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당의 예비신자 교육과 대부모 정하기
김선기❘가톨릭의 참된 복음화와 진보정치를 꿈꾸며, 자신의 수호성인인 토마스모어의 삶을 닮고자 일일우일신하는 청년
우리나라 천주교에서는 본당별로 차이는 있지만 일반적으로 예비신자 교육기간으로 6개월, 8개월 혹은 가톨릭계 학교나 본당신부님의 의지에 따라서 1년 6개월 과정이 있다. 물론 명동성당에서는 3개월 속성반이 개설된 적이 있었고, 군종교구 훈련소 성당에서는 짧은 훈련기간의 제약으로 약식 교리 교육 이수자가 매주 수백여명 세례를 받는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시간이 많이 흘렀지만 필자도 초등학교 때부터 성당 언저리를 맴돌다 1999년 12월 겨울 군 입대 후 이런저런 사유로 3대 종교 중 하나를 강요받아야 했기에 자연스럽게 사회에서처럼 크게 부담스럽지 않은 성당에 찾아갔다. 매주 새 신자를 찍어낸다는 논산훈련소와 달리 내가 있었던 훈련소 성당에서는 군종신부님의 깊은 뜻인지 모르겠지만 세례를 권유하거나 다른 병사들이 세례를 받았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지금 생각해 보면 병사들을 단지 군 선교 실적 차원에서 접근하지 않았던 군종 신부님의 의지가 반영되지 않았나 싶다. 6주 기초 훈련을 마치고 자대배치를 받은 곳은 경북 봉화에 있는 작은 부대였다. 주일마다 읍내에 있는 안동교구 봉화성당으로 부대원들이 찾아가서 미사를 봉헌했다. 전역할 때까지 전형적인 농촌의 성당에서 신앙생활을 열심히 했지만 수녀님이나 본당 신부님께서 우리 병사들에게 세례를 권유를 하신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오히려 예쁜 젊은 자매님이 많으신 개신교 교회에 가지 않고 ‘할매’들만 즐비한 성당에 와서 고생이 많다며 미사 후 점심에 소주 한 잔을 사주신 주임 신부님이 기억날 뿐이다.
그렇게 2002년 봄에 전역을 해서 다시 대학생으로 돌아왔고 세례를 받지 않은 상태로 여러 성당 미사를 찾아 다녔다. 그러던 중 사회생활과 신앙생활이 일치되어 보이는 선배를 만나 열심히 다니다 보니 나도 세례명을 갖고 제대로 신앙생활을 하고 싶었다.
그리하여 드디어 2005년 8월부터 2006년 3월까지 8개월 동안 본당 예비자 교육을 받고 그 선배께서 고맙게도 대부까지 서주셔서 ‘토마스모어’로 기쁘게 태어날 수 있었다. 예비자 교육과 별도로 우리 대부님께서는 별도로 찰고과정을 이수해야만 대부를 서주겠다고 엄포를 해서 교리공부를 더 열심히 했다.
2008년 9월에 받은 견진성사도 그 대부님이 유학가기 전에 서둘러서 받았다. 주위를 보면 세례성사, 견진성사 대부가 같은 경우도 드문데 나는 큰 축복으로 천주교 입교에 큰 자극을 주셨고 지금도 신앙의 멘토 역할을 해주시는 대부님을 만났던 것이다.
그런데 견진을 받고 얼마 지나지 않아 성당 후배 친구로부터 대부를 부탁 받았는데 선뜻 응하지 못했다. 누군가의 신앙의 길잡이가 되는 것도, 얼굴도 잘 모르는 사람과 특별한 관계를 맺는 것도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대부를 응하기 전에 지금은 내 첫 대자가 된 경환프란체스코와 만나 대화도 많이 해보고 내 대부님이 내게 했던 것처럼 똑같이 찰고의 과정을 마쳐야 대부를 서줄 수 있다고 살짝 으름장을 하고나서 기분 좋게 첫 대자를 맞이했다.
