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어쩌다 여기까지 와버렸네

2017. 3. 6. 오전 6:52:44

글자

 

나 어쩌다 여기까지 와버렸네

 

 

가끔 길을 잃고 싶은 때 있지 낯익은 풍경이 싫증나 길에서 비켜서고 싶던 때가 있었어. 간장을 녹이는 애절한 노래 피해 칭칭 감긴 운명의 사슬을 끊고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는 은밀한 곳에 웅크려 앉아 무심히 보낸 세월 한 가닥씩 헤아리며, 태어날 적 고고하던 내 울음도 만져보고 기쁨속의 슬픔을 슬픔속의 위안을 손바닥에 올려놓고 구슬처럼 굴리다가 익명으로 지는 시간, 아! 네 시간도 내 시간도 아닌 다만 이렇게 지는 시간을 깨금발로 폴짝 뛰어 건너보며 자유롭고 싶었는데 나 어쩌다 여기까지 와 버렸네. 평생 날 섬기느라 함께 늙은 내 그림자 데리고 더 갈 곳 마땅치 않은 종점 가까이 허름한 소복 한 벌 걸치고 오고 말았네. -좋은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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