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 뿌리는 사람의 비유

2017. 9. 23. 오전 9:03:58

글자

말씀의 초대 


 바오로 사도는 티모테오에게, 예수 그리스도께서 나타나실 때까지 흠 없고 나무랄 데 없이 계명을 지키라고 지시한다(제1독서). 예수님께서는 비유로 말씀하시며, 씨가 좋은 땅에 떨어진 것은, 바르고 착한 마음으로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간직하여 인내로써 열매를 맺는 사람들이라고 하신다(복음). 


오늘의 묵상 


 ‘씨 뿌리는 사람의 비유’는 복음서에서 널리 알려진 이야기입니다. 그 비유의 뜻이 명료해서 사람들은 씨앗이 떨어진 네 곳, 곧 ‘길, 바위, 가시덤불, 좋은 땅’ 가운데 나는 어떤 처지에서 하느님의 말씀을 받아들이고 있는지 흔히 묻곤 합니다. 이 복음을 읽는 신자 대부분은 많은 열매를 맺는 ‘좋은 땅’보다는 뿌리가 내리지 못하는 ‘바위’나 인생 걱정과 재물과 쾌락의 덫에 걸린 ‘가시덤불’이 자신과 비슷한 처지라고 생각하기 십상입니다.
물론 예수님의 이 비유는 제자들을 향한 일종의 경고와 훈계 말씀이지만, 복음을 듣는 지금의 내 처지에 대한 자괴감이나 죄스러움에 빠지라는 뜻은 아닙니다. “보아도 알아보지 못하고 들어도 깨닫지 못하는” 이스라엘 백성에게 “쉐마 이스라엘”, 곧 “이스라엘아, 들어라!”(신명 6,4)는 말씀을 상기시키며, 하느님과 신뢰 관계를 맺고 살아야 하는 이스라엘 백성의 처지를 일깨워 주고자 하신 것이 예수님의 의도였습니다.
하느님의 말씀을 듣지 않고, 자신들의 율법 규정의 배타적 잣대로 이방인들과 소외된 계층들을 함부로 단죄했던 유다인들의 실상을 예수님께서는 지적하시며, “들을 귀 있는 사람은 들어라.”는 말씀으로 그들이 처음 하느님께 부름받았던 이집트 탈출의 해방과 광야에서의 수련, 그리고 시나이 산에서 맺은 계약을 상기시켜 주시는 것입니다.
성경을 ‘하느님의 말씀’이라고 아는 것과 정말로 성경의 말씀을 ‘살아 계신 하느님의 말씀’으로 알아듣고 실천하는 것은 다릅니다. 성경을 읽고 필사하고 외운다고 말씀이 저절로 내 안에서 열매를 맺는 것도 아닙니다. 내 영혼 안에 말씀의 씨앗이 뿌려져 좋은 열매를 맺으려면, 내 영혼의 밭이 선한 의지와 기쁨, 자비와 인내, 겸손과 희생의 거름들로 잘 가꾸어져 있어야 합니다. 나는 좋은 땅이 되려고 얼마나 노력하고 있습니까? (송용민 사도 요한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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