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의 사람들
우리가 세상 속에 살면서 이루어 내는 우리의 사명을 두고
이를 수치로 환산하고 통계로 결과를 살펴보자고 들면
우리는 할 말이 없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만났는가?
얼마나 많은 변화를 이끌어 냈는가?
얼마나 많은 이를 낫게 했는가?
얼마만큼의 기쁨을 창출해 냈는가?"라고
물어오는 물음 앞에서 우리는 막연할 뿐이고,
그저 별반 내세울 것도 없음을 안타까워 할 수밖에 없다.
세계인구 60억 중에 가톨릭만이 아닌
그리스도교라 이름하는 온갖 종파들까지 망라한다 하더라도
아직 그리스도의 "그"자도 들어보지 못한 자가
96% 아니냐고 한다면 우리는 할 말이 없다.
우리는 우리의 삶을 "얼마나 많이?"
혹은 "얼마나 빨리?"라는 잣대로 묻고 재려하지 않는다.
우리는 우리의 삶을 측정함에 있어
"어디에서?" 그리고 "언제?"라고 묻고 싶다.
우리는 이 악마와 어둠으로 가득 찬 '이 세상에서'
그리고 '지금' "그분"께서 살아 계시며,
우리와 함께 살고 계시고,
죽음의 힘을 넘어 영광에 이르는 길을 열어주셨음을
믿고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그런 믿음의 사람들이 함께 모여와
말씀과 성찬의 식탁 둘레에서 "
그분"을 기억하여 매일 예식을 행하고
서로서로 희망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믿음의 사람들은
짐짓 세상의 온갖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는 것처럼
뻐기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죽어 가는 이에게 조용한 미소를 전하고,
외로운 아이에게 작은 희망을 줄 수는 있다고 믿으며 살고 있다.
믿음의 사람들은
매일의 조용하고 감추어진 작은 사건들 속에서
어디로 가는지는 모르지만
어디로 갈지를 굳게굳게 믿으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헨리 나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