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의 향심기도 ⑤
가톨릭 전통 안에서 형성되어 온 다양한 관상기도들이 일반 그리스도인들 가운데서 그동안 풍요로운 결실을 거두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그들이 생활 속에서 체험할 수 있도록 좀 더 단순하면서도 구체적인 방법이 제시되지 못한 데 있습니다. 현대에는 가톨릭 신앙생활 안에서도 예수 그리스도의 삶과 죽음이 세계 역사에 의미하는 바를 믿고 체험하는 신비적 차원으로 들어가는 다양한 기도 방법이 개발되고 있습니다. 여기서는 이런 방법들과 구분되는 관상기도로서 향심기도를 보다 더 분명하게 알고 체험할 수 있도록 그 방법과 지침을 소개합니다.
사고에 집착않는 명상 속
'거룩한 단어'에 응답하기
1) 신앙 깊은 사랑 안에 잠시 쉰 뒤에 거룩한 단어를 간단한 기도 중에 성령께 청하여서 선택합니다. 거룩한 단어는 ‘주님, 예수, 사랑, 감사, 진리, 성령, 야훼’등 단순하고 짧은 것으로 선택하여 나의 응답을 표현합니다. 향심기도는 하느님께서 내 안에 현존하시고 또 활동하시도록 그분께 맡겨드리는 기도이며 거룩한 단어는 하느님의 현존 안에 우리가 머물겠다는 지향과 하느님이 내 안에서 하시는 활동에 나를 내어드리겠다는 지향을 담고 있습니다.
2) 편안히 앉아 눈을 감고 거룩한 단어를 조용히 의식에 떠올립니다. 이것은 하느님께서 내 안에 현존하시고 그분이 내 안에서 활동하시는 것에 동의한다는 것을 드러내는 한 상징입니다. 기도 분위기를 확보하고 그냥 편안히 앉아 등은 곧게 펴고 머리는 반듯이 세웁니다. 그리고 1,2분 동안 마음을 진정시키고, 우리는 하느님의 피조물이므로 내 안에 들어가면 하느님을 만날 수 있다는 신앙으로 가벼운 솜 위에 깃털 하나를 얹듯 아주 부드럽게, 거룩한 단어를 의식에 떠올립니다. 말의 뜻을 생각하지 말고 단순 반복하면서 부드럽게 젖어 들어갑니다.
3) 어떤 생각들이 떠올랐다는 것을 자각하게 되면, 즉 분심이 들면 그냥 원래의 기도말인 거룩한 단어로 부드럽게 돌아옵니다. 이 기도는 무의식의 차원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별 생각이 다 떠오릅니다. 이 때 우리가 할 일은 여유 있게 거룩한 단어로 돌아가서 이 단어가 담고 있는 우리의 원지향(原志向)을 새롭게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향심기도의 목적은 머리를 비우는 무사고에 있지 않고 사고에 집착하지 않는 태도나 주의를 빼앗기지 않는 태도 즉, “어떠한 것에도 매달리지 않는 정신”을 기르는 데 있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향심기도를 “떠나보내는 수련”그야말로 “떠오르는 생각 오게 하고 떠나는 생각 가게 하는”기도라고 하기도 합니다.
4) 기도가 끝나갈 때 눈을 감고 2~3분 간 침묵 속에 머물러 있습니다. 기도를 마치면서 갖는 2~3분은 우리의 정신이 의식과 감각으로 매개되는 현실 세계로 되돌아오는 데 적응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만들어 줍니다. 갑자기 나오면 불쾌감이 뒤따르기 때문에 서서히 나오도록 주님의 기도를 외우면서 마칩니다.
향심기도 가운데 항상 마음은 주님을 사랑하고 가까이 하려는 상태를 유지하도록 합니다. 그리고 “예, 당신 뜻을 이루십시오.”라고 깊은 침묵 속에서 동의하고 쉴 때, 우리는 하느님과 일치 및 만물과 일치를 느끼고 여기에서 더 큰 사랑이 나옵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향심기도는 하느님 앞에서 겸손하고 사람들 앞에서는 온유하고 부드러운 사람이 되는 행복한 인생길을 밝혀 줍니다.
한국 관상 지원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