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시간표는 자기만의 속도로 만드세요
바람의 딸 한비야님(44세)
말 그대로 그녀는 바람처럼 살아왔다.
세계 여행에 대한 어린 시절의 바람을 좇아 바람의 속도로 세상을 누볐다.
7년 동안 전 세계 65개 나라의 오지만을 찾아 버스와 도보로 여행.
거리로 따지면 지구 세 바퀴 반을 돈 셈이다.
이어 우리 땅 2천리를 걸어서 순례하고, 지난해에는 뜬금없이 중국어를 배운다며 중국으로 날아가 1년만에 한어국가고시 자격증을 들고 돌아왔다.
그리고 지금, 그녀는 국제 NGO기구 월드비전 긴급 구호팀에 출근하고 있다.
긴급 구호란 가뭄, 홍수와 같은 자연재해나 전쟁등으로 위험에 빠진 사람들의 목숨을 신속히 구하는 일이다.
"나에게 여행은 바둑과 같았지요. 인생이란 바둑판에서 하루하루에 쫓겨 한점씩 이어가는 오목이 아닌 큰 집을 짓기 위해 여기저기 점을 흩어 놓는 것 말이지요.여행을 통해 앞으로의 내 삶에 대한 지도를 구했어요.여행길에서 만난 가난하고 고통 받는 사람들의 눈빛을 보면서 내가 해야 할 일은 난민구호라는 것을 알았어요."
그녀의 책상 위에는 지구본이 놓여 있고 전쟁으로 신음하는 아프카니스탄 지도가 붙어 있다.그 지도의 북쪽 마을 `헤라트`에 붉은 동그라미가 쳐져있다.
그녀는 1월 20일쯤 이곳으로 떠나 구호 물품을 나눠주고 소녀들을 위한 학교를 열 예정이다.총성은 멈추었지만 지뢰와 추위, 전염병등 위험은 여전히 위협적이다.두렵지 않느냐 묻자 시원스러운 대답이 돌아온다.
"어자피 사람은 다 죽잖아요.정말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다가 현장에서 죽는 다는건 좋은거 아니예요?겁이 난다는 건 간절히 원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그녀의 삶의 시계는 그렇게 늘 하고 싶은 일에 맞춰져 왔다.유치원 꼬마 때부터 언니의 지리부도 책을 껴안고 다니며 언젠가는 지도 속에 작은 글자로 존재하는 나라를 두 발로 밟아 보겠다는 꿈을 이루기 위해 잘나가는 외국회사에서 사표를 던진 일.강도를 만나고 총살당할 뻔하기도 하고 미친 개에게 둘러싸이기도 하며 죽을 고비를 넘기면서도 사람 발길이 뜸한 오지만을 골라 다닌 일.여행에서 돌아와 펴낸 책으로 유명해져 강의료가 부르는게 값이고 교수로 초빙하겠다고 하는등 온갖 군데서 그녀를 원했지만, 난민구호에 필요한 중국어를 배우기 위해 안전한 제안을 마다하고 낯선 땅으로 훌쩍 떠난 일이 그렇다.
"단지 내가 느낄 기쁨을 찾아 배낭을 싼 것뿐이예요.직장을 그만 둘때 회사는 수만 개지만 내 인생은 하나다.라고 생각했죠.테레사 수녀도 자신을희생한다기보다 기쁨을 느꼈기 때문에 봉사를 계속 할 수 있었을 거예요.뭐든 자기 행복을 위해 출발해야 다른 사람도 이롭게 하는 것 같아요."
자기의 참모습을 만나기 위해 그녀는 여행과 더불어 일기를 쓰라고 권한다.늘 볼펜을 쥐고 다니는 그녀는 지금까지 써온 일기장이 마흔일곱권에 이른다.그녀가 펴낸 책<바람의 딸,걸어서 지구 세 바퀴 반>,<바람의 딸, 우리 땅에 서다>, <중국견문록>도 메모와 일기가 바탕이 되었다.그녀의 책을 읽으면서 많은 사람들이 인생의 시간표를 다시 짰다.그러나 그녀는 자기만의 속도로 가라는 충고도 잊지 않는다.
"킬리만자로,에베레스트 산을 오르면서 정상가지 가려면 반드시 자기 속도로 가야 한다는 걸 알았어요.옆 사람이 뛴다고 같이 뛰면 꼭대기까지 어림없어요.물론 사람에게는 일반적인 인생의 속도가 있어요.언제까지 공부하고 결혼하고 직장가져 돈 벌고...사람들은 이 시간표와 자기 것을 대조하며 늦은 것이 아닐까, 초조해하죠.하지만 생각해 봐요.표준시간표가 중요한지 나의 시간표가 중요한지..."
해야 할 일과 하고 싶은 일이 들어맞아 더 행복하다는 한비야 님.
그녀의 좌우명은 "남김없이 다쓰고가자.주어진 시간과 능력을"이다.
세상엔 꿈만 꾸는 사람이 있고 꿈을 이루는 사람이 있다.
그녀는 묻는다.
"무엇인가를 간절히 바라고 있나요?그렇다면 지금 가지러 가세요.내일 말고 바로 오늘"
<월간 좋은생각> 2002년 2월호 동행의 기쁨 긴급구호활동가 한비야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