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예수님이 마굿간으로 오신 까닭은..
하느님은 인간의 시공간과 역사 너머에 계셨다. 그런 분이 오늘 밤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 되어 이 세상에 오셨다. 그것도 부와 권력을 거머쥔 황제가 아니라 약하디 약한 갓난아기 모습으로.
고요한 성탄 밤, 우리의 몸과 마음은 어둠 속에서 빛이 새나오는 베들레헴 마구간으로 향한다. 마구간에는 성탄 의미를 드러내는 표징이 가득하다. 이런 표징이 인간 이성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강생(降生)의 신비를 깨닫게 해준다.
마구간은 죄와 상처로 얼룩진 우리 내면
'왕 중의 왕' 예수 그리스도가 좋은 곳을 놔두고 마구간에서 태어나신 것은 겸손의 신비이다. 만일 아기 예수가 궁궐에서 비단 포대기에 싸여 있다면 성탄의 감동은 반감됐을 것이다.
현대 영성가 안셀름 그륀(성베네딕도회) 신부는 지저분하고 냄새나는 마구간을 죄와 상처로 얼룩진 인간 내면에 비유한다. 그는 "그리스도께서 그대 마음의 어둠과 혼돈 속으로 들어오심으로써 그대 안의 모든 것이 변화된다는 것, 바로 그것이 마구간이 주는 위로다"고 말한다.
마구간을 감싼 밤의 고요도 강생의 신비에 더 집중하게 해준다. 대낮 도심 한복판에서는 어떤 표징이 나타나더라도 소음 속에 묻힌다. 고요해야 표징을 민감하게 포착할 수 있다. 인간 내면도 밤처럼 고요해야 '말씀이 사람이 되신' 놀라운 사건을 알아챌 수 있다.
페르시아(이란) 점성술사로 추정되는 동방박사는 이민족이다. 이란에서 팔레스타인까지는 오늘날에도 비행기로 2시간이 걸린다. 그 먼 곳에서 뜨거운 햇볕과 모래바람을 뚫고 도착해 아기 예수께 경배하는 이들 존재야말로 그리스도가 만백성의 구세주임을 말해준다.
천사는 하늘과 땅을 잇는 전령이다. 주님의 천사는 나자렛 처녀 마리아에게 하느님의 아들 잉태 사실을 알렸다. 성탄 밤, 목자들에게 나타나 "두려워하지 마라. 보라, 나는 온 백성에게 큰 기쁨이 될 소식을 너희에게 전한다"(루카 2,10-11)며 기쁜 소식을 전해준 존재도 천사다.
다윗의 후손을 상징하는 별도 빼놓을 수 없는 표징이다. 동방박사의 길을 안내한 것도 별이다.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은 구원의 등불로 상징된다. 별과 메시아는 영원한 그리움, 노스탤지어(Nostalgia)다.
마구간에서 참된 빛과 즐거움 발견하기를
소와 나귀가 아기 예수 곁에 있다. 체온과 콧김으로 아기의 언 몸을 녹이듯이 말이다. 예언자 이사야는 "소도 제 임자를 알고 나귀도 제 주인이 놓아 준 구유를 알건만, 이스라엘은 알지 못하고 나의 백성은 깨닫지 못하는구나"(이사 1,3)하며 주님을 알아보지 못하는 인간의 우둔함을 한탄했다. 동물 본능이 인간의 관찰력보다 더 정확할 때가 있다. 소와 나귀는 메시아를 믿지 못하는 인간의 어리석음을 경계하는 표징일지 모른다.
천진난만한 아이만 그런가. 세파에 지친 어른도 마구간에서 위로와 평화를 얻는다.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지난해 성탄 밤미사에서 이렇게 말했다.
"성탄절은 우리에게 겸손함과 단순성을 요구하고 있다. 성탄절의 피상적 화려함 뒤에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도록, 베들레헴 마구간에 있는 아기를 기억할 수 있도록, 그리하여 참된 즐거움과 빛을 발견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기도하자."
- 김원철 기자 (평화신문)
아기 예수님이 마굿간으로 오신 까닭은..
2013. 12. 15. 오후 11:3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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