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지구 서기님의 찬성표

2001. 12. 29. 오후 3:24:34

글자

15지구 서기 조재선입니다. 제 친구가 10지구 초등부 주일학교 지도신부인데, 제가 15지구 서기가 되었다고 하니까 막 비웃으면서, 서기랑 회계를 두고 있는 지구는 15지구밖에 없다고 하더군요. 자기도 15지구 초등부 교사 출신이면서 출신 지구를 비웃다니... 하긴 그때는 12지구였으니까. 방학을 해서 열흘을 집에서 잠만 자다가 도저히 안되겠다는 생각에 모교 도서관을 와서 책을 읽다가 잠시 전산실에 내려와 있습니다.

 

저도 등촌동에 이글라라 선생님 뜻대로 봉헌금을 썼으면 좋겠습니다. 그동안 봉헌금의 주인이 없어서 고민하던 차였습니다. 지금은 서교동으로 가신 아오스딩 신부님도 복음의 정신에 맞게 써달라고 당부하시고 가셨습니다.

 

눈이 내리는데, 하늘에서 깃털같은 것이 휘리릭 바람을 못이기고 이리 저리.

우리 인생도 저렇게 알 수 없는 힘에 이끌려 이리 저리 다니다가 녹아 없어지겠죠.

하얀 눈이 보기 좋지만 무서워서 건물밖으로는 한발자국도 못나가겠습니다.

우물쭈물하다간.

 

매주 금요일에는 화곡동에 Taize의 작고 소박한 기도모임을 가는데, 20년전에는 장년이던 수사님들은 이제 모두 할아버지가 되셨습니다. 영국분이신 안토니 수사님은 항상 기도 끝에 이런 고백을 합니다.

 

주님 우리에게 강복하소서. 저희와 저희에게 맡겨진 모든이들에게...

당신의 그 기쁨, 자비, 소박함으로 이끄소서

 

소박함이란 말을 들을 때 얼마나 마음이 저려오고 또 평화로운지, 그런데 늘 영혼이 그 상태에 머물수 없다는게 문제입니다. 하느님께 늘 사랑받고 있다는 깊은 깊은 신뢰감과 소박한 의탁만 있다면 더욱 힘있게 다른 사람을 사랑할 수 있을텐데. 바람에 내맡겨진 눈송이 처럼, 성령에 내 맘을 내 맡긴다면 추락과 하강도 아름다울 수 있으련만...

 

이제 올라가서 책이나 읽어야겠어요. 아무튼 저는 찬성입니다.

 

노혜선 젬마, 유지영 카타리나에게 충직한 늙은 서기,

재선 베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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