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다림과 깨어있음

2005. 12. 6. 오전 11:3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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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다림과 깨어있음

    기다림은 어떤 약속을 바라고 그 뜻을 새기는 것이다. '즈가리야, 네 아내 엘리사벳이 아들을 낳을 터이니' 혹은 '마리아, 이제 아기를 가져 아들을 낳을 터이니(루1,13.31)'와 같은 성서 구절에서 보면, 약속을 받은 기다림의 여인들은 자신들 안에서 어떤 기다림을 이미 시작했었다. 그 여인들에게 기다림은 약속이었고, 씨앗이었다. 기다림이란 아무 것도 없는 무(無)의 상태에서 유(有)의 상태에로 이동하는 것이 아니다. 뭔가 있음으로부터 조금 더 있음에로의 이동 같은 것이 기다림이다. 자신 안에서 이미 시작된 무엇, 나를 현재 있는 바로 이 자리에 있게 만들고, 나를 먹여 살찌우게 하는 어떤 약속을 사는 것이 기다림이다. 약속이 약속 안에서, 그 약속을 통하여, 그 약속 자체를 실현시키는 것이다. 기다림은,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특성을 지닌다. 인간적인 사고 방식으로는 기다림이 곧잘 수동적이거나 전적으로 누군가에게, 무엇에 의존되고 달려있다는 식의 개념인 듯하다. 버스가 늦을 때 '죽치고 앉아 기다린다'는 것 같은 예에서 우리는 수동적인 기다림을 본다. 그러나 성서는 기다리고 있는 그 무엇이 지금 내가 서있는 이 땅에서 싹터 자라나고 있음을 알았던, 그래서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현재의 충만을 살았던 기다림의 사람들을 보여준다. 그런 의미로 성서적인 기다림은 내가 있는 지금 여기에 시작된 사실에 대한 믿음이다. 그래서 기다림의 사람은 현재의 순간에 충실하고 지금 이 순간이 약속의 '그 순간'임을 굳게 믿는 자들이다. 기다림은 인내를 동반한다. 인내란 현재에 그대로 머물러 살아보겠다는 것이고, 그 현재가 지닌 숨은 뜻을 캐내겠다는 끈기를 말한다. 인내롭지 못하다는 것은 지금 이 곳이 아닌 어딘가 다른 곳에서 뭔가가 이루어지기를 바라고, 이 곳을 떠나거나 옮기고 싶어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인내롭지 못한 이에게 기다리는 순간은 공허해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인내로운 자는 기꺼이 자기 자리를 지킨다. 그리고 순간 순간에 주의를 기울여 깨어있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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