맺는 말 : 교리서 활용의 원칙
「가톨릭 교회의 교리서」가 우리 시대에 편찬되었다는 것은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이들에게 교회의 전통과 미래적 비전을 갖고 살도록 어떤 희망을 주는 일이다. 「가톨릭 교회의 교리서」는 제 2차 바티칸 공의회의 정신에 의해 나온 보편 교리서로서 전세계 가톨릭 교회를 향한 교리사목적(Pastorale Catéchétique) 정립을 유도하고 있다. 이 교리서는 '신앙의 유산'을 보존하는 '비망록'의 성격을 띠면서 또한 전세계에 흩어져 있는 지역 교회들을 지도하는 교리사목적 지침서이다. 그러므로 이 교리서가 각 지역교회들에서 활용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원칙이 존중되어야 한다.20)
첫째, 교회의 정통신앙의 전달 : 「가톨릭 교회의 교리서」는 2000년 동안 교회 안에 전승되어 내려오는 신앙의 유산을 제시하고 있다. 이 정통적 신앙은 성서와 성전을 교리의 원천으로 삼고 또 교부들의 견해와 공의회의 결정들을 대폭 수용하고 있다. 지역교회에 적용되어 활용되어야 할 교리서들에는 이러한 정통적 신앙을 보존하고 전달하는 입장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 전달되어야 할 교리내용을 부분적으로만 전달하거나 왜곡해서는 결코 안될 것이며, 전반적이며 체계적으로 전달되는 성격을 띠어야 한다.
둘째, 신앙성숙에의 목표 : 「가톨릭 교회의 교리서」를 통해 활용되어 질 교리서들은 인간의 발달단계에 각각 적합하게 신앙성숙을 가져와야 한다. 교리가 추상적으로 혹은 주입식으로 전달되어질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생활 속에서 신앙의 성숙을 가져오도록 인간의 신앙생활과 결부된 살아있는 교리로 전달되어져야 한다.
셋째, 메시지의 토착화 : 「가톨릭 교회의 교리서」에는 그리스도교의 복음적이며 구원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 메시지는 인간 구원을 위해 영구적인 것이기는 하지만, 그것을 전달받는 대상자들의 입장은 다양하므로, 대상자의 상태를 고려하여 전달되어야 한다. 즉 그리스도교 메시지는 시대적 상황과 지역적 특성에 따라 토착화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교리에 대한 토착화된 해설이 뒷받침되어야 하며, 시간과 장소에 적용된 전달이 되어야 한다.
넷째, 현대인의 요구 수용 : 「가톨릭 교회의 교리서」는 시간과 장소에 따라 적용되어야 하는데 시간의 토착화 과정을 통해 현대인의 요구가 수용 될 것이다. 현대인들이 처해있는 입장에서 그리스도교적 복음진리를 기준으로 하여 구원을 갈망하는 현대인의 요구사항들을 계시의 빛으로 조명하여 설명해 줄 수 있어야 한다. 현대 사조들로 인해 신앙의 위기를 느끼는 현대인들에게 그것을 극복하고 구원적 전망을 주는 해설이 필요하다. 즉, 무신론, 불가지론, 물질주의, 과학만능주의, 무종교주의의 그릇된 사조를 극복하고, 인간성 회복, 자연환경보호, 생명존중, 사회정의실현, 평화에의 갈망 등을 포함하여 제시하는 현대인을 위한 교리서가 되어야 한다.
다섯째, 바람직한 한국 그리스도인 형성 : 「가톨릭 교회의 교리서」를 통해 활용되어야 할 우리나라의 교리서들은 또한 지역적으로 우리 땅에 살고 있는 한국의 그리스도인들을 위한 구원적이며 복음적인 교리서가 되어야 한다. 우리나라에 들어온 많은 교리서들이 서양의 그리스도교 나라에서 제작된 것들이 그대로 번역되어 사용된 것이 너무도 많다. 유럽의 교리서들은 유럽의 상황을 담고 있는 교리적 문제들을 제시하고 있고, 남미나 남아프리카의 그리스도교 국가들에서 나온 교리서들은 그네들이 겪는 문제들을 담고 있다. 왜냐하면 하나의 교리서는 그 시대성을 띠고 있고 어떤 한 '사회' 속에서 산출되기 때문이다. 유럽의 교리서들이 무신론과 세속화 현상에 대비한 교리문제들을 집중적으로 꾸며졌다고 해서, 우리 나라에서도 그러한 문제들을 강조할 문제는 아니며, 번역된 교리서에 그대로 수록해 놓아서도 안된다. 또 남미에서 정의와 인권문제가 교리서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해서, 그러한 남미의 교리서를 그대로 번역하여 사용한다는 것도 적합치 않은 일이다. 또 남아프리카의 시골공동체에 맞는 교리서들을 우리나라의 대도시들에서 그대로 사용한다면 별효과를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어느 한 지역의 교리서가 그곳에서 성공을 거두었다고 해서 다른 지역에서도 그와같은 성공이 있으리라고 기대하는 일도 옳지 않다. 어느 한 나라의 교리서가 성공을 거두었다면 그것은 그곳의 사회와 그 지역에 사는 사람들에게 잘 적용이 되었기 때문이다. 어떠한 교리서가 문화적으로 다른 지역에서도 동일하게 성공을 거두리라고는 보장할 수 없는 일이다.
「가톨릭교회 교리서」가 우리 나라에서 활용되어 나올 교리서는 우리 땅의 문화와 전통 안에서 소화될 수 있는 것이어야 하며, 우리 한국인들이 그리스도인으로서 직면하고 있는 문제들이 교리내용으로 제시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교리내용들에는 「가톨릭 교회의 교리서」가 제시하고 있는 신경, 성사, 계명, 기도에 대한 그리스도교의 정통적 진리에 대한 이해와 더불어 한국적 해석학(Herméneutique coréenne)이 담겨있는 교리이해가 있어야 한다. 그뿐 아니라 한국의 그리스도인들이 현재 이 땅에서 겪고 있는 현실적 문제들 - 남북이산가족의 문제, 민족화해의 모색과 민족통일, 북한 선교내지는 한민족 복음화, 대외적인 선교, 자유, 정의, 공동선, 생명존중, 자연환경의 보존 등 - 에 대한 그리스도교적인 조명과 해석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리하여 「가톨릭 교회의 교리서」를 바탕으로 이 땅에서 탄생되어 활용될 교리서는 바로 가톨릭 교회의 교리서인 동시에 우리 한국인의 교리서가 되어야 할 것이다. 바로 이것이 교리서 활용을 통한 그리스도교 메시지의 전달과 수용의 법칙의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