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꼬마의 기도

2000. 2. 9. 오후 4: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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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안나 할머니가 이런 말을 하였다.

 

 

"손주 넷과 밥상을 받았어요.

큰아들네 아들 둘,

작은아들네 아들 둘이 여름방학 때 와서

함께 받은 밥상이었어요.

 

그들 중 큰녀석은 2학년, 그 다음은 1학년,

다음은 유치원, 막내는 다섯 살 반이었어요.

식사 전에 제가 아이들에게 기도를 시켰지요.

 

큰녀석부터 하라고 했더니 큰녀석이 이렇게 기도했어요.

 

'하느님, 우리를 할머니 집에 오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또 맛있는 음식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잘했다고 칭찬해 주고는 1학년 녀석에게도 기도를 해보랬어요.

그녀석의 기도는 이러했어요.

 

'하느님, 감사합니다.

 엄마 아빠는 못 왔지만 우리들은 아주 잘 있어요.

 이 음식을 잘 먹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참 잘했다고 칭찬해 줬어요.

그리고 유치원 다니는 녀석은 제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어느새 유치원에서 배운 것을 줄줄 외고 있었어요.

 

저는 참 잘들 했다고 칭찬해 주고는 밥을 먹자고 하니까,

아이들이 '진범이도 시켜요.' 하고 말하는 거예요.

진범이는 막내였거든요.

 

진범이는 기도를 할 것 같지가 않아서 제가 안시키려 했던 것인데

형들이 시키자기에 '진범아 너도 기도해라.' 했더니 이렇게 기도했어요.

 

 

'하느님, 진지잡수세요.'

 

 

저는 진범이가 기도를 마쳤을 때

아무 생각없이 참 잘했다고 등허리를 두드려 주고는

아이들이 배고플까봐 빨리 먹자고 했어요.

녀석들은 입이 하나 달린 것이 아쉽다는 듯이

숨도 제대로 못 쉬고 퍼먹었어요.

 

그런데 식사를 하면서 자꾸

진범이의 기도가 되뇌어졌어요.

 

'하느님, 진지잡수세요...'

'하느님, 진지잡수세요...'

 

 

저는 참 많은 것을 깨달았어요.

 

그래서 그 녀석의 머리를 자꾸 쓰다듬어 주었지요."

 

 

 

 

진범이는 하느님을 멀리 계신 분이 아니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는 가족같이 생각했기에 "하느님, 진지잡수세요."하고 기도한 것이다.

이 얼마나 멋진 기도인가!

어른들의 기계적인 기도나 혹은 거창한 기도보다

진범이의 기도가 얼마나 더 진정한 기도인가!

......

 

진범이처럼 단순하고 천진스러운 마음으로,

하느님을 멀리가 아닌 가까이 계신 분으로 생각하여 대화를 나눌 때

이미 그는 천국을 살아가는 것이다.

 

식사 때마다 진범이의 기도를 생각해 봐야겠다.

 

 

 

'너희가 어린이와 같이 되지 않으면

 하느님 나라를 차지하지 못한다.(마르10,15참조)'

                                                                               - '86년 경향잡지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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