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둥메아리 제5호(오랜만에)

2002. 1. 1. 오후 10: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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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기간행물 민둥메아리 제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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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1월 1일 발행

편집인: 원재현 프란치스코 살레시오 신부

주  간: 박창엽 파비아노 신부, 정영희 크레센시아 수녀

편집장/편집인: 김은영 크리스티나(북치고 장구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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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사>

민둥산에는 메아리가 없다.

(메아리가 살게시리 나무를 심자... 알죠?)

그러나 민둥산에 올라가서 "야호~!" 하고 외치는 건 내 맘이다.

- 민둥메 禿山洞 초등부 주일학교 교감(며칠 뒤에 수명을 다할) -

 

[성탄제] 초등부 주일학교 성탄제 성황리에 잘 마침

서울대교구 독산동 성당 초등부 주일학교는 2001년 12월 29일 오후 3시 30분부터 약 90분간 성탄 예술제와 다과회를 마련하였다. 11월 초 기획회의부터 한 해 마지막 토요일에 공연을 하기까지 시끌벅적하고도 찐한 감동이 배어 있는 스토리를 훑어본다.

 

- 정녕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는가?

11월 초, 기획연수를 받지 않은 상태에서 기획회의를 하였을 때 교사들의 공통적인 의견은 대략 하나로 모아졌다. 보통의 성탄제는 식상하므로 새로운 것을 찾아보자. 그리하여 겨울신앙학교, 공동체 미사, 가정방문 등 여러 가지 대안을 모색해 보았으나 결국 어린이들이 즐겁게 참여할 수 있는 것으론 성탄제가 가장 바람직할 것이라는 의견이 제기되어 결국 성탄 예술제를 추진하게 되었다. 이에 여러 교사들이 아이디어 회의가 부족했다, 계속 같은 것만 하는 안일주의에 젖는 것 아니냐는 걱정스런 목소리를 내기도 한데다가, 도둑이 제 발 저리는 불편한 심기까지 급습하여 교감단은 머리를 쥐어뜯을 지경에 이르렀다는 후문이 전한다.

 

- 믿을까? 말까?

일단 성탄 예술제를 추진하기로 합의하고 학년별로 프로그램을 제출한 다음 계획들을 차근차근 실행하는 과정에서 여느 때처럼 상대방을 믿고 마음을 놓을 것이냐, 한 번 더 채근을 해 볼 것이냐는 갈등에 빠진 교사들이 더러 발견되기도 하였다. 특히 어린이들이 약속한 연습 시간을 잊어버리거나 어겼을 때, 교사가 원하는 만큼 실력을 발휘하지 못할 때 이 불안은 최고조에 달하여, 김 아무개 선생은 급기야 애꿎은 어린이들에게 히스테리를 부리는 초절정 비극적 사태를 연출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뒤돌아 생각하여 한 번 더 연락을 해 본바 거의 모든 어린이가 나름대로 자기의 역할을 마음에 담고 준비를 하고 있었음을 확인하게 되어 차마 미안하다는 말도 못 하고 낑낑거리기도 했다고. 역시 다함께 준비하는 행사에서는 상대방을 믿고 인정하는 것이 최선의 길이라는 평범 단순한 진리를 왜 잊었던가...?

 

- 눈물로 씨 뿌리던 사람들이...

