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카 최초 발견자는 중국인?

2006. 2. 22. 오전 8:4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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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카 최초 발견자는 중국인?

1418년 고지도에 남·북미 대륙 표시…콜럼버스 발견보다 약 70년 앞서

 

부에노스 아이레스 · 손정수 통신원

 

   
  중국인의 미 대륙 최초 발견설을 뒷받침하는 고지도. 1418년 제작되었다.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한 사람이 누구냐고 물으면 대답은 으레 ‘콜럼버스’라고 나온다. 세계의 역사 책 대부분이 1492년 스페인 왕실의 지원을 받은 제노바 출신 콜럼버스가 미 대륙을 발견했다고 기록하고 있으며, 이는 또 오랫동안 정설로 인식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1월초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류강이라는 이름의 한 중국 변호사가 입수한 옛 지도를 근거로, 이를 뒤엎는 ‘이론’을 제기했다. 콜럼버스가 미 대륙을 발견하기 70여 년 전 한 중국인이 미 대륙에 첫발을 내딛었을 가능성을 보도한 것이다.

이코노미스트의 보도 이후, 화제의 고지도는 1월16일과 17일 영국 런던과 중국에서 각각 공개되었다. 진본을 보관중인 보험 회사가 진본 공개를 거부해 복사본이 공개되기는 했으나, 남·북미 대륙과 아프리카 그리고 오스트레일리아 대륙까지가 선명하게 그려진 세계 지도였다(영국령 열도는 기록되지 않았다). 그리고 지도 한쪽 귀퉁이에는 이 지도가 1418년 제작된 원본을 1763년에 베껴서 제장했다는 사실이 기록되어 있다.

“서체 이상하다” 등 부정적 시각 우세

2001년 중국 상하이의 한 고물상에서 5백 달러를 주고 이 지도를 산 구입자는 단순히 지도에 기재된 연도에 관심을 가졌을 뿐이었다. 하지만 지난 2003년 개빈 멘지스의 <1492년: 중국이 세계를 발견한 해>의 출간을 계기로 이 지도의 중요성을 확신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 책에 미 대륙의 발견자가 중국인 정허(鄭和)라로 적혀 있었던 것이다.
  
정허는 14세기 말 중국 명 왕조가 세력을 확대하기 위해 조직한 대규모 해외 원정 탐험대를 이끌었던 회교 출신 해군 제독이다. 멘지스의 책에는 그가 약 3만명의 선원을 3백 척의 크고 작은 배에 나눠 실은 대선단을 이끌고 콜럼버스보다 약 70년 앞서 미 대륙에 도착했다고 적혀 있다. 결국 새 지도는 멘지스의 주장을 사실로 입증하는 또 다른 구체적인 물증인 셈이다. <이코노미스트>는 1405~1435년 약 30년간 정허가 대대적인 원정 항해를 실시했다는 사실을 환기시키며, 정허가 또 다른 탐험가 바르톨로뮤 디아스보다도 앞서 아프리카 남단 희망봉에 닿았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세계사에서 미 대륙의 발견은 중요한 역사적 의미를 지니며, 그런 만큼 최초 발견자에 대해서도 논란이 분분했다. 일부 학자들은 11세기 페니키아(시리아 서북쪽 고대 국가)인, 그리스인, 로마인, 아랍인, 베르베르인(아프리카 북부 지역의 원주민) 그리고 수단의 흑인들과 함께 바이킹족이 미 대륙에 첫발을 디뎠다고 주장한다. 아프리카와 유럽을 왕래하던 바이킹을 비롯한 여러 종족이 풍랑에 휩쓸려 닿게 된 곳이 미 대륙이란 주장도 있다. 이에 덧붙여, 이런 각종 항해 경험담이 콜럼버스에 전해져 실제 콜럼버스가 미 대륙에 도착한 것은 다른 탐험가들보다 사실은 가장 늦은 때라는 주장도 나왔다. 

   
  미 대륙 최초 발견자로 얘기되는 중국인 정허.  
물론 여기에는 중국인의 미 대륙 발견설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러나 이 모든 주장은 구전이나 확실치 않은 근거로 제기된 것일 뿐, ‘콜롬버스 발견설’이 정설로 인정되었다. 따라서 최근 공개된 고지도는 이같은 콜롬버스 발견설을 한 번에 뒤엎을 수 있는 결정적인 잠재력을 갖고 있다.

바로 이 때문에 새로 공개된 지도를 둘러싸고 벌써부터 논란이 잇따르고 있다. 종이의 재질과 먹물에 과학적인 분석을 시도하는 등 문제의 지도에 대한 감정 작업이 오는 2월 완료될 예정이나, 현재까지 언론 보도는 각종 문제점을 지적하는 등 부정적 시각이 우세하다. ‘지도에 표기된 한문 서체가 원본 제작 무렵 일반적으로 유행했던 서체와는 다르다’며, 진품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의견도 있다. 싱가포르 국립대학의 한 전문가는 “정허가 아프리카 동부 해안 그 이상을 항해했다는 절대적인 증거는 없다”라고 잘라 말하기도 했다.

결국 이는 고지도가 설령 진품으로 판명나더라도, 특히 서양인들에게 ‘중국인에 의한 미 대륙 최초 발견설’이 쉽게 받아들여지기 어려울 것임을 보여준다. 이를 입증하기라도 하듯,  스페인 학자들의 주된 관심은 오히려  콜럼버스 묘지의 진위 여부를 확인하는 데 쏠려 있다. 현재 ‘진짜 무덤’으로 주장되는 콜럼버스 묘는 두 군데로 하나는 도미니카 공화국 산토 도밍고에 있고, 다른 하나는 스페인 세빌리아에 있다. 스페인 그라나다 대학의 연구팀은 두 무덤 속의 시신에 대해 DNA 검증 작업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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