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반 애들님들께 반가운 인사 합니다.
이번 여름 무던히도 길고 더웠는데 그래도 세월에는 못 이기고 한풀 꺽이네요, 한창 더워 사람 진 뺄때는 이게 평생 이러지 싶었는데, 역시 아니군요, 아닌 게 뻔한데도 당할 때는 참 죽을 맛이죠, 너무 죽을 맛이면 나중에 살만해도 그 앙금이 꽤는 남지요, 에이비형도 아닌데- 이 궁시렁 대는 말, 날씨 얘기 아닌 건 아시죠, 왜 모르시겠어요, 내 얘기죠-
여름 말이 나왔으니 말입니다만, 지난 두달 참 땀 많이 흘렸어요, 정말 많이, 그 땀으로 땅을 일구었으면 고구마 감자 콩 몇 섬씩 캐고도 남았겠죠, - 아마추어 농사꾼이 고구마 심었는데 캐려고 보니 땅 아래서 쥐가 다 먹고 찌그러진 고구마 몇개 붙은 덩굴만 덜렁하니 있더라나요- 이것 역시 농사얘기 아닌 거 짐작하시지요-
내 심정이 그렇다니까요- 약간 비교적 엉망이예요,
하느님이 축복 안 해주시나, 내 꼴이 그 분 보시기 안 좋나- 그런 기분도 심각하게 든다니까요-
내가 연극하는 것, 내 선택이고 내 길이지만 당연히 그 분의 승락이, 이웃의 관심이 있어야지요, 연극의 삼대 요소에 관객이 있잖습니까, 그거 야속한 거예요, 험난한 거고요. 그래서 외국의 어떤 유명한 연출가는 자신의 연극에 엄선된 관객 38명만 입장시켰다는 전설같은 사실이 있답니다. 침 떨어지게 부러운 얘기죠. 누구 말대로 한국서 예술, 특히 연극을 한다는 건 그것 자체로 천형이라 합디다만, 길게 궁시렁 거릴 건 없고, 그렇단 얘기로 끝내죠 뭐.
이번엔 기획을 잘 못 만나서(?) 관객유치 겨우 30-40%, 객석의 절반이 비어있는 상태로 2주일이 지났어요. 무대위의 예술성은 관객의 가슴에 남는 감동의 기억으로 정해지는 게 연극이 가진 아름다움이자 비극인데- 뭐 기억해 줄 가슴 가진 '인간들'이 있어야 해 먹지요!! 더구나 내 연극은 어른들이 보는 건데, 아이구- 내가 여기서 지금 뭐하고 있는 건지, 저녁시간에 옷 갈아입고 분바르고 있노라면 생전 안 하던 그런 생각 슬며시 난다니까요-
진땅있으면 마른땅있는 거지요- 내 인생도 그랫으니까, 에이- 마른땅만 있는 인생 어디 없나 몰라, 진땅 장화 안 신고 가는 건 싫은데, 예수님께 요즘 드리는 구체적인 기도, 예수님, 제게 연기예술의 은사를 주시어 공동선을 행하게 이끌어 주소서, 근데 그 안에 무슨 욕 자 붙는 것들, 출세욕, 명예욕, 설욕 등등이 있는지 없는지 예수님이 모르지 않으시겠지, 어떤 땐 없는 것도 같고 어떤땐 그것만 있는 것도 같고- 그래도 없는 때가 더 많지 않나,
암튼, 오랫만에 들어와서 말 길어졌네요-
요즘 내 심정이 그래요, 예술은 결코 시들하지 않은데 심정이 그래요-
언제 반갑게 한번들 만나요, 산에도 가고....
참, 이정은 글라라 10월 중순에 떠난답니다, 그 전에 산에 한번 온다는데 그 상큼한 놈, 어디가든 그 분 품안에서 잘 살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