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지 않아야 할 사람을 사랑하고 있다면..

2000. 12. 10. 오전 1:06:13

2
글자

 

  그대가 생각났습니다

 

  햇살이 맑아 그대가 생각났습니다.

 

  비가 내려 그대가 또 생각났습니다.

 

  전철을 타고 사람들 속에 섞여 보았습니다.  

 

  그래도 그대가 생각났습니다.

 

  음악을 듣고 영화를 보았습니다만 외려 그럴 때일수록

 

  그대가 더 생각나더군요.

 

  그렇습니다.

 

  숱한 날들이 지났습니다만

 

  그대를 잊을 수 있다 생각한 날은 하루도 없었습니다.

 

  더 많은 날들이 지나간대도

 

  그대를 잊을 수 있으리라 생각하는 날 또한 없을 겁니다.

 

  장담할 수 없는 것이 사람의 일이라지만

 

  숱하고 숱한 날 속에서 어디에 있건 무엇을 하건

 

  어김없이 떠오르던 그대였기에

 

  감히 내 평생 그대를 잊지 못하리라,

 

  잊지 못하리라 추측해 봅니다.

 

  당신이 내게 남겨 준 모든 것들,

 

  하다못해 그대가 내쉬던 작은 숨소리 하나까지도

 

  내 기억에 생생히 남아 있는 것은

 

  아마도 이런 뜻이 아닐는지요.

 

  언젠가 언뜻 지나는 길에라도 당신을 만날 수 있다면,

 

  스치는 바람편에라도 그대를 마주할 수 있다면

 

  당신께 모조리 쏟아부어 놓고......

 

  펑펑 울음이라도......

 

  그리하여 담담히 뒤돌아서기 위해섭니다.

 

  아시나요, 지금 내 앞에서 그것들을 돌려 줄 대상이 없다는 것.

 

  당신이 내게 주신 모든 것들을 하나 남김없이 돌려 주어야

 

  홀가분하게 돌아설 수 있다는 것을.

 

  오늘 아침엔 장미꽃이 유난히 붉었습니다.

 

  그래서 그대가 또 생각났습니다.

 

  

  이정하 < 사랑하지 않아야 할 사람을 사랑하고 있다면>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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