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표 수집가

▲사진설명:"세계 성화 우표전"에 내놓을 우표들을 고르고 있는 최익철 신부/이기룡기자
조선일보(2002.08.15)
[문화 面] ‘세계 성화 우표전’여는 서울대교구 최익철 신부
천주교 서울대교구 최익철(崔益喆·79) 신부의 별명은 ‘우표 신부님’이다. 천주교와 관련된 국내외의 우표 수 만장을 모았을 뿐 아니라, 그 우표들을 이용하여 책을 쓰고 전시회를 열고 강연회를 갖는 등 다양한 일을 하고 있다. 지난 98년 은퇴 후에도 활동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는 최 신부는 21일부터 27일까지 서울 명동 가톨릭회관 1층 평화화랑에서 ‘세계 성화(聖畵) 우표전’을 갖는다. 이번 전시회에는 천주교의 성인과 성모 마리아를 담은 세계 각국의 우표 140점이 선보인다.
“우표는 작은 도안 속에 세계 각국의 문화와 풍속이 살아 숨쉬는 예술품입니다. 그 중에서도 예수 그리스도나 성모 마리아, 성인 등을 담은 우표들은 신앙 생활에도 큰 도움이 됩니다.”
김수환(金壽煥)추기경과 신학교 동기인 최 신부가 우표 수집에 빠져들게 된 것은 지난 1975년 오류동 성당 주임신부로 일할 때였다. 어느 날 한 신자의 집을 방문하여 우표 수집해 놓은 것을 보고는 너무 마음에 들어 자신도 우표를 모으기 시작했다. 우체국과 우표상을 뻔질나게 드나들고 지방에까지 수소문하여 빠진 것을 보충하여 일년만에 웬만한 한국 우표는 거의 다 모았다. 당시 경희대에 불어 강사로 출강(出講)하던 그는 강사료까지 톡톡 털어가면서 우표 수집에 몰두했다.
최 신부는 내친 김에 1976년 말부터는 외국 우표 수집에 들어갔다. 주요 국가들의 우표 도감(圖鑑)을 구해놓고 하나씩 구입했지만 워낙 방대해서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할 지 몰랐다. 그때 의사 신자가 의학 관련 우표만 모으는 것에 힌트를 얻어서 천주교 관련 우표 수집을 시작했다. 곧 국내외 우표수집가들 사이에서 소문이 났고 각종 우표전시회에서 상을 받았으며 1994년 서울 만국 우편총회에 바티칸 대표로 참가하기도 했다.
“우표의 양과 질이 풍부해지면서 모으기만 할 것이 아니라 활용해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우표를 소개하고 해설하는 글을 쓰고 달력과 병풍을 만들기 시작했지요.”
최익철 신부의 우표 관련 활동은 1993년 고희(古稀)를 맞아 ‘우표로 보는 성인전’(가톨릭출판사)을 출간하면서 새로운 단계로 접어들었다. 천주교에서 영세명으로 사용되는 성인(聖人) 400여 명에 대한 우표와 그 전기를 담은 이색적인 책은 호평을 받았다. 최 신부는 이를 계기로 서울대교구의 성당들을 돌아다니며 성인 우표 전시회를 개최하며 ‘수호 성인 모시기 운동’을 벌이기 시작했다.
“세례를 받으면서 수호 성인을 정하기는 하지만 그 성인의 삶과 영성을 모르는 신자들이 많아요. 그래서 자신의 수호 성인 우표 확대복사본을 액자에 넣어 방에 걸어두면서 늘 기억하자는 것이지요.”
최익철 신부는 요즘 교황(敎皇) 우표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 역대 264명의 교황 중 168명에 대한 우표를 수집해서 ‘우표로 보는 교황전’을 집필 중이다.
(李先敏기자 smlee@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