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뽀또/영화] 와니와준하

2001. 11. 20. 오전 10:46:49

글자

 

 이 영화를 개봉도 하기 전에 2번이나 보았습니다.

 웬간한 명작이나 돈 많이 들인 블록바스터 아니면 영화를 두 번 보는 일이 거의 없는 저로써는 참 의외인 일이지만 두 번 다 재미있게 느껴지더라구요. 그렇다고 해서 정말 뛰어난 수작도 아닌데 조금 이상하죠?

 

 그럼 이 영화의 어떤 부분이 저의 마음을 사로잡았는지 한 번 기억을 더듬어 보도록 하지요.

 

 와니는 경력 6년의 베테랑 에니메이터입니다. 보통의 에니메이터들은 힘든 동화부보다는 돈이 되는 -또 인정받는- 원화부쪽으로 빨리 올라가고 싶어하는데 와니는 그렇지 않더라구요. 딴 사람들이 뭐라고 해도 지금 자기의 자리를 잃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것 같습니다. 세상에 상처받기 싫어서 도전하지 않는 느낌이랄까요?

 

 준하는 1년쯤 전부터 와니와 사랑하게 되서 춘천에 있는 와니에 집에서 같이 살게 된 아직은 풋내기인 시나리오 작가입니다. (영화에는 둘이 어떻게 만났는지에 대해서는 나오지 않습니다. 알고 싶으면 -와니와 준하-라는 만화책을 보세요. 영화의 전 이야기들이 나옵니다.)

 준하에게 있어서 인생의 목표는 두 가지 밖에 없나봅니다.

 시나리오를 쓰는 것과 와니의 곁에서 언제나 지켜주는 것.

 

 티격태격 알콩달콩 잘 살고 있는 그들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옵니다.

 와니의 동생 영민이가 귀국한다는 와니 엄마의 전화.

 표정이 어두워진 와니. 준하는 그녀의 그런 변화를 알지만 보통때와 다름 없이 그녀를 대합니다. 물론 준하도 그녀에게 많은 것을 물어 보고 싶었겠죠. 하지만 그는 보통의 그런 사람이 아닙니다. 자기의 말 한마디가 그녀에게 상처가 될까 언제나 조심하며 그녀의 모든 것을 속속들이 챙겨주는 정말 괜찮은 사람이지요.

 

 몇 일 후 그들의 집에 고등학교때 영민이의 여자친구 -는 아니고 영민이를 좋아했던- 소양이가 찾아와서 몇 일동안 함께 살게 됩니다. 와니는 점점 옛 기억들을 떠올리게 되고 준하 역시 그런 와니를 보면서 많이 아파하고 힘들어 합니다. 준하는 소양과 술마시며 나눈 대화를 듣고, 또 2층 잠겨진 영민의 방에 있던 와니의 그림들을 보고 나서 자기의 느낌이 사실임을 알게 됩니다.

 

 자기의 이복동생을 좋아했던 마음을 간직하고 있는 와니.

 그런 와니와 영민을 사랑하고 있는 준화와 소양.

 상처가 아닌 사람은 없습니다. 그 상처들을 시간 속에 묻어가면서 살아 갈 뿐이죠. 소양도 몇 일 후에 집으로 돌아가고 준하는 당분간 일이 많고 정리 할 것이 있다고 말하면서 당분간 서울집에 올라가 있겠다고 합니다. 혼자 남겨진 와니. 그런 와니를 걱정하면서 서울로 올라간 준하.

 과연 이야기의 결말은 어떻게 될까요?

 

 이 영화는 순정영화라는 간판을 들고 나왔습니다.

 아닌게 아니라 영화는 내내 한 편의 잘 만들어진 순정 만화의 틀을 쫓아가고 있지요. 캐릭터의 미묘한 감정변화라거나 화면의 표현 방법, 소품, 캐릭터까지. 동거와 남매간의 사랑이라는 조금은 이상하게도 보일법한 상황을 정말 아름답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게다가 순정만화에도 단골로 출연하는 동성애도 맛배기로 나옵니다..^^;;)

 영화의 굴곡이 거의 없이 잔잔하게 흘러간다는 이야기인데... 이건 장점인 동시에 관객이 식상할 수도 있다는 큰 단점이기도 하지요. ( 오늘 아침에 'D 일보'를 보니 이 부분을 가지고 열라 씹더군요. 전 인정할 수 없지만...) 하지만 제가 느끼기에는 그냥 일상적일수도 있는 사랑 얘기를 같이 느낄 수 있도록 잘 만들어진 것 같습니다.

 

 또 하나 이영화의 특징이라면 처음과 마지막 부분에 사용된 아름다운 에니메이션.

 실사에 입히는 형식으로 만들이진 이 에니는 영화를 본 모든 사람들이 감탄할 정도로 잘 만들어졌습니다. 그렇게 에니메이션 하나 만들어도 성공할것 같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이 영화는 개인적으로 처음 볼 때보다는 두번째 볼때가 더 좋았습니다. 물론 느낌이라면 처음의 그것이 더 크겠지만 처음 볼 때 보지 못했던 미묘한 느낌의 표현들이 두번째 볼때 많이 보였거든요. 만드는 분들도 영화에 소흘하지 않았고 시나리오와 구성도 탄탄하다는 말이 되겠지요.

 또 위에도 언급한 바 있지만 만화를 보고 영화를 보시면 훨씬 감정이입이 잘 될것 같습니다. 남들(다른 관객)이 모르는 둘의 과거 얘기를 자기만 알고 있다는 느낌도 괜찮구요..^^

 

 게다가 영화에 나오는 연기자들의 연기도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김희선도, 주진모도 정말 훌륭한 연기를 했습니다. 이 영화를 하면서 조금은 더 연기자의 모습에 가까워진것 같네요. 다음에 더 좋은 모습으로 영화에서 만나게 될 날을 기다려야 겠습니다.

 그리고 조연급으로 나오는 최강희와 조승우의 색깔있는 연기도 일품이었습니다. 이 둘이 있었기에 주인공들의 감성표현이 훨씬 매끄럽게 이루어졌다고 봅니다.

 원래는 영민역에 조승우가 아닌 원빈이 될뻔 했다고 하는데... 원빈이었다면 더 아름다운 영화가 됐을지도 모르겠네요.^^

 

 뭐라고 이 영화에 대해서 더 많은 얘기를 해드리고 싶지만 이 영화는 설명보다 느낌이기 때문에 더 이상은 말씀드리기가 어렵네요. 보고 느끼라는 말 밖에...  

 일부 남자분들은 영화를 보다가 잘지도 모르겠지만... 대부분의 분들에게는  공감할만한 이야기가 될겁니다.

 

 첫사랑의 기억, 그리고 지금의 소중한 사랑에 대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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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뽀또 평점 * (10점 만점)

 

  9점 ********* (강추입니다..!!)

 

 제 마음을 이야기하는 것 같아서...

 올해본 한국 영화중에 두번째로 큰 감동을 주었기에...

 (참고로 1등은 무사랍니다.주진모를 좋아하게 될것 같군요)

 

 

 * 추신 *

 

 이 영화는 배경이 춘천이지만 실제 촬영은 서울 특별시 용산구 후암동에서 찍었습니다. 어떻게 아냐구요? 제가 바로 서울 특별시 용산구 후암동에 사니까요.^^; 그냥 영화 촬영하나 하고 지나치기만 했지 이런 잘만든 영화일줄 알았다면 맨날 놀러가는건데...잉 아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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