성인 자신의 저서를 통해서 성인이 우리에게 전해주고자 했던 메세지를 간략하게 살펴보고자 한다. 그러므로 십자가 성 요한의 영성을 보다 깊이 있게 다루지 못하는 한계성과 함께 본 주제가 경험적 연구이기는 하지만 서술적(descriptive) 수준에 머물고 있음 또한 밝혀둔다.

본 논문은 전체 4장으로 이루어졌다.

제 1장에서 하느님과의 일치에 이르는 과정을 십자가의 성 요한의 주요 저서 네 편을 중심으로 살펴본다. 먼저 십자가의 성 요한의 인간과 하느님에 대한 이해와 관계성을 살펴보고, 영성의 주요 내용인 정화의 출발점에서부터 합일의 이르는 십자가 성 요한 영성의 역동적인 과정을 서술하고자 한다. 

제 2장에서 토착화에 대한 일반적인 이해와 한국교회의 토착화에 대한 기본 입장을 밝히며, 한국 교회의 영성과 영성 토착화의 원리들을 한국 전통 종교에 나타난 종교심성과 동․서양의 사유방식의 차이점 등을 살펴보고, 이러한 바탕에서 영성 토착화의 방향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제 3장은 한국 교회 영성 안에서 십자가 성 요한 영성이 갖는 토착화 의의와 이를 통한 한국교회 영성이 나아가야 할 올바른 방향을 십자가 성 요한의 영성을 토대로 제시해 보고자 한다.

본 논문에서는 십자가 성 요한의 주요 작품들의 참조8)를 위한 제목은 아래와 같이 약어로 표시하겠다.

산길 : 「가르멜의 산길(Sudida del Monte Carmelo)」9)

밤   : 「어두운 밤(Noche Oscura)」10)

노래 : 「영혼의 노래(Cantico Espiritual B)」11)

불꽃 : 「사랑의 산 불꽃 (Llama de Amor Viva)」12)

약어에 이어지는 숫자들은 순서대로 그 책의 권, 장, 절을 표시한다.

예를 들어, 산길 1, 2, 12 는 『가르멜 산길』 1권 2장 12절을 나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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