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인화가 하삼두화백의 글과 그림들

2008. 6. 5. 오후 2:46:02

글자

아래 그림과 글들은 화보집에 실린 그림과 글임을 ,,,,

 



물가에 나가
잠시도 쉬지 않고 높낮이를 고르고 있는
물이랑의 충성스러움을 봅니다
고요를 향한 끝없는 살아있음
저 허락되지 않는 휴식을..











부레옥잠 (부평초)

도대체, 저 도저한 기쁨의 뿌리는
무엇일까
제 몸의 부레로 물을 딛고
바람 따라 물살 따라 정처는 없어도
단 하루만을 위해 피워내는
하늘빛 꽃!
궁금타, 석양과 주고받았을
그 청자빛 이야기……





겉을 사용하면 우산이 되고
속을 사용하면 깔때기가 됩니다.
같은 모양이지만
너무도 다르게 쓰이는
믿음의 그릇입니다





닫혀진 성무일도의 책장 사이로
색동끈이 예쁩니다
참으로 따뜻한 당신 보금자리의 문고리





가로수
가지 잘려
몽당자루처럼 세월을 견뎠어도
봄바람 스치면
초록의 불을 댕깁니다, 성냥개비같이……





가로수 길
그러고 보니
긴 세월 동안 가로수도 그렇게
서로 마주보며 서 있었더군요




아침 미사를 마치고 나오는데
산비둘기의 속깃털 하나 땅에 떨어져
내 발걸음 움직임에도 그 무게를 떨고
나를 따르며 구른다
그리고
그건 순전히 우연처럼 보였지만
이웃 어르신이 내게 말을 건넸다

-"세상 아무것도 아니다!"-







처음 오르는 곳이거나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길이라고 생각하며
계단을 밟아 봅니다
나보다 훨씬 이전의 시간도
나 이후의 아득한 훗날까지도
계단은 이미
알고 있다 그럽니다









내가 알아차리든지 못 알아차리든지
손님은 늘 기별을 갖고 옵니다
구슬같은 새소리는 맑고도 맑은데...
 

 


   

 상상의 계절


여름에 그린 설경은
너무도 하얘서
차마 밟지 못하고
되돌아가네....

 

<조용한 바닷가)



누구를 기다리는 것은 아닙니다.

비움의 고요를 그대와  함께 하고 있을 뿐입니다.



   <매화골>


시련이 꽃을 피웁니다.

조용한 꽃...


 

<찻잔속의 개화>


원동 배냇골 가는 길목
성요한수도원을 찾았더랬지요.

사순의 성체조배를 하고,
구두 뒷굽에 해동의 젖은 황토를 한 짐 지고
뒤뜰을 돌아 나왔지요.

향기 머금은 매화꽃 봉오리 몇 개
손으로 꼬옥 감싸쥐고...
그렇게 바람처럼 그곳을 다녀왔습니다.


한나절 동안 차 안에서 나눈
친구와의 신론 대화만으로도 흥감했는데,
더 욕심을 내어
산고개 너머 삼랑진의 ‘윤사월’ 펜션을 들러
봄나물처럼 풋풋한 그 집 내외분께
떼를 써서 냉이국 얻어먹고...

찻잔 늘어놓고
감춰 간 매화 그 속에 띄워
우리 네 사람, 머리 조아려 찻잔의 개화를 감탄합니다.


말로도 붓으로도
끝내 그 향은 그려 낼 수 없었지만

분명 혀끝, 코끝의 감각과
그 시간의 고요함은 기억되고도 남았습니다.

 

<안개가 많은 날입니다>


기다림을 등진 듯

호수는 따로 물길을 텄지만

그럴수록 더 영롱한

그리움입니다.


<섬진강 - 전기다리미와 할머니>

"얘야,전기다리미 스위치를 살짝만 꽂아라, 전기세 많이 나올라."
우리 할머니는 전기도 수도꼭지처럼 스위치에서 조절 되는 줄 알고 사시다가
세상을 떠나셨다.
플러그를 깊숙히 꽂으면 전기가 많이 흘러나와서 전기요금이 많이 나오는 줄 아셨으니..
어디선지 당신이 알지 못하는 곳으로부터 무슨 줄 같은 것을 통해 공급되어지는 것에의
낯섦이 할머니에겐 사용의 편리함을 즐기지 못하게 하는 불안을 주기도 했던 것이다.

수돗물을 바가지에 받는 모습과 우물물을 두레박으로 푸시는 모습은
그 다루시는 자신감의 모습에서 비교도 되지 않게 달랐으니까..

나는 할머니의 '기다리미 이야기'를 두고 매사에 검소하셨던
우리 선친들의 생활력이거나 지금 우리가 누리는 풍요의 뿌리라고
간간이 이야기한 적이 있었지만, 지금은 생각이 다르다.

