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7월 31일 가톨릭부산 주보에 실린 이규정님의 글입니다.
좋은 내용이어서 퍼왔습니다.
가정교육의 부재(1)
이규정 ·스테파노
좀 전이었다. 시내버스를 탓더니 중학생 또래의 소년들만 단체
로 앉자 있었고 빈자리는 하나도 없이 딱 나 혼자 서 있게 되었다.
이런 경우 나는 어른들 앞에 섬으로써 앉은 젊은이가 자리 양보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도록 한다. 그러나 이 날은 소년들뿐이니 그들
앞에 서지 않을 수 없었는데, 아이들은 구김살이라곤 없었다.
어른을 세워 두고 앉은 젊은이는 대개 눈을 감고 있거나 불쾌한
표정을 짓고 있다. 왜 하필 내 앞에 서 있느냐? 하는 불만 때문이다.
그런데 이 중학생들은 그런 갈등이라고는 전혀 없어 보였다.
어쩌면 가정이나 학교에서 자리양보란 말조차 들어 보지 못한 것 같
았다. 나는 내가 나가는 성당에서 고교 교사인 한 형제에게 물었다.
"요즘 학교에서는 어른들에게 자리를 양보하라는 말은 하지 않습니
까?""하지 않는다기보다 더 급한 게 있으니 그런 일에 신경 쓸 수
가없는 겁니다. 그리고 그런 건 가정교육이 맡을 일 아니겠습니까?"
"더 급한 일이란 뭔가요?" "교과 수업이지요 저희들에게는 교과 이
상 중요한 게 없습니다." 나는 그 형제의 말을 충분히 이해했다. 나
도 젊은 시절 한때는 입시 전문교사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입시 교육
을 하면서도 인성 교육에 끊임없는 열을 쏟았다. 그때는 그런 게 가
능해서 교실에서 인성교육이 이른바 먹히던 때였다.
며칠 뒤 어느 자리에서 마침 사범대 출신의 인문고 교사직에 있는
제자를 만나 같은 질문을 했다. 현직 교사의 고민을 들을 수 있었다.
"수업시간에 교사가 한 마디라도 교과 외의 말을 하면 당장 학부모
들이 그냥 있지 않습니다. 그러니 저희들인들 어쩌겠습니까? 인성교
육을 몰라서가 아니고 그런 걸 강조할 분위기가 아닙니다. 심지어
흡연 지도도 제대로 못하고 있지 않습니까! 요즘 일부 학부모들의
잘못된 극성이 공교육을 망치고 있습니다. 그런 학부모일수록 자녀
의 과잉보호에는 철저해도 가정교육은 아예 모릅니다. 지금 교실은
옛날 70년대의 저희들 때와는 완전히 다릅니다. 선생님께서는 참 좋
은 시절에 고등학교에 계셨던 겁니다." 나는 이 사람들을 끝으로 대
학으로 갔지만 현실이 참으로 아득하기만 했다. 그가 이었다."학교에
서 교사가 사명감을 가지지 못하는 이 시대가 스글픕니다." 내가 침
통하게 말했다. "교육의 기초는 가정 교육에서 이루어지는데 요즘
부모들이 이걸 모르니 낭패네. 지금 초·중·고등학생들의 부모가 다
그렇지는 않겠지?"
이이들에게 입시교육만이 지상의 과제인 현실. 입시를 앞둔 모든
자녀들은 왕이요, 부모는 그 자녀들의 종이다. 가정교육은 부모가 아
이들에게 어릴 때부터 남을 배려하는 마음씨, 질서와 예절, 생명을
존중하는 자세를 가르치면서 시작된다. 그런데 요즘 일부 부모들은
그런 가정교육보다는 경쟁에 이기기만 강조하면서 온갖 과외에만 몰
두하고 있으니 딱하다.
-가톨릭부산 연중 제18주일 제1785호(2005.7.31)누룩글 중에서-
【소설가 /E-mail kj9432@yahoo.co.kr 홈페이지 http://www.hsaem1.wo.to】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