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11. 28 연중 제34주간 금요일
루카 21,29-33 (무화과나무의 교훈)
그때에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비유 하나를 말씀하셨다. “무화과나무와 다른 모든 나무를 보아라. 잎이 돋자마자, 너희는 그것을 보고 여름이 이미 가까이 온 줄을 저절로 알게 된다. 이와 같이 너희도 이러한 일들이 일어나는 것을 보거든, 하느님의 나라가 가까이 온 줄 알아라.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이 세대가 지나기 전에 모든 일이 일어날 것이다. 하늘과 땅은 사라질지라도 내 말은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자아성찰 : 내적인 표징 바라보기>
“무화과나무와 다른 모든 나무를 보아라. 잎이 돋자마자, 너희는 그것을 보고 여름이 이미 가까이 온 줄을 저절로 알게 된다.”
오늘 예수님께서 계절에 관한 이야기를 시작으로 우리에게 말씀을 건네십니다. 우리도 손 편지나 이메일 등으로 누군가에게 안부를 전할 때에, 대개 날씨나 자연의 변화에 관한 이야기를 먼저 꺼냅니다. 아마도 우리가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날씨의 변화를 몸으로 느낄 수 있고, 꽃과 나무의 변화를 쉽게 확인할 수 있으며, 그만큼 날씨나 자연을 친근한 삶의 벗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런데 날씨나 자연의 변화는 우리 삶에 있어서 중요한 표징들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여기에 더하여 종말의 표징, 즉 어제 복음에 나오는 해와 달과 별들, 바다와 거센 파도, 흔들리는 하늘의 세력들과 같이 하느님나라의 도래를 알리는 표징들에 대해서 말씀하십니다. 하지만 이 표징들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너무나도 아득하고 희미하게 다가옵니다. 그러기에 주님께서는 우리가 삶 안에서 당신의 뜻을 찾고 따를 수 있도록 다양한 표징들을 보여주십니다. 이 표징들은 우리에게 외적인 것일 수도 있고, 내적인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것이 무엇이 되었든, 표징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표징을 바라보아야 합니다. 하지만 적지 않은 사람들이 외적인 표징에는 민감하지만, 내적인 표징에는 둔감한 것 같습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내적인 표징을 보기 위해서는 겸손한 마음으로 자신을 들여다보아야 하는데, 이 일이 참으로 두렵기 때문입니다.
우리 자신을 솔직하게 들여다보면, 부족한 자신에 대해 실망할 수도 있습니다. 함께 살아가야 할 이웃들에게 무관심하고 제 살 길만을 찾은 자신이 부끄러울 수도 있습니다. 양심 안에서 끊임없이 들려오는 주님의 목소리가 가슴을 찌르기에, 고개를 들 수 없는 죄책감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때로는 가장 편한 길을 선택합니다. 바로 자신을 들여다보지 않는 것입니다. 하루하루의 일상생활에 바쁨을 핑계 삼아 삶을 아무렇게 내던지기도 합니다. 이렇게 살게 되면 당장에는 두려움도 없고, 아쉬울 것도 없습니다. 모든 것이 그럭저럭 잘 이루어져가는 것처럼 느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삶의 여정은 오래갈 수 없습니다. 우리 스스로 자신을 깊이 성찰하기를 거부함으로써, 우리의 내면에서 보여주시는 하느님의 표징을 외면한다 해도, 여전히 하느님께서는 우리와 함께 하시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하느님의 표징을 거부하고 우리의 길을 걸어간다 해도, 하느님께서는 우리 안에서 당신의 뜻을 이루시기 때문입니다.
다시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들려주신 말씀의 뜻을 새겨봅니다. 새로 돋은 푸르른 나뭇잎을 볼 때, 우리는 봄을 지나 곧 다가올 여름을 준비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골방에 갇혀 자연의 흐름을 외면한다면, 갑작스런 날씨의 변화에 당황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느님의 나라를 충실히 준비하기 위해서, 우리는 종말의 표징을 바라보아야 합니다. 이처럼 우리는 일상의 삶에서 우리 자신을 들여다보고, 그 안에서 하느님의 표징을 바라보아야 합니다. 이렇게 할 때에, 비로소 우리는 우리를 통해서, 우리 안에서 이루고자 하시는 하느님의 뜻을 더욱 온전히 기쁨과 열정으로 따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만큼 더욱 풍성한 결실을 맺을 수 있습니다.
주님의 길을 함께 걷고 있는 믿음의 벗님들 모두, 더욱 깊이 각자에게 담아주신 주님의 표징을 바라보시기를, 그리하여 주님의 사랑받는 자녀답게 오늘 하루를 곱게 가꾸시기를 기도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