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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사회교리의 주요 원리 (가톨릭 디다케 1999년 11월 62-65쪽)
인간과 사회
인간은 아리스토텔레스가 정의했듯이 사회적 존재로서 더불어 살아가는 존재이다. 이러한 인간 삶의 공존 방식은 우선적으로 사랑에 의해 구성되거나 아니면 법에 의해 구성된다. 이것을 개념적으로 표현한다면 우리는 이를 ‘공동체’ 혹은 ‘사회’라고 부른다. 곧 모든 인간은 바로 이러한 ‘사회’ 안에서 살아가는 것이며, 이러한 삶의 형태는 그것이 혈연 사회이든 혹은 이익 사회이든 그 사회와 구성원이 함께 발전하고 완성에 이르는 일정한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삶이다.
그러나 이 목표에 이르는 길은 실상 그리 간단하지만은 않다. 오늘날 존재하는 공동 생활 양식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개인과 사회 사이의 긴장은 끊임없이 체험되는데 즉 개별적인 것과 보편적인 것 사이의 긴장이 그것이다. 예를 들어 일방적으로 보편이 우선하고 개체가 거기에 예속된다면 그 결과는 집단주의의 출현이며, 반대로 보편에 대해 개체를 우위에 둘 때에는 필연적으로 개인주의가 나올 수밖에 없다. 인간이 추구해야 할 삶의 과정은 바로 이 양극단을 피하는 것이다. 이런 면에서 공동체 역시 개별 인격을 희생하면서 그 자체로 존립하는 절대 실체가 아니다. 모든 사회는 개별 인격체로 구성되며, 따라서 공동체는 개별 인간과의 관계를 떠날 수는 없다. 곧 공동체는 개인이 공동 생활을 하기 위해 봉사하고 돕는 기능을 가질 뿐만 아니라 그 공동체의 구성원을 위한 정신적, 도덕적 계발과 관련해서도 봉사적 기능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결국 개인은 사회와 더불어 전인적인 자아실현을 이룰 수 있는 존재이고, 인간으로서의 충만한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라도 사회를 필요로하는 존재인 것이다.
그렇지만 다른 한편으로 개인은 사회에 의존하고 있으며, 자기 나름대로 개인이 지니고 있는 역량에 따라 사회에 봉사해야 한다. 그러나 동시에 사회 역시 개인을 억압해서는 안되며 인격을 침해하는 모든 것으로부터 개인을 보호하고 개인의 자유와 창조성을 보호할 책임이 있는 것이다. 자유롭고 책임성있게 판단하고 행동하는 인격체로서의 개인들이 모여 참으로 인간다운 공동체가 되는 것이다.
이 모습이 곧 가톨릭 사회교리가 지향하는 인간 공동체의 참모습이며, 이를 위해 가톨릭 사회교리는 사회를 움직이는 주요 원리로서 공동선의 원리, 보조성의 원리, 연대성의 원리를 가르친다. 이 세 가지 원리는 공통적으로 인간 존엄성의 원리라는 거대한 기둥에 의해 떠받쳐지고 있는데, 곧 이 원리는 하느님의 모상에 따라 창조된 인간은 비록 동일하지는 않더라도 동등하고, 불가침의 존엄성을 소유함으로써 모든 인간은 인격체로서 본질적으로 동등하며, 따라서 인간으로서의 기본권은 반드시 존중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공동선의 원리
공동선은 집단이나 사회의 구성원 개개인이 보다 완전하고 용이하게 자기 완성을 이룰 수 있게 하는 물질적, 정신적인 모든 조건 등을 포함한 사회 생활상 여러 가지 조건들의 총체로 정의된다. (사목헌장 26항) 사회 안에서 사회와 더불어 사는 인간이 하느님의 창조 및 구원 계획에 참여하기 위한 결정적인 도움이 곧 공동선인 것이다.
공동선의 원리의 기초에는 사적 이익보다는 공적 이익이 우선한다는 공익의 원리와 인간 존엄성의 존중이 함께 자리잡고 있다. 사도 바오로가 그리스도인을 그리스도를 머리로 하는 각각의 지체로 비유한 것처럼 공익의 원리는 사회를 하나의 유기체로 보면서 이 사회에 살고 있는 각각의 구성원을 지체로 간주하기 때문에 사회와 그 사회를 구성하는 구성원은 하나의 유기체를 이루면서 함께 발전하게 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사회의 구성원들은 서로 고립되어 개인적인 이익을 추구할 것이 아니라 하나의 도덕적 질서 안에서 전체로서의 사회에 봉사하는 것이다. 사회 구성원은 상황에 따라서는 사욕을 버리고 자기의 이해를 공동 복지에 기꺼이 예속시키고 공동선의 증진과 유지를 위하여 생명의 위험을 무릅써야 할 경우도 있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사회에 살고 있는 각 개인은 누구나 공동선을 증진하고 유지할 중대한 책임을 갖는다.
다른 한편으로 유기체는 그 지체를 쇠퇴시키기보다는 부양하고 보존하듯이, 유기체로서의 사회 역시 그 구성원인 각각의 인간에게 봉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따라서 사회질서와 발전은 언제나 인간의 참된 발전과 복지를 그 목표로 삼아야 한다. 곧 사회질서는 인간다운 삶에 종속되어야 하며, 사회질서가 인간다운 삶, 나아가 인간으로서의 기본권을 희생시킬 수 없다는 점은 공동선의 원리의 기초가 되는 것이다.
