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교회 지도자인 권철신, 일신 형제의 고향 양근 성지

2005. 1. 28. 오전 10:0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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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 교회 지도자인 권철신, 일신 형제의 고향 양근 성지


  배론, 남양성모 성지 등 완성된 성지를 둘러보고 참례하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이제 막 개발을 시작하는 성지를 순례하는 것도 나름의 의미가 있으리라. 마치 어린아이의 성장을 지켜보는 묘한 기쁨 말이다. 훗날 그 성지가 성숙한 모습을 보였을 때 조금은 허름한 지금을 돌아보면서 주님의 섭리를 또한 체득할 수 있으리라. 특히 그곳이 우리 한국천주교회의 시발과 관계되는 곳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사실 우리나라처럼 뿌리 의식이 깊은 민족도 없을 것이다. 아다시피 박해시대의 표면적 이유가 제사가 아니었던가!

  이런 점에서 양근 성지를 한번쯤 권하고 싶다. 양근 성지는 한국 천주교회의 초대 지도자중 결정적 역할을 한 권철신(權哲身,암브로시오,1736~1801), 권일신(權日身,프란치스코 사베리오, 1742~1792) 형제들의 고향이며 아울러 1801년 신유(辛酉) 박해 때 윤유일(尹有一, 바오로, 1760~1795), 윤유오(尹有五, 야고보,?~1801)와 그들의 사촌 누이 윤점혜(尹點惠, 아가타, ?~1801), 윤운혜(尹雲惠, 마르타, ?~1801) 자매 등이 순교한 곳이기도 하다.

 이곳에 전국각지의 많은 젊은이들이 그 문하에 모여들 정도로 권철신이 당대 최고의 학자 중의 하나였으므로, 권철신, 권일신 형제의 영향으로 많은 천주교 신자가 배출되었다. 그러므로 지금의 한국 교회가 이처럼 발전을 이룰 수 있었던 결정적 계기와 관련되는 성지가 바로 이 양근 성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곳은 초창기 한국 교회의 해프닝이라고도 말할 수 있는 가성직제도가 시작된 곳이기도 하다.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와 프랑스 선교사 내방이후의 교회사와 순교자들과 성직자에 대한 적극적 관심과 초기 교회의 주역에 대한 몰이해(?)로 마땅히 존경받아야할 분들이 우리의 관심에서 한때나마 멀어진 것은 참으로 유감이 아닐 수 없다. 그건 세계 교회사상 스스로 복음화를 이루었다는 자부심을 스스로 버리는 어리석은 행동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제,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초기 교회 순교자들과 지도자들에게 관심을 갖고 시복 시성 운동을 벌이고 있는 점은 참으로 다행이며 주님의 은총이 아닐 수 없다. 아울러 우리 역시 초기 한국교회 지도자에 대한 자긍심으로 주님께 그분들이 충분히 존경받을 수 있는 은총을 청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그분들에 대한 후손들의 최소한의 도리이리라. 이런 점에서 이 양근 성지는 우리가 반드시 순례해야할 성지 중의 하나라고 감히 말할 수 있다. 또한 하계동 성당에서 50Km가 채 안 되는 한 시간 정도의 거리이니 더더욱 그렇다.

  평화 신문 보도에 의하면 이 양근 성지와 한국 교회의 발상지라 할 수 있는 천진암, 그리고 마재 정약용묘를 아우르는 수상 성지 순례 코스로 개발할 장기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한다. 물론 소요될 재원과 그리고 무엇보다도 상수원 보호구역이라는 난제가 있겠지만 실현된다면 전 세계적으로 자랑할 만한 순례코스가 되리라. 이 수상 순례지는 정약용하고도 관련이 있다.

  초기 기록에 의하면 이벽(세례자요한)이, 누이(이벽 누이는 정약전의 부인이었음)의 별세 1주기를 기회로 마재 정씨 집에서 얼마 동안 머무른 다음, 1783년 4월 15일(음력)  정약전, 약용 형제와 함께 배를 타고 서울로 향하였다. 배를 타고 가는 도중에 이벽은 하느님의 존재와 유일성, 천치창조, 영혼의 신령성과 불멸성, 후세의 상선벌악 등 천주교의 진리를 그들에게 해석하고 전하였다 한다. 이 때 정약용의 기록에 의하면 그 말을 듣고 놀랍고 황홀하며 새로운 진리를 보는 큰 충격을 받았다 한다. 우리가 천재라고 부르는 정약용의 고백이 이 정도라면 이벽이라는 분의 성품을 조금은 짐작할 수 있으리라. (이벽은 권철신과 더불어 천진암 강학회를 주도하고 스스로 진리를 깨우쳐 이승훈을 북경으로 보내 세례를 받게 한 분으로서 한국 천주교회의 성조라 불리우는 분이다)

  하여 계획대로 수상 순례 코스가 개발된다면 우리는 아름다운 남항강 위에서 주님께서 이벽과 권철신 등을 통하여 우리 민족에게 주신 말씀을 묵상하는 좋은 기회가 되리라 기대해 본다. 이런 장대한 기대를 갖고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양근 성지를 순례한다면 나름의 의의가 있으리라.  또한 성지까지 가는 남한강변의 경관도 즐길 수 있을 것이고, 여기저기 알려진 별미를 맛보는 것도 자그마한 즐거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니 토요일 오전쯤 시간 내어 가족끼리 가봄직 하다. 요즈음은 주 5일 근무가 대세이니 말이다.

  하지만 이 양근 성지를 순례하면서 조금은 가슴이 아팠다. 황사영 묘도 그랬지만, 500평 남짓의 작은 성지 주위에  모텔(물론 러브 호텔)이 서너 개 있다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물론 성지 개발이 늦어져서겠지만 그래도 말로 형헌키 어려운 비애와 부끄러움을 느낀다. 그러나 어둠이 빛을 이길 수는 없는 법, 머지 않아 다 정화되리라 믿고 그렇게 되기를 주님께 기도드리며 두서 없는 글 여기서 줄인다.

  한국 교회의 순교자들이여, 저희의 게으름을 나무라지 마시고 저희를 위하여 빌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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