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의 아름다움
글 : 조창환 토마스 대 아퀴노 .시인
경기도 화성시에 있는 남양 성모 성지에 있는 성당에는 특별한 아름다움이 있다.
계획된 본성전이 완공될 때까지의 임시 성전인데,
나는 지금의 임시 성전에서 특별한 아름다움을 느낀다.
외형이 독특하거나 치장을 많이 한 공들인 건물은 물론 아니고
오히려 임시로 지은 막사 비슷한 건물인데,
전면을 통유리로 처리하여 건물 안에 있는 사람들이 자연스레 밖을 바라볼 수 있게 하였다.
건물 안쪽 전면 중앙에 제대가 있고,
그 옆, 한쪽으로 조금 치우쳐서 성모상이 서 있다.
십자가는? 십자가는 유리창 밖에 있다.
십자가 뒤에는 잎이 무성한 나무숲이 있고, 바람이 있고, 빛과 그늘이 있다.
성당에 앉아 있는 사람들은, 특별히 유리창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한,
밖에 있는 십자가와 안에 있는 제대 사이에 격리된
공간감을 느끼지 않아도 될 정도로 평안한 느낌을 준다.
십자가가 밖에 있어서 불경스럽다거나 불안정한 느낌을 주기는커녕,
변화하는 자연 속에서 평온한 심정으로 묵상을 하기에 적절하도록 배치되어 있다.
말하자면, 야외에서 미사를 드리는 느낌에 가깝도록 처리된 공간 구성이다.
녹음이 우거진 여름날도 좋고,
흰눈 날리는 겨울날도 좋다.
물오른 신록과 함께 꽃 피어나는 봄날도 좋고,
단풍 붉어지는 가을날도 좋다.
이곳에 가면 변화하는 배경 속에 평화로이 서 있는 십자가를 만날 수 있다.
건물 안에서 보면 십자가가 조금 왼편에 치우쳐 있어
이왕이면 성당 안에서는 조금 오른편으로 앉는 것이 좋다.
조용히 앉아 유리창 밖에 있는 십자가를 응시하노라면,
예수님이 못 박히신 십자가는 원래 건물 안에 있던 것이 아니라
야외에 있었다는 사실을 떠올리게 된다.
골고다 언덕은, 물론, 그처럼 운치 있는 장소는 아니고 삭막하고 험한 곳이었지만,
자연 속에서 자연의 일부가 된 십자가를 바라보며
묵상에 잠기기에는 이러한 공간배치는 특별한 의미가 있다.
변화하는 배경에 힘입어 독특한 미적 효과를 지닌 십자가를 바라보는 일은
이곳에서만 느낄 수 있는 특별한 감상이다.
인간이 만든 붉은 벽돌집 안에 계신 십자가의 예수님만 상상하다가
하느님이 만드신 자연 속에 그 일부가 되어 있는
십자가의 예수님을 대면하는 일은 흔치 않은 체험이다.
이 흔치 않은 체험의 아름다움은, 무엇보다도, 그 배경의 아름다움에서 온다.
우리는 바라보는 대상의 중앙이나 핵심이 되는
부분에만 관심을 기울이는 버릇이 있다.
그러나 가끔은 중앙과 어우러진 배경의 역할에도 신경을 쓸 필요가 있지 않을까?
누군가를 위하여 나 자신은 조금 비켜설 줄 아는 지혜,
나보다 귀하고 중한 존재를 위한 배경으로 만족할 줄 아는 멋…
예수님 앞에서 뿐 아니라 타인 앞에서도 가끔은 배경이
되어줄 줄 아는 사람이 되어보는 일도 아름답지 않을까?
십자가 뒤의 배경이 된 나무처럼.
- 의정부교구 삶의 향기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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