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묻는 그대에게
1.
세상일 중에 빨리 이루어지기 보다는
늦게 성취되어도 좋은 것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사랑입니다.
단 한번의 만남에서
뜨겁게 타오르는 담뱃불 같은 감정보다는
삶속에서 보이지 않고 자연스레 진행되어
어느 순간에
그가 없이는 살아갈 수 없음을 느끼게 되는
은은한 레모네이드 향 같은 사랑
그의 생각과 느낌이 말 없음으로도
나에게 전달되기 시작하는
천천히 오는 그런 사랑
적어도 사랑에 있어서는
기꺼이 완행 열차를 탈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2.
사랑은 바보스러워도 좋습니다.
어리석고 어리석어도 좋은 것이 사랑입니다.
그가 잘되는 것이
곧 내가 잘되는 것이라는 어리석은 착각이
오히려 눈물나게 아름다운 일입니다.
사랑은 천천히 걸어와도 좋습니다.
거북이 걸음으로도 좋은 것이 사랑입니다.
천천히 스며들어 결국엔 전체를 변화 시키고 마는
리트머스 시험지 같은 사랑은 변질되는 것 또한
지극히 더딥니다.
사랑은 아파도 좋습니다.
사랑은 눈물의 징검다리로
한걸음 한걸음 다가 옵니다.
시멘트에 물이 섞여야 견고해지듯
사랑하기 때문에 흘리는 눈물 한 방울로
우리의 사랑은 더욱 견고해집니다.
3.
사랑은 ’왜’라고 묻지 않습니다.
그의 어떤면이, 그의 어디가
좋다고 말할 수 없는 애매함입니다.
사랑하는 득별한 이유가 없습니다.
마냥 좋은 것입니다.
그저 사랑하기 때문에 사랑하는 것입니다.
사랑은 ’왜’라는 물음에
’이것이야’라고 말할 수 없는 애매함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