공동선의 최종적 책임은 국가에게 있다. 곧 국가는 국가의 구성원인 각각의 국민이 공동선의 질서 안에서 인간으로서의 기본권과 인격완성을 위한 조건들을 충분히 마련하고 실천해야 한다는 의미에서의 최종 책임이 있다는 의미이며, 이러한 책임의 수행을 위해 국가는 공권력이라는 특별한 권한을 갖게 된다. 공권력은 따라서 국가가 공동선의 실천과 보호를 위해 국민으로부터 합법적으로 부여받는 결정적 수단이 되는 것이다.
보조성의 원리
‘보조성’이라는 말은 ‘예비부분에서의 도움’을 의미한다. 이 용어는 로마시대의 군대 용어인 subsidium(보조)에서 유래하는데 예컨대 전방부대에 대한 후방부대의 도움과 관련된다. 이 용어를 사회에 적용시키면 보다 큰 사회 구성체가 개인이나 보다 작은 사회를 위해 취하는 보충적, 응급적 조치를 말한다.
‘보조성의 원리’라는 용어는 가톨릭 교회의 사회 교리에서는 비오 11세 교황에 의해 회칙 「사십주년」에서 처음 사용되었다. 비오 11세는 이 원리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개인의 창의와 노력으로 완수될 수 있는 것을 개인에게서 빼앗아 사회에 맡길 수 없다는 것은 확고부동한 사회 철학의 근본 원리이다. 따라서 한층 더 작은 하위의 조직체가 수행할 수 있는 기능과 역할을 더 큰 상위의 집단으로 옮기는 것은 불의이고 중대한 해악이며, 올바른 질서를 교란시키는 것이다. 모든 사회 활동은 본질적으로 사회 구성체의 성원을 돕는 것이므로 그 성원들을 파괴하거나 흡수해서는 안된다.”(35항) 이처럼 보조성의 원리에 의하면 큰 집단이나 국가 등은 개인이나 작은 집단의 역할을 보충하고 보조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떤 의사 결정이 가능한 최하위층에서 이루어질 때 개인의 참여와 자유는 확장되지만 반대로 개인이나 작은 집단이 감당할만한 임무인데도 큰 집단이 흡수하고 떠맡는다면 참여와 자유의 부당한 축소라는 결과를 가져오게 될 것이다.
이 원리는 기본적으로 상위의 집단이 하위 집단들이나 개인들을 보조하고 도와줄 의무와 자격을 있다는 점을 가르친다. 상위 집단의 이러한 개입은 필요하고도 중요한 과제들이 이러한 개입 없이는 성취될 수 없는 많은 사례들을 볼 때 더욱 분명하게 요청된다. 또한 이 원리는 개개인과 보다 작은 생활 공동체의 자기 존재와 생활을 상위 사회의 부당한 간섭으로부터 보호되어야 한다는 점을 가르침으로써 도움의 한계를 명확하게 규정한다. 이러한 한계가 있을 때 비로소 작은 집단의 권리와 인간의 존엄성이 온전히 보장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연대성의 원리
‘연대성의 원리’에서 ‘연대’라는 용어는 라틴말 Solidare에서 유래하는데 이 동사는 ‘굳게 결합하다’라는 의미를 가진 단어이다. 이렇게 어원적인 측면에서 ‘연대성의 원리’란 굳게 결합한다는 의미를 내포하는 원리인데, 그 결합은 인간 개개인이 가진 본질적인 특성으로서의 인격성과 사회성 상호간의 결합이다. 이렇게 볼 때 인간의 사회적 본질이 부정되고 개인의 인격성만 강조되는 개인주의라든가 인간 개인의 존엄성을 박탈하고 인간을 사회적, 경제적 과정의 단순한 대상으로 간주하는 집산주의는 모두 사회질서의 원리가 될 수가 없다. 연대성의 원리는 이 두 가지의 중간에 위치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과 인간의 상호 결합에 바탕을 두면서, 이를 유지하는 상호간의 의무가 지켜지는 가운데 사회질서의 원리로서 사회를 움직이게 되는 것이다. 결국 연대성의 원리는 인간 개인이 자신의 고유한 본질적 가치를 잃어버리지 않으면서 동시에 자기 자신이 지니고 있는 사회성에 따라 사회를 살아가는 데 있어서 개인과 사회와의 긴장 상태를 균형화시키는 원리라고 할 수 있다.
비오 12세 교황의 다음 말씀은 ‘연대성의 원리’의 정신을 매우 잘 표현하고 있다. “인간들은 자기 자신을 다른 사람들과 아무런 상관도 없는 존재로 여겨서는 안되고 하나의 대가족의 지체로, 그리스도의 하나뿐인 신비체의 지체로 생각해야 gkqselk. 이들 지체들은 물론 그들의 고유한 개인성을 소유하고 있지만 - 그들은 의식을 가지고 있으며 자유로운 책임성을 가진, 즉 진정한 의미의 인격이다. - 동시에 하나의 공동의 생활, 모든 사람이 각 개인의 기쁨, 슬픔 그리고 걱정에 동참케하는 생활을 가지고 있습니다. 참된 그리스도인은 세계의 어느 누구도 낯선 사람으로 보지 않습니다. 그리스도인은 사도의 힘찬 표현대로 ... 모든 사람에게 모든 것이 되는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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