'삶은 경험이다'
경험은 각자만의 것이고, 그 각자의 다양성이 모여 인간의 굴레가 되고
경이롭게도 그 경험이 '순리'라는  초월적 힘에 의해 통일되어
유유히 역사라는 것을 만들어 가고 있지 않은가,,

오늘을 사는  우리는  수 많은 정보 속에서 어쩔 수 없이
다른 사람의 경험을 간접적으로 받아 들이며,
그것을 주초(柱礎)삼아  자신의 집을 지어야 할 경우가 많다.

모래같은 불안한 반석일지라도 사람들의 눈을 혹하게 해야 하는 모델하우스 같은 집...
우리에게 꽃보다 뿌리로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아름다운가를 ....

친구야!!

언제 한번 일 덮어 두고 지리산에나 가 보자,,
섬진강을 거슬러,,,,,,,


                         ㅡ 하삼두 -


 

 <산속의 호수 )
 

 

 

   

 

<벚꽃나무 밑에서 하늘을 바라보면>

위도 아래도
무거움도 가벼움도
그 곳에는 없습니다.




<오늘의 뒷동산>

내일이면 이미 달라져 있을
살아있는 시간입니다.

이렇게
잠시 잠깐으로 나누어
사물을 바라보아야
사랑을 할 수 있습니다.



 

<사랑초>

온 몸이 눈이고 귀이며
또한 기다림 입니다.

꽃집에서
아저씨가 사랑초 구근 하나
흙속에 묻어주었습니다.

가냘프기 짝이없던 그 새 순
시간 따라 펴고 오므리더니

어미 기다리는 새끼 제비마냥
창을 향해
빛에게 한눈팔지 않습니다.

그렇게 지금,
그는
사랑학 특강 중입니다



<동백꽃>

소설가 누구는
'억장이 무너져'
저 동백 앞에 털썩 주저앉았던 모양인데
.
.
.
나도
그러고 있는데

투신하듯
산 채로 몸을 날려
무릎위로 안겨오는 검붉은 정념

아!
일생을 붉음으로만 사는
...............

너만 보면 죄를 짓고
네가 없을 땐 홀로 죄인이 된다.

한없이
투명으로 환원되어져 가는
노란 노랑색  ...꽃술




<사람에게>

지천에 널린 토끼풀도

당신의 손길 아니면

내 맘 속에 피지 못합니다.


 

 

<수련이 핀 연못가에서>

천천히,
아주 천천히 숲길을 돌며
음....
아무 말을 안해도
말보다 더 많이 고개가 끄덕여지는
알맞은 보폭을 찾아내고,
음....


그러다가
햐~~~
수련이 핀 연못
바라보고 있었더랬는데.
바라봄의 길이도 얼마나여야 하는지
물 속으로 이어져 간
긴 수련의 모가지에서 보았고......


연못이 연못으로 끝나지 않고,
땅속 깊은 늪지와 하늘과의 통로를 열듯
수련은 그런 뜻으로 피어나는 것 같았지요.

인간이 인간의 한계로 끝나서는 안된다는
낮은 목소리처럼...




<충만>

산책길에서
미련없이 벗어 던지는
죽순들의 외투를 보았습니다.

준엄한, 그리고
거역할 수 없는 진실이
역사 안으로 침잠하고 있었습니다. 

 

<스스로도 놀랄 빨간색>


어느 시인의 표현처럼

자기도 몰랐던 제 안의 붉음에

소스라치는 꽃처럼... 



<풀꽃>



풀꽃 하나만

돋아난다면

온통 벌판이

푸르기만 하단들...




<꽃 선물>


꽃은 시작과 끝을 이어줍니다


 

<꽃잎을 기다림>

만약에 만약에
내 다시 태어나 첫 눈을 뜰 때
세상의 하늘을 내가 선택할 수 있다면

태양도 별빛도 구름도 아닌
개화의 꽃가지 하나 춤추며 걸려있길 바라네.

그러다 사람 얼굴
달처럼 덩그렇게 웃으며 다가오면
그 땐 응애 응애 울어도 보겠네.



별따기...

살아 있는 별,,,,



 

 

 

나를 안고 흐느끼다 스러질

 붉은 정념
비탈을 구르며 내게로 오네.

어제 한적한 곳으로 가보았지요,
단풍나무,그들이 내 思惟를 얼어붙게 한 것은
그 붉음의 앞다툼이 단지 스스로만을 위한 절대 고독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하룻밤이 지나고
대각선으로 남은 화폭의 구도 앞에서

아침.
비로소 나의 비탈을 봅니다.

언제 어디 한번이라도 저렇게
나무처럼 저항 없이 몸을 내어준 적이 없었던 우리들 아닙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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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zeo Meguru & Aoki Yuko / 바람 빛나는 숲속의 노래中
일곱 색깔 비의 파란 율동


 

그의 그림은 관조적이면서 소박하다.
군더더기없이 일필휘지로 날린 것도 있고, 고향 들녘처럼 포근하게 와닿는 그림도 있다.
사람들과 그림으로 대화하기 위해 소재를 대부분 일상적 삶에서 끌어왔다.

그는 "일물일어(一物一語)의 법칙, 다시 말해 세상 모든 사물은 각기 단 하나의 단어로
표현되는 법칙에 충실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한다.


-평화신문   김 원철기자의 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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