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셉 성인의 힘겨운 한 발

2020. 1. 27. 오전 6:51:29

글자


요셉 성인의 힘겨운 한 발


요셉은 일어나 밤에 아기와 그 어머니를 데리고 이집트로 가서. 헤로데가 죽을 때까지 거기에 있었다. (마태 2.13-15.19.23)

바티칸 박물관에 두 번 가봤다. 전시물이 워낙 많아 하루 종일. 그것도 두 차례나 돌아보고 나왔어도 기억에 남는 작품이 별로 없다. 교과서에서나 보던 그리스 로마 조각들을 보면 그 순간에는 감탄이 나오지만. 돌아서면 무엇을 보았는지 가물가물하다. 엇비슷한 작품들이 많아 금방 식상해진 탓이다.

그렇지만 현대 종교미술 컬렉션을 보면 강한 인상이 남는다. 그중 몇몇은 아직도 내 머릿속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작품이름이 성가족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헤로데의 박해를 피해 이집트로 피난 가는 성가족을 형상화한 조그만 청동 조형물이다.

성모님은 아기 예수님을 품에 안고 당나귀 등에 앉아 있고 요셉 성인은 고삐를 움켜쥐고 앞으로 나아가는 순간을 포착한 작품이다. 흡사 세찬 바람이 불어 오기나 한 듯 성모님은 아기 예수님을 안은 채로 몸을 뒤로 돌려 웅크리고 앉았고. 요셉 성인도 고개를 숙이고 힘겨운 한 발을 떼고 있다.

바람에 펄럭이는 듯한 요셉 성인의 옷자락이 사실감을 더해주어 그 작품 앞에서 한참이나 머물렀다. 아기 예수님을 품에 안고 있느라 당나귀 등에 위태롭게 앉아 있는 성모님도 애처로웠지만 고삐를 쥐고 앞장선 요셉 성인이 더 짠해 보였다.

가족을 부양하려고 힘겨운 세파를 물리치며 묵묵히 나가는 가장의 모습이 고스란이 담겨 있어 그동안 잊고 있었던 우리 아버지 모습이 떠올랐다.


-고진석 성 베데딕도수도회 신부-



댓글 0

첫 댓글을 남겨보세요

기도.묵상 글

목록 전체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