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그머니..

2000. 5. 8. 오후 10:52:53

1
글자

기억하십니까..??

체육대회 준비모임 때 ’딱지 뒤집기’ 준비물을 정하는데 행여 다른 본당에게 뒤질세라 냅다 손 들었던 베로니카입니다..

 

오늘 한가한 월요일을 맞이하여 교사들이 옹기종기 모여 그 준비물을 만들었죠..

근데.. 웬걸.. 이게 생각보다 어려운 겁니다..

하드보드지를 자르고 락카를 뿌리는데..

손은 아프지요.. 냄새는 지독해서 머리는 아프지요..

스프레이가 마를 동안 기다리면서.. 한 교사가 말을 꺼내더군요..

교사 : 이거 왜 이렇게 힘들어..? 어이, 교감.. 또 가위바위보 해서 졌어??

본인 : (자랑스럽게) 아~니..  다른 본당에게 뺏길까봐 얼른 손 들었는걸..

교사 : 이거 장난이 아닌데..?  그럼 다른 본당은 뭐 준비하는데??

본인 : 교감을 뭘로 보는 거야? 다른 본당은 훨씬 힘든거야..

교사 : (잠깐 수긍하는 듯 하다가) 프로그램은 뭔데??

본인 : 저기 기획안 있으니까 한번 봐라..

교사 : (한참 들여다 보다가 혀를 차며) 그럼 그렇지..  내 이럴 줄 알았어..

본인 : (의아해하며) 왜??

교사 : 다른 준비물이 더 쉽잖아.. 으이그... 저 띨띨이.. 하여튼 교감이 멍청하면 애매한 교사들이 고생한다니까..

본인 : 아니야.. 아니야..  대박 준비하는 본당도 있어..

교사 : 정말 바보 아니야?? 한 번 볼까?

 

생각해 보니.. 이 딱지 만드는 게 예사 일이 아니었습니다.

왜 저는 이걸 가장 쉽다고 생각했을까요..

아무래도 이 "딱지"라는 단어 때문이었나 봅니다..

딱지가 어려워봤자지, 뭐.. 그렇게 생각했었던 것 같네요..

 

그래서 지금 어떻게 됐냐구요?

삼각지 교사들, 락카 냄새에 환각 증세를 일으키며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그리고 전 교사들에게 엄청나게 구박을 받았습니다..

대체 평생 도움이 안된다.. 이 기회에 갈아 치우자.. 교감은 탄핵 안되냐??

그걸 머리라고 쓴 거냐.. 가만이나 있지, 자진해서 손은 왜 드냐..?

그리고 그걸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거 봐라.. 정말 기가 찬다...

 

전 정말 이게 가장 쉬운 건 줄 알았거든요.. 제 딴에는 본당 교사들 고생 안 시키게 한답시고 잽싸게 손든건데..

잔머리(!) 굴렸다가 욕만 먹었습니다..

 

아.. 이래서 사람은 정도를 지키며 살아야 한다고 하나 봅니다.

다음부터는 절대 어줍잖게 머리쓰지 말아야지..

 

아직도 남아 있는 딱지들을 보니 한숨만 나옵니다..

 

 

                                  교감의 능력을 의심받으며 좌불안석하는 베로니카..

 

 

 

댓글 0

첫 댓글을 남겨보세요

1지구 모임방

목록 전체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