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 신학교 토끼의 기도

2001. 10. 31. 오후 11: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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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교 토끼의 기도

 

 

서울 가톨릭 대학교 성신교정엔 1986-88년까지

토끼가 마니마니 살았다. 많을 땐 80여 마리까지...

 

그들은 토끼장에 같혀사는 것이 아니라,

신학교 산과 정원에서 신학생들과 함께 자유롭게 살았다.

 

밖에서 자유롭게 먹고, 자고,  뛰고, 집짓고, 새끼나고,,,,

 

신학교 생활중에 가장 소중한 추억에 남은 일,

바로 토끼들과 함께 살았던 시절이다.

 

낮에 신학생들과 함께 산책하면

토끼가 신학생 바로 곁에서 달려간다. 그러면 뒤돌아 볼 필요가 없다.

바로  개가 혀를 내밀고 토끼를 쫓아간다.

멍청한 개는 한번도 토끼를 제대로 쫓아본 적이 없다.

더운 여름에 혀를 내밀며 토끼를 쫓는 개의 모습은 바보스럽다.

 

수업시간에 창밖으로 보여진 모습,

자기를 쫓는 개를 피하는 토끼를  보는 일은

수업보다도 더 알찬 수업이 되었다.

 

따스한 봄날,

노오란 개나리꽃을 지나,

붉은 진달래숲에 숨는 토끼를 보노라면,

마음이 얼마나 넓어 따스해 지는지...

 

(누렁이) 토끼!

 

이 토끼는 토끼중에서 가장 먼저 신학교에 들어왔다.

다른 동료들이 모두(검둥이제외)큰고양이에게 잡혀 먹혔을때도

이 누렁이만은 살아 남아

의젓한 어른토끼가 되었고, 신학교의 대장이 되었다.

 

난 이제 이 누렁이 토끼 얘기를 하련다. .

 

저녁식사후 날이 어둑어둑해 되면 신학생들은 묵주기도를 한다.

신학생들이 묵주기도할때

이 누렁이 토끼는 신학생들과 함께 로사리오 기도를 쫓아간다.

 

시월이 되면

신학생들은 성모상앞에서 저녁기도를 한다.

성모상앞은 잔디로 덮여 있고, 잔디둘레에 모여 기도를 한다.

성모상을 앞에 두고 잔디를 중심으로 빙둘러 있으니,

성모상앞은 한 가운데가 된다.

 

400백명이 넘는 신학생들이 성모상앞에서 기도를 한다.

그 한 가운데에,

성모님앞쪽에 누렁이 토끼는 자리를 잡는다.

그리고 자기 할 일을 한다.

 

성모님앞에서 다리를 올리고, 얼굴을 씻고,

그런데 기도하는중에 아무도 토끼를 쫓거나 하지 않았다.

'한 가족처럼 살았으니까...

한 가족처럼 살았으니까...

 

1988년 성체대회가 신학교에서 열렸을 때도

많은이들은 큰 바위밑에서 자란 누렁이 토끼새끼를 보았다.

 

누렁이 토끼는 그렇게 신학교에서 살았고, 기도했다.

난 그의 죽음은 잘 모른다...

 

다만,

신부가 된지 10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도

누렁이 토끼와 함께 살았던 신학교 생활이 그립다.

그가 함께 살았던 시절은 더 풍요로운 날들이었고,,,

 

해마다

로사리오 성월이 오면

신학교 성모상앞에서 신학생들과 함께

기도했던 누렁이가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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