한편, 시설을 맡은 이 아무개 선생은 중고등부 성탄 잔치와 연계하여 조명과 음향 시설을 손보느라 고생하다가, 막바지 회합에 이르러 시설을 잘 모르는 교사들과 말이 잘 통하지 않자 불안에 빠지기도 하였다. 그러나 큐시트를 작성하는 회합에서 각 학년의 공연 줄거리와 분위기를 주지시키고, 비록 시간이 밀리긴 했지만 리허설도 빼놓지 않은 결과, 스탭교사들의 감각은 실황에서 빛을 발했다. 특히 5학년 공연의 시작 카운트다운에서 조명과 음향이 일체가 된 장면은 잠시, 절대로 잠시 동안 인구에 회자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지속적인 레크와 자잘한 행사를 통하여 잠재적으로 갈고 닦은 교사들의 탁월한 연출 감각은 군더더기 없는 스피디한 진행과 공백을 메우는 순발력과 알아서 착착 몸을 날리는 따까리 정신으로 비로소 그 내공을 드러내었다. 이번 행사에서는 따로 보조교사를 동원하지 않았지만, 여름 행사를 도와 주었던 보조교사들이 준비 단계에서 당일까지 작고도 요긴한 도움을 주었던 점도 여러 사람들을 흐뭇하게 하였다. (내부인들은 고개를 갸우뚱하겠지만 원래 이런 기사는 최대한 편파적으로 써야 독자들의 시선을 끌므로 반론 달지 마시라.)

 

- 갈수록 회합은 짧아지고...

성탄제를 처음 기획한 11월에는, 아니 12월 초순까지는 한 주제를 가지고도 말이 안 통하는 느낌에 서로 두통에 시달리며 회합 시간을 끌었지만, 9일 기도 기간에는 축적된 내공으로 큐시트를 작성하고 여러 필요한 부분들을 챙기면서 갈수록 회합 시간이 짧아지는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 일어났다. 특히 성탄제 바로 전날 밤 회사 일을 마치고 뒤늦게 성당에 도착한 교감은 도무지 지시하고 챙길 것이 없자 한순간 패닉상태에 빠져 정신을 못 차리고 허둥댔다는 어느 목격자의 증언이 있었다. 험... 그래도 역시 당일에는 무쟈게 바빴다. 그러나 그것은 역시 당일에 할 일이었으니.

다만 초기 기획 단계인 12월 초순까지는 서로 자기 주장을 끝까지 펴느라 다른 교사들의 말허리를 끊고 반론만 펴다가 감정을 상하는 실로 경계막급한 사태가 잦았으므로, 이는 두고두고 반성하여 절대 삼가야 하겠다.

 

- 화려한 마무리

어린이들이 준비한 공연들을 즐겁고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선보이고 학년 담임들과 간식을 먹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 뒤, 청소와 마침기도가 끝난 뒤 교사들은 몸 둘 곳을 찾아 잠시 고민하다 따뜻한 사제관을 찾았다. 대충 술과 안주를 준비한 뒤 교감과 몇몇 교사들은 부지런히 전화를 돌려 여름 행사 때의 고마운 도우미들과 여러 구교사들을 초대하였고, 그 결과 ㅡ 예상했던 일이긴 하지만 놀랍게도 ㅡ 사상 초유의 인원이 모여 졸지에 초등부 교사회 망년회가 벌어졌다.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수다와 음주를 즐기다가 헤어진 뒤, 안도감과 분위기에 도취된 교감이 그만 술과의 한판승부에서 참패하는 사태가 벌어져 졸지에 총무가 봉변을 당하였다고 한다. 그 다음날부터 총무 이 아무개 선생은 교감이 술 가까이에 갈라치면 지난 1년 동안의 섭한 감정까지 담뿍 담아 정성껏 꼼꼼히 갈구기에 여념이 없다고.

 

- 에필로그...

이미 눈치채셨겠지만, 본 편집인은 2001년에 어쭙잖은 교감이라고 권력의 단맛과 쓴맛을 두루 보며 파란만장한 한 해를 지냈다. 마지막 행사 역시 탈도 많고 걸림돌도 많았지만, 아픈 구석을 숨기지 않고 매 순간에 충실하며 준비한 결과 깔끔하고 의미 있게 끝내게 되어 기쁘기 그지없다. 이제는 임기를 마치고 평교사 또는 보조교사로 내려앉겠지만, 한 살 더 먹은 나이만큼 원숙한 향기를 풍기며 편안한 노후를 즐기려 하니 많은 성원 바란다. 아마 민둥메아리는 당분간 푹 쉬다가 적당한 때에 다시 교사 여러분을 찾을 것인데, 언제일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 때까지 모두들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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