첫 대자에 대한 설레임으로 사과박스 가득 이른바 ‘성물 종합세트’를 선물로 준비했었다. 그 이후로 지금까지 5명을 대자로 인연을 맺어서 모두 6명 대자를 얻었다. 그 중 한 명은 명동성당 봉사단체에서 활동할 때 한 단체장으로부터 대부 의뢰가 들어와 일단 대자가 될 친구를 먼저 만났다. 이 친구와 만나 첫 인사를 하면서 몇 가지를 물어봤는데 세상에 주모경이 무슨 뜻인지, 주님의 기도, 심지어 우리 천주교 신자가 가장 먼저 익힌다는 ‘식사 전 기도’도 내게 처음 들어봤다고 하니 살짝 놀랬다. 당시 이른바 ‘명동성당 속성 3개월 반’ 출신이었는데 수십 명에게 일방적으로 진행되는 강연식 예비자 교육을 받은 친구였다.
자기 반 세례동기 중에 나처럼 세례받기 몇 주 전에 먼저 연락 해주고 밥 사주고, 차 사주면서 오리엔테이션 한 대부님은 거의 없다고 한다. 나중에 세례식에 가봐서 알았지만 실제로 세례 당일 만나서 사진도 찍지 않고 헤어지는 대부모/대자녀들이 많았다. 대부모를 약속하고 나서 세례식에 오지도 않는 사람들도 몇몇 눈에 띄었다. 그러니 까칠하게 숙제를 내주겠다고 찰고를 조건으로 내건 내가 얼마나 이상하게 보였을까? 일단 만났는데 대부를 거절하기 미안해서 공무원 수험생이었던 그 친구에게 세례 받고 나서라도 몇 가지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조건으로 기쁘게 대부를 섰다. 그래도 나는 복을 받았는지 6명 대자들과 꾸준히 연락도 하고 그 인연을 소중히 지금껏 이어가고 있다.
현재 내가 다니고 있는 본당에서는 예비신자 교육이 ‘부활반, 성모승천반, 성탄반’으로 6개월 과정이 진행되고 있다. 본당 사정마다 다르겠지만 한국을 대표하는 명동성당은 매달 예비신자를 모집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 본당에서는 예비신자 교육을, 6~8명 예비신자와 2명 봉사자로 일주일에 한 번 교리실에 모여 2시간 정도 진행한다. 본당 설립 초창기에는 평신도 중심의 봉사자로만 구성되었다가 지금은 신부님반, 수녀님반도 운영되고 있는데 예비신자 교육를 하는 봉사자 연령이 40~50대 이상이며 여성 위주로 구성된 것이 특징이다. 좀 더 다양한 연령과 계층의 봉사자가 필요한 시점이다. 필요하다면 전략적으로도 청년 봉사자를 육성해서 청년 예비신자들에게 눈높이 예비신자 교육을 해야 한다. 교구차원에서 예비신자 교육 봉사자들의 주기적인 재교육도 필요하다.
또한 우리 본당에서는 세례식 전후로 대부모 정하기가 쉽지가 않다. 예비신자가 딱히 대부모를 정할 상황이 안 되면 교리 봉사자들이 대부모를 찾아서 수소문하는데 서로에게 만족하는 경우가 없는 것 같다. 안타까운 현실이지만 세례식 당일 하루만 형식적 만남으로 그치는 경우도 많은데 어떻게 하면 대부모와 대자녀를 잘 만날 수 있게 할까? 예비신자가 지인 중에 대부모를 정해오면 가장 좋지만 그럴 여건이 안 되는 경우에는 본당에서 대부모 리스트를 꼼꼼하게 관리해야 한다. 막상 세례식을 앞두고 대부모를 부탁했을 때 기꺼이 서주겠다는 사람이 얼마나 있겠는가? 예비신자가 세례를 잘 준비해야하는 만큼 마찬가지로 대부모도 마음의 준비를 제대로 해야 신앙의 멘토가 될 수 있다.
예비신자 연령에 맞춰서 대부모님을 소개해 줄 수 있도록 대부모 대상을 20~30대, 30~40대, 40~50대, 50대~60대, 60대 이상으로 나눠 남녀, 총 다섯 군 정도로 충분히 본당 신자 중에 확보하고, 가능하면 예비신자들의 입교 초기부터 만남을 주선해 예비 대부모들이 신앙생활을 도와주는 멘토 역할을 해 줄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세례 몇 주 전 혹은 당일 날 만나 1회성 짧은 만남으로 그치지 않고, 오랜 기간 만남을 통해 세례식을 맞이한다면 이거야 말로 참된 선교와 복음화의 시작이 